난 다행히 스승의 날에 찾아 뵐 스승님이 계신다

선생님의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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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민(ko1987)등록 2001.05.15 22:25
매년 이맘때가 되면 흩어졌던 동창들끼리 연락을 취한다. 그리고선 스승님을 찾아갈 궁리를 한다. 이런 것이 벌써 여러 해 지난 것 같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는 서울경기 일부 학교에서는 촌지의혹 때문에 스승의 날에 쉰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땐 혀를 차며 그래도 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난 스승의 날에 찾아뵐 스승이 있다.’ 이렇게 말이다. 항상 우리들의 편이셨고 우리들을 믿어주셨던 선생님...

그런 스승님을 찾아뵌 것은 몇 해 전부터이다. 대학생활에 바쁘게 살았던 동창들이 오랜만에 모인 동창회 때. 우리들은 그동안 잊었던 학창시절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던 중 우리의 담임선생님을 떠올린 것이다.

“이번 스승의 날엔 꼭 선생님을 찾아뵙자”라는 의견이 모아졌고 찾아뵙기로 하였다.

서로 바쁜시간을 빼 어떻게 찾아 뵐지 이야기를 하다가 학교에 전화를 하기로 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은 감기몸살에 조퇴를 하셨다고 해서 우리는 집으로 직접 찾아갔다.

우리의 전화를 받으신 선생님이 아픈 몸을 이끄시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만나자 마자 선생님은 우리를 모두 기억하고 계셨다.
“너는 누구고 너는 누구지 ?”
이렇게 선생님과의 재회가 시작되고 선생님과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나눌 때 만큼은 그때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우리 중 한 녀석이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때와 우리를 모두 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러자 선생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씀하셨다.
“사실은 말이지 그때 너희들 지도하던 수첩을 좀 봤단다.”
그리고 그때를 우리 오시기 전에 회상하셨단다.

그렇게 선생님 돌아가는 길에 스승님을 찾아뵙는 또 다른 학생들과 마주쳤다. 우리가 사온 것보다 더 큰 꽃을 사와서 약간의 질투도 하면서...

우리는 집으로 가는 길에 선생님의 수첩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한 녀석이 “그런데 선생님이 우리를 잊고 있어서 수첩을 보신 거 같은데 섭섭하지 않냐?” 라고 말하자, 모두들 “섭섭하지 않다”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스승님을 이렇게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그 다음 해 또 다음 해. 선생님은 또 다른 학생들에게 우리와 똑같은 학창의 추억을 심어주셨던 것이다.

우리가 그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들에게도 선생님에 대한 추억은 소중히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 이유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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