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풀리지 않는 숙제

누가 진보를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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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quickman)등록 2001.06.27 21:31
당내세력화를 꾸준히 모색해 온 한나라당 내 보수파 의원 20여 명이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모임 출범을 공식화했다고 한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북한 상선 영해침범,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의 금강산관광사업 참여 철회와 협력기금 사용 불가 방침 등등 그 동안 잠잠하던 보수화 열풍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다시금 정치권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것 같다.

최병렬(崔秉烈) 김용갑(金容甲) 의원을 주축으로 안택수(安澤秀) 의원이 대변인 역할을 맡기로 했다는데,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만류로 공식 출범이 유보됐다고는 하나, 한나라당 내에서의 진보 의원들과의 마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번 민주당 내의 갈등구조가 다시금 야당에서 불거져 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최근의 여야의 당내문제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한국의 의회정치의 치졸한 단점을 그대로 노출한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고 생각된다.

무릇 의회를 움직이는 당을 결성할 때에는 당내 구성원들의 명분과 목적의식이 동일시되거나 서로 추구하는 정치성향이 일치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계파나 연고, 동향, 출신학교 등의 인맥중심으로 당을 구성하면서 당의 색깔을 구축하기보다는 세력의 확산에만 치중하다보니 당내 구성원들간에 크고 작은 이견 충돌을 넘어서 이젠 당내 계파간의 갈림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니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물론 정당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집권에 있음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여야처럼 어느 특정한 대상이나 뚜렷한 색깔도 없이 모든 대중에게 인기몰이를 하려는 태도는 정당의 본질절인 취지를 크게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현 지구상의 의회정치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를 잘 보여주고 있는 나라로는 미국을 들 수 있다.

J.F 케네디와 빌 클린턴으로 대변할 수 있는 민주당과 최근 부시가 이끄는 공화당은 대표적인 민주와 보수의 양대 대결구조를 띠고 있으며, 100여 년이 넘는 미국 의회정치사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보수파인 공화당은 주로 상원을 장악하며, 중산층과 상류층을 겨냥한 정책 위주와 최근의 MD정책이 말해주듯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둔 외교정책이 그들의 특색이다.

이에 민주당은 서민들과 소외받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표방하며 '젊은 정치'를 강조한다. 군사정책에 있어서는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미국'을 지향하는 편이지만, 공화당보다는 보다 탄력적인 외교정책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북관련 차원에서 보더라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이를 면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서양 의회정치의 본산지라고 하는 영국에서 토리당과 휘그당이 그랬던 것처럼 보수와 진보의 양대 진영은 의회 정치가 생겨나면서부터 숙명적인 라이벌로 자리잡게 되었던 피할 수 없는 구도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 미국 정치에 있어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마냥 서민층이 잘 살아지고, 공화당이 잡았다고 중상류층만 살 판 나는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 전반의 중심이랄까 외교문제 등과 관련된 정책결정에 보수와 민주의 색깔들이 조금씩 더 묻어난다는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당의 지지기반이 정해져 있고, 유권자들이나 당원들로서도 당을 선택할 수 있는 분명한 명분이 생기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 점이 조금은 부럽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한국 의회에서의 보수와 진보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을까?

"사회의 기존 질서를 보수 우익에서 진보진영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현 정권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모든 것을 바칠 각오로 언론탄압을 막겠다.”

이 말은 서두에서 언급한 한나라당내의 보수파 모임에서 최근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나온 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득권층에게 마냥 양보만을 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부당하고 불법적인 이익추구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만 한다. 탈루와 부당이익이 발생한 부분에서 세금을 추징하고 법을 어긴 해당 언론사 사주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조사 과정과 그 실체공개를 미루는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보인다는 것을 간과한 채 보수세력들은 '언론탄압이며 언론길들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상선이 제주도 근해를 침범한 사태를 두고 왈가왈부 말이 많은 상태이다. 더불어 한국관광공사의 금강산관광사업 참여 철회와 협력기금 사용 불가 방침까지 거론하며,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하는 김대중 정권을 몰아치고 있다.

미묘하고도 말하기 힘든 부분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도 북한을 또 다른 조선이요, 한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립적 관계로만 인식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 50년대식 매카시즘의 발로로밖에 말할 수 없다. 동서의 냉전대결구도가 막을 내렸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으리라.

최근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교사들의 집회가 있었다. 사학재단의 근본적인 비리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해달라는 끊임없는 요구를 한나라당의 보수세력들이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얼마남지 않은 대선을 포석에 둔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겠는데, 지난번 이회창 총재의 교육과 관련된 발언들과는 상반된 행동이기에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단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번 민주당 내의 초재선의원들의 반기도 당 내 보수진영에 맞선 폭탄선언으로 볼 수가 있다. 진보라 믿었던 김민석 의원의 돌변한 태도도 눈여겨볼 만하지만, 중요한 본질은 민주당 역시 무늬뿐인 진보정당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는 것이다.

가신정책의 폐단으로 인사정책에 허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아직까지 대선후보조차 거론하지 못할 만큼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복마전처럼 흘러가고 있는 곳이 민주당인 셈인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사정이 이렇기에 차라리 당을 개편하여 보수와 진보로 그 색깔을 맞추는 것도 생각해봄직한데도 꿈조차 꿀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껏 얘기들이 마치 보수세력들은 나쁘고, 진보세력은 좋다라는 식의 흑백논리처럼 흘러가버렸는데, 현재 한국의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극단적인 보수세력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싶어서일 뿐 보수를 비방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점을 밝힌다.

다만 한국의 정당들이 제 색깔을 찾아가 주고 유권자들은 혈연,지연 그리고 교연을 떠나 당의 정책과 의원후보자들의 됨됨이를 보고 투표할 수 있는 살 맛 나는 한국정치가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글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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