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정치인을 원한다

한국 정치판, 왜들 그렇게 잘 나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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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tribug)등록 2001.06.26 16:05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하나 '내 탓이오' 하는 사람이 없다. 약간 어눌하고 주위의 압력에 못 이기는 것 같아 보여도 소신만은 강하고 의지가 올곧은 사람이 없다. 이 말은 바로 우리 정치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쇼를 해도 사회자 있고 패널이 있고 관객이 있다

한국 정치판을 두고 한바탕 '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했을 때 심한 욕이 되듯이 단순히 쇼라는 지칭은 정치계에 너무 과분한 것처럼 보인다. 한 마디로 '쇼만도 못한 정치판'이다.

그래도 쇼는 최소한 관객을 향한 예의가 있고 사회자를 통한 규제가 있다. 그리고 작은 질서가 숨쉬고 관객과의 소통이 있다. 그런데 정치판은 비아냥과 헐뜯기, 자기 추켜세우기, 오리발 내밀기, 관객말에 귀닫기, 사회자 끌어내리기 등 헤아리기 조차 힘든 많은 언동들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내 스스로에게 되물을 수 밖에 없다.
"너 지금 쌩쇼하고 있는 거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최근 정치판의 핵심화두는 단연 언론사 세무조사다. 이 사건(?)의 추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참 한심하기도 하다. 한 마디로 전혀 희망이 안보인다. 가장 크게 드는 의문은 '왜 상식이 통하지 않을까'란 것이다.

문제의 시발점을 민주당으로 잡아본다. 민주당이 거액의 추징금을 선포하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듯한 자세는 의심 받기 마땅하다. 그것도 DJ의 언론 길들이기와 관련한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시작된 세무조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가관인 건 이후 일련의 사례들이다.
각 언론사들의 반응은 파벌을 나누기라도 한듯 묘한 대조를 보였다.
강경자세 조선일보, 半강경 동아-중앙일보, 그리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지나온 언론의 행태를 반성한다는 매우 이례적인 사설까지 가지고 세무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소위 '朝中東'을 제외하면 대부분 올 것이 왔으니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태도다.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뻔한 대결구도를 읽을 수 있다.

여당 - 조중동 제외한 일간지, 방송
야당 - 조중동 기관지

너무 도식적인 구조인가. 여당은 의심 짙은 냄새를 풍기면서도 이내 사람들의 궁금증만 유발하면서 세무조사 결과는 뒷전으로 숨겨 놓고 있다. 의심 받지 않아도 될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야당은 '언론탄압'이란 기조를 초지일관 유지하고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지금 상황은 언론탄압이어야 한다. 야당에게 있어 이건 당위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당위성도 나름대로 상식선에서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이들은 그 흔한 상식을 무시하고 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선일보가 외치는 말들이 갖는 편협성을 느끼지 못하는가. 점차 자신들이 매우 위험한 수구세력의 기관지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을까. 세상에 야당이 정당한 보수라니.
허구헌날 국민을 위한 정치니, 민생안정이니 떠들지만 이들이 정말 상식을 가진 자들이라면 말과 행동을 이렇게 할 수 있는가. 제대로된 사람들이라면 조선일보건 한겨레건, 잘못된 것을 정확히 짚어내서 국민들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어야지. 언론의 파벌 만들기에 동참이라도 하듯이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희망은 없는가?

얼마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각서로 파문을 일으킨 人事가 생각난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 한나라당의 소장파들이 당지도부에 정면으로 이의제기를 한 적이 있었다. 솔직한 심정은 어떤 것이든 당지도부에 꼬투리를 잡아 이의를 제기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보스정치가 너무 심하다.

'몽니'를 부리겠다느니 꼬장꼬장한 말만 하고 다니는 JP가 아직도 한 당의 총재라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지나온 과거지만 DJ는 화해랍시고 너무 많은 것을 놔줬다. 그리고나서 이젠 자의든 타의든 언론탄압이란 짐을 지고 있다. 집권하자마자 상생의 정치, 베푸는 정치를 외쳤던 DJ의 첫 작품 전두환, 노태우 석방은 완벽한 실패작이었다.

전두환을 찬양한 조선일보가 이제와서 '할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하는 것은 무슨 논조인가. 적어도 전두환을 쉽게 용서하지 않아야 조선일보도 용서되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엉망이 돼버렸다.

대권이라니. 누가 후보감이란 말인가

정치를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인물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멀어진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더 신선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인물이 없어도 대통령은 나온다. 그러니 더 절망이다.

서로들 대권후보라고 의기양양한 모습들을 보면 가소롭기 그지 없다. 한 정치인은 '국민에게 지지받는 사람이 대권후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는데... 세상에 누가 누굴 지지한다고?

마지막으로 할 말은 정치인들 모두 국민 앞에 발가벗으라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지막 순간인 나체로 국민들 앞에 서라. 제발 겸손해지고 대안을 제시해달라. 그리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사람, 한 명의 정치인이라도 이런 희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존경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정치인이 있다면 집단 내 갖은 음모가 득세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이 사람을 줄기차게 밀어줄 용의가 있다.
박노해 시인의 말처럼 '사람만이 희망'인 사회는 정말 이상향에 지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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