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내각의 인기몰이-군국주의 망령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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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quickman)등록 2001.05.24 10:41
"현내각에 반대하는 세력은 저항 세력이다"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한지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역대 내각 중 국민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지율 87%라고 하니 일본국민 10명중 9명은 고이즈미 내각을 신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연이은 정치자금 스캔들과 10년이 넘는 디플레이션 불황으로 지쳐버린 일본인들에게는 고이즈미가 일본을 구원하러 나타난 수퍼맨으로 비춰주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런 일련의 일본 내부적 변화에 대해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이나 중국 그리고 태평양전쟁의 피해자였던 동남아 국가들에겐 위협의 신호로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기미가요,히노마루'(국가,국기)의 법제화, 국회에서의 헌법개정논의,
태평양전쟁의 '전범'을 포함한 전몰자를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총리의 공식 참배 의사 등 전후 50년간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보수세력이 그간 하고 싶어도 이루지 못했던 사항이 고이즈미 내각 출범 후 속속 실현되어져 가는 분위기는 '과거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는 한국인들로서는 이러한 상황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감정의 골이 다시금 패인 지금에 있어서는 더더욱...


일본 우경화 세력의 배경엔 역사적 단죄가 올바르게 집행되지 못한 것에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옳을 듯하다.

'군주의 통치는
천년이 8천번 거듭되고,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

이것은 <키미가요>의 가사 전문이다.

천황은 구 헌법에서는 국가의 최고책임자이며 군의 통수권자로서 규정돼 있었다.그렇다면 극동군사재판에서 도죠 히데키를 비롯한 각료나 군인들이 '전쟁책임'에 대해 추궁 당할 때 법 이론적으로 제일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할 이는 히로히토 천황이었다.허나 중국과 소련 등이 천황의 단죄를 물으려 하였지만 동북아 군사거점지로 일본을 이용하기로 한 미국은 이를 무산시켜 버렸다. 결국 히로히토 천황의 재위라는 ‘과거의 연속’ 때문에 일본의 우익들은 '일련의 전쟁은 천황을 위해 싸웠던 거룩한 전쟁이었다'고 하는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고 현재까지도 그들을 역사 앞에서 당당히(?) 서게 만들어주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과거의 연속'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광복이후 친일파에 대한 처단문제가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정권이 정치자금을 조달 받을 목적으로 화해와 용서를 하는 바람에 그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쿠데타와 내란등에 대해서도 잘못에 대한 처벌보다는 '지나간 역사'로 간주하며 잊어버리려는 성향이 정치판에 남아있게 되었고, 그렇고 그런 인물들이 서로가 과거에 지은 죄들 때문에 서로의 죄들에 대해 강하게 물을 수도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의 연속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舊 정치권의 스캔들과 10년 이상의 불황으로 지쳐가는 일본인들에게 고이즈미 총리가 미래가 불투명한 일본을 되살릴 영웅으로 비춰지는 까닭은 강력한 발언으로 일관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그의 태도에 매료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좌관이 작성해준 판에 박힌 연설문들을 읽던 기존의 총리들을 보다가 즉흥적이기까지 하면서도 주관이 뚜렷한 고이즈미에게서 방향타 잃은 일본이라는 범선의 나침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한국 역시 이런 인물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헐리웃 영화를 보면 온갖 영웅들이 등장한다. 수퍼맨, 베트맨, 터미네이터까지... 지구의 운명은 수백 번도 넘게 이들 미국의 영웅들에 의해 구원을 받았다(?).
지구의 운명이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니 얼마나 발상이 가소로운가?

영웅주의적인 역사관은 늘 위험이 뒤따른다. 과거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의 탄생을 두려워하는 것만이 아니다. 한 국가에서 영웅주의가 팽창되는 것이 더욱 두려운 것이다.


영웅이 역사 위에 부각되는 것은 민중의 힘을 하나로 모았을 때 일어난다.

문제는 그 힘이 어떻게 어떤 방향 쏟아지느냐 인데 왜곡된 영웅주의가 부른 참사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과거의 역사적 경험으로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두렵다.

대다수 일본인들이 원하는 일본은 "과거의 영광스러운 강력한 일본(?)"보다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일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의 바램을 충족시킨다는 명목 하에 고이즈미 내각이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것이 아닌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심히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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