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을 재선거, 진짜 386 논쟁 가열

민주노동당 장화식후보, 허인회씨에게 출마포기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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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용(in85)등록 2001.08.15 11:42
오는 10월 25일 예정된 동대문을 재선거에서 진짜 386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 총선에서 허인회 후보와 김영구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로 재선거가 결정된 이후 현재까지 각 정당의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386 주자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은 허인회 지구당위원장을 한나라당은 홍준표 전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만간 공식 후보로 발표할 전망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7월 21일 지구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장화식 사무금융노련 부위원장이 공식후보로 선출되었다.

장화식 후보는 민주당의 허인회 씨를 권력에 줄을 서온 가짜 386이라며 후보사퇴를 권고하고 나서 진짜 386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장화식 후보와 허인회 위원장은 각각 고려대 81, 82학번으로서 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한가운데 섰던 인물들이다. 장화식 후보는 81년 군부대 입소거부 투쟁으로 강제징집된 소위 '고려대 109인사건'의 중심인물로서 강제징집 희생자 추모비건립을 주도했으며, 80년대 강제징집 희생자 1호인 김두황 씨와의 인연때문에 학생 및 운동운동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인회 위원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그 유명한 삼민투위원장 출신으로서 정치에 입문한 386세대 대표주자로서 그 퇴색과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여튼 이번 동대문을 재선거에서는 장화식후보가 가짜 386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 운동권 출신 두 후보에 대한 '진짜 386 논쟁'의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진짜 386으로 자임하는 장화식 후보가 허인회씨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참고자료로 덧붙인다.



허인회 위원장에게 드리는 글
- 서울 동대문(을) 재선거 출마를 포기하십시오.-

허위원장, 반갑습니다. 장화식 입니다.
그 동안 잘 지냈습니까? 암울했던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학생운동을 하며 반민주적이고 반민중적인 권력에 맞서 싸웠던 허위원장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띄우게 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제가 허 위원장의 대학 1년 선배이긴 하지만 그 시절 민주투사로서 허위원장의 모습은 항상 저에게도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85년 도서관 앞에서 전두환의 광주학살을 규탄하는 투쟁 도중에 수많은 학우들 앞에서 몸에 신너를 끼얹고 불을 붙여 달라고 라이터를 내밀었을 때 많은 학우들은 통곡했고, 저 역시 그 날의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매우 바쁘시지요? 허위원장도 알다시피 저는 10월 동대문(을) 재선거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합니다. 허위원장과 저는 80년대 그 엄혹한 시절을 함께 해온 학교 선후배 관계이지만, 허위원장이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저와는 경쟁후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과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며 허위원장에게 진지하게 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81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전두환 군사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으며, 대학생들을 군부대에 입소시켜 정신교육을 시키는 학원병영화작업이 한창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입소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학교에서 제적되고 군대로 끌려갔었습니다. 소위 109인 사건이라고 하지요. 그 후 군대를 제대하고 학교에 복학했지만 암울한 시대상황에서 학교 공부만 할 수 없어 가장 고통받는 민중의 편에 서기로 결심하고 선배들과 함께 반월공단에 취직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3살된 딸과 제 처와 함께 안산에 정착했고, 철판의 녹을 각종 화학약품으로 닦아내며 코피가 흐르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노동자의 삶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뼈빠지게 일해도 대접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비참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87년 7,8월 노동자 대 투쟁때 민주노조를 건설했고 20일 동안의 파업 끝에 승리했지만 결국 해고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안산지역노동조합협의회'를 만들고 지역활동을 했지만 좌절하고 다시 복학을 하여 겨우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 후 외환카드라는 회사에 입사해서 사무직 노동자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무직 노동자들의 삶 역시 쉽지 않은 것을 느꼈고 노동조합의 간부가 되었습니다. 특히 97년에는 노동조합 위원장을 하게 되었는데 IMF 이후에 수많은 사무직 노동자들이 퇴출되는 것을 보면서 때로는 눈물 흘리고 때로는 격렬하게 투쟁하면서 지금의 사무금융연맹에 까지 와서 일을 하고 있지요.

지난 이야기를 이렇게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옛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비참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고 겪으며 생산의 주역이자 역사의 주체인 노동자들의 삶을 탄압하고 수렁으로 빠뜨리는 어떤 권력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정권교체의 흥분과 노동자·서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오늘날 어떻습니까? 지금 이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무리가 있고 다른 쪽에는 한 달에 50만원도 못 버는 비정규직 가장이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오히려 노태우 정권 시절보다도 많습니다. 저는 이것이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따르며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버리고 국가기간산업을 외국자본에 내준 김대중 정부의 역사적 과오라고 생각합니다. 그뿐입니까? 김영삼 정부 5년을 통틀어 구속된 노동자 수가 507명인데, 김대중 정부 3년반 동안 구속된 노동자 수가 570여명입니다. 이러고도 김대중 정부가 진정한 '국민의 정부',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줄 정부'라 생각하십니까? 군사독재 시절, 고문까지 받아가며 노동운동을 해온 저로서는 도저히 김대중 정부를 노동자를 위한 정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허위원장에게 묻습니다. 민주주의는 약자의 권리보호와 경제정의의 실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해고와 일방적 구조조정, 분배정의의 악화로 인해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온 것이 김대중 정부라고 생각하는데 허위원장은 왜 그런 정권에 몸을 담고 있는 것입니까? 허위원장이 학생운동시절 외쳤던 민족민주민중의 삼민투 이념에 비추어 보자면 생존권적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 정부의 구조조정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허위원장도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한 적이 있지요

가슴이 답답합니다. 더 답답한 것은 과거 그토록 민중에 대한 사랑이 넘쳤고, 기득권 세력에 투쟁적이었던 386세대의 대표주자들이 이제는 너무나 쉽게 기득권 세력에 영합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저는 허위원장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와중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봅니다.

아무리 김대중 대통령이 당의 총재이자, 그 어떤 위대한 존재라 해도 한 지역을 대표해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사람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에게 절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권력에 큰절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백성들의 뜻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소신정치를 할 수 있겠습니까? 허위원장의 용맹함, 불굴의 투지를 ?^都?저와 많은 친구들, 선후배들은 그 날 그 사진을 보고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을 정도였습니다.
더욱 서글펐던 것은 그 이후 허위원장이 지역에서 그 사건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보다 나이든 분들을 만나면 무조건 큰절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하지만 실수를 만회하는 유일한 길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실수를 덮기 위해 진실하지 않은 방법을 택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변명하기 위해 자꾸만 거짓말을 하고 결국에는 파멸을 자초하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위선은 진실을 누를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장전입 문제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처음 대법원에서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로 재선거 결정이 났을 때, 저는 '허위원장이 다시 도전할 수 있겠구나'하는 것에만 생각이 미쳤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판결내용을 들여다보고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는 14명, 허위원장은 9명, 두 후보 모두 위장전입을 시켰는데 그 다섯 명보다 표 차가 적게 나서 재선거라니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결국 모두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대법원 판결 직후 허위원장이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사법정의를 말할 때 저는 배신감을 넘어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이제 저 역시 민주노동당의 후보로 동대문을 재선거에 참가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아직까지는 힘이 약하지만 우리나라 그 어느 정당도 두렵지 않은 힘이 있습니다. 저를 공천해 준 것은 권영길 당대표가 아니라, 지역구의 당원들이었습니다. 우리 당은 재벌과 가진 자, 심지어 나라로부터도 한푼도 받지 않고 오로지 1만6천 당원들의 당비로만 운영합니다. 나는 이렇게 민주적이고, 깨끗한 정당의 후보임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그 마음으로 허위원장에게 진지하게 고언을 드립니다. 재선거 출마를 포기하십시오.

제가 지금 보고 있는 허위원장은 과거의 허인회가 아닙니다. 노동자·민중의 편에 서 있지도 않은 집권여당에 들어가서 기득권 세력에 영합하고, 최고권력자에게 절대충성을 맹세하며, 나아가 불법선거의 과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80년대 민족민주민중의 삼민을 외치던 허인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냥 그저 동교동계니, 상도동계니 하는 기성보수정당의 정치꾼 허인회의 모습일 뿐입니다.

저는 허위원장이 옛날 마음으로 돌아가 노동자의 산재현장에, 농민이 눈물을 머금고 밭을 갈아엎는 시골농촌에, 빈민의 세평짜리 단칸방도 초토화되는 산동네 철거현장에 가서 옛날 마음을 다시 회복하길 촉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의 실수와 과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년 후 허위원장은 진정한 지도자가 돼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누구에게 큰절을 해도 그것이 저 암울했던 군사정권 시절, 용맹한 불굴의 투지로 포효했던 허인회의 절이라는 것을 인정할 것입니다. 민족과 민주와 민중을 염원하는 새로운 지도자 허인회를 생각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비록 후배지만 평소 존경해왔던 허위원장과 맞붙어 그 가슴아픈 변신과 과오를 주민들에게 말해야 하는 것이 싫습니다. 아니 너무 괴롭습니다. 하지만, 허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포기함으로써 더 큰 재목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진심 어린 고언입니다.
이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제' 운동을 하는 허위원장에게 어울리는 것이며,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책임을 다하고 우리사회가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두서없는 글로 제 뜻을 더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러나, 저의 고언을 허위원장이 가슴으로 받아들여 용단을 내려 줄 것을 호소합니다.

더운 날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 동대문(을) 국회의원 후보 장 화 식 드림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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