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세례 받은 전 인권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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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quickman)등록 2001.05.25 18:08
최종 학력이 상고 졸업이 전부였던 사람이 한국 최고의 국가시험인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할 만하다. 더욱이 개업 후 얼마되지 않아 군사독재정권 앞에서 인권변호사로 당당히 활약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할 만하다. 누구 얘기인가 하면 노무현 민주당고문 이야기이다.

누군가 노무현 고문을 '곰'에다가 비교하는 사람이 있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지나온 그의 행보를 지켜보면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싶다.

1988년 부산 동구에서 1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그 유명한 '청문회스타'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던 그였지만, 김영삼 전대통령의 3당 야합에 크게 반발해 당적을 지금의 민주당으로 옮기면서 그의 험난한(?) 정치 역경은 시작되었다.

연이은 시장선거에서 낙선하고, 지난 16대 총선에서마저 패배하는 등 그는 지역주민들에게 철저하게 버림받으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곰처럼 한 곳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역주의에 편승해 정치생활을 연명해가기보다는 이제껏 살아온 자신의 정치철학을 지키면서 살고 싶다는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지역구민의 표 없이 국회의원이 될 수 없음을 뻔히 알텐데도 무모한 행보를 한 그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당리당략에 휘둘리며 제 소신 한번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대다수 국회의원들을 보면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그가 지난 22일 대우차 부평 공장에서 달걀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맞은 것은 아니고, 옆의 보좌관이 맞았다고는 하지만, 목표가 노무현 고문이라면 본인이 맞은 거나 진배 없는 것이다.

노무현 고문이 대우노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7년도 일이다. 당시 대우조선 이석규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 투옥되면서 그해 11월엔 변호사 업무정지까지 당했으니 그로서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기억일 것이다.

그런 인연을 바탕으로 대우차와 정부간의 분쟁에 중재자로 나섰던 그가 이런 봉변을 당했으니 그로서는 또 한번 좌절감을 맛보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지난 부평경찰서측의 강제진압 과정을 지켜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노조측의 입장을 충분히 지지하지만, 대의를 저버리고 군중심리와 감정만 앞세운 행동에 대해선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 중에 있어서도 왕래하는 '사자'에 대해선 해(害)를 가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 하물며 찾아온 손님(?)에게 이견을 보인다고 물건을 던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비록 예전 대우조선의 일이지만 노무현 고문에겐 빚(?)이 있는 대우노조로선 더 더욱...

그는 낙선 후 "한국의 정치인들은 팔자가 기박하다. ‘높은 사람’이 시도때도 없이 이리로 가자 그러면 갈까말까 고민해야 하는데 세상에 그런 시험을 이렇게 치르는 나라가 어디 있나. 남이 닦아 놓은 길을 누가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누가 새 길을 닦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잘 안된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르겠지만, 소신있게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하는 한 정치인의 정치철학이 그 사람이 속한 정당에 의해 호도되고 지역주의에 밀려서 꺽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이때, 예전 그가 변호사직을 걸면서 인권을 보호해주려 애썼던 노동자들에게까지 외면당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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