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간의 인륜조차도 막는 국가보안법?

구속집행정지로 손준혁군(전 한총련 의장) 아버지 노제 치뤄

검토 완료

정선미(rureadyeah)등록 2001.07.28 10:58
대구검찰청 앞에서 27일 오후, 손준혁(29세, 6기 한총련 의장)군 아버지의 노제가 열렸다. 이 날, 사회를 맡은 여태희(대경총련 의장,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장)군은 "4년 수배 끝 구속도 모자라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인륜마저도 저버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라고 말하며 국가보안법 철폐의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오전, 단도암 말기로 더이상의 양의학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퇴원해 투병중이던 손군의 아버지가 숨을 거두었다. 그 후,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26일, 손군에 대해 5일간 구속집행정지 판결을 내렸다. 비로소 손군은 아버지의 임종을 맞고 나서야 아버지와 만나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임종을 맞기 전, 손군에 대한 재판이 연기된 후 어머니가 손군에게 면회를 왔다고 한다. 그 때, "이버지를 힘겹게 잡지 말고 편히 보내드리자"는 말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맞은, 아버지의 임종을 이야기하는 손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땅의 국가보안법은 한 가정의 자식 노릇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손군은 "새벽 4시에 일어나 고달프게 일해야 다섯가족이 살 수 있었다"며 아버지를 회고했다. 손군의 아버지는 손군만의 아버지가 아니라 이땅을 살아가는 청년학생들 모두의 아버지였다. 자식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죽기전 자식을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아버지를 보고 어느누가 운동을 하는 학생의 아버지만이 가진 모습이라고 하겠는가! 그런 평범한, 이땅의 아버지가 죽기전 자식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한채 숨을 거두었다. 그것은 국가보안법 그리고 돈많고 힘있는 사람들이 잘도 풀려나오던 보석조차도 기각한 정부 당국이 저지른 만행이다.

학생들의 노제 현장을 지켜 본 어느 시민은 "나는 김대중을 찍었는데, 국가보안법 없애는 것을 그렇게 주장하던 김대중이 왜 그것을 실현시키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빨리 없어져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투쟁하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운동하라고 전해달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다수의 시민들이 노제 참가 학생들의 대열 곁에서 학생들의 발언에 귀기울이고, 맞장구를 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청년학생들의 국가보안법 철폐 의지가 일반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고, 시민들에게도 한총련의 주장이자 시대적 당위인 '국가보안법 철폐'에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5일 '경찰 출석 투쟁'을 벌인 충청총련 소속, 한총련 대의원 8명이 충남경찰청에 긴급체포됐다고 한다. 긴급체포라는 것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근거가 있을 경우'에 그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우습게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라는 죄명으로 깁급체포돼 수사진행 중인 학생들에게 죄목이라고 붙여지는 것이 일하기 초에 진행됐던 등록금 투쟁과 같은 성격의 것들 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등록금 투쟁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같이 외쳤던 새내기들과 일반 학생들 모두는 국보법위반자라는 말인가? 대의원들의 연행 과정과 수사 내용만을 보더라도 국보법이란 것의 존재 이유가 불분명해질 뿐더러 더욱더 그 철폐의 당위성이 강해진다.

손준혁 학우가 구속집행정지가 아니라 석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들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은 이땅의 평범한 아버지의 바램이고, 조국을 사랑하는 청년 학생들의 소망이다. 이날 노제가 열리는 가운데 소나기가 내렸다. 하늘도 이들의 바램에 감동한 걸까?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 빗줄기처럼 이땅의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