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천사' 납신다, '붉은악마' 물렀거라

축구 서포터 '백의천사' 선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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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tribug)등록 2001.06.05 17:28
제목이 좀 편파적인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물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백의천사'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지지부진한 패거리 논쟁, 자리싸움, 종교 얘기... 이런 재미 하나 없는 것으로 이 공백을 채우자니 매우 심산스럽다.

아시는 분 다 아시겠지만 지난 컨페드레이션컵 축구대회 한국 경기에서 새로운 응원단이 선보였다. 바로 붉은 색과 대조된 하얀 옷을 입고 나선 천여명의 '백의천사'였다. 물론 지난 이집트 4개국 대회에 첫 선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이 때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나는 이 '백의천사'의 등장이 못마땅하다. 물론 응원은 자유다. 어느 집단이 새로운 명칭으로 응원을 하건 그것은 지극히 국민의 자유에 해당하는 사항일 것이다. 오히려 나같은 일개 보잘 것 없는 시민이 '왜 새로운 응원단이 나왔냐'고 불평할 사항이 전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백의천사'의 등장으로 또 하나의 거대한 종교집회가 이뤄지는 것, 아 무척 당황스럽다. 그리고 반대편의 붉은악마를 향해 십자가를 들이대며 '너희는 가라'고 무언의 압력을 하는 것 같아 또한 불편하다.

이쯤 되면 특별한 설명 없이도 백의천사가 바로 기독교에 뿌리를 둔 하나의 종교단체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또 하나의 거대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미 그 세력 확장에 성공했다.

서울 하늘을 남산에서 내려다 본 목사님 계십니까? 그 정도 하느님 사랑이 전파됐으면 이제 된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이제 붉은악마도 못봐주겠다고 나선다면 지나친 오버 아닌가?

백의천사의 세력확장은 누워서 떡먹기요, 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게임이다. 알다시피 기독교인들의 세력 결집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게다가 백의천사측이 "2002 월드컵은 하느님이 주신 포교의 기회"란 생각은 참 걱정스럽다.

붉은악마와 백의천사는 동등한 세력은 될 수 있어도 2002 월드컵 호에 동승하기는 어렵게 보인다. 분명 백의천사의 속말에는 '안티 붉은악마'란 또 다른 안티문화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기에 그 응원 뒷편에 숨겨진 속내가 매우 우려 된다.

혹자들은 '누가 응원을 하건 뭔 상관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내가 상관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게 슬프고, 또한 '백의천사'는 분명 순수한 스포츠 정신으로만 무장된 단체가 아니기에 뭔가 잘못 가고 있음을 주지하고 싶었다.

백의천사:www.white-angels.com
붉은악마:www.reddevi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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