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위크>의 조선일보 비판 보도

검토 완료

민경진(jean)등록 2001.08.27 14:44
<아시아위크>가 그간에 외신이 보여온 양비론적 접근에서 벗어나 한국언론에 대한 심층적인 비판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아시아위크>는 타임워너 그룹이 발행하는 아시아권 영문 주간지로 CNN과 TIME의 뉴스사이트에도 기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아시아위크>의 관련기사 전문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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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무디게 하다>

로저 딘 듀마스/김재현 기자

김대중 정부는 세무조사를 빙자해 언론을 탄압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무조사의 표적이 된 신문사들 역시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강민조씨(57세)는 무책임한 정부의 피해자이다. 그는 또 무책임한 언론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10년 전 그의 아들 강경대군은 학생시위를 진압하던 전경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정부는 아무런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았다. 비탄에 빠진 그는 아들의 죽음을 공론화 해 당시 노태우 정부를 규탄하는 투쟁을 주도했다. 그는 정부가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두 차례나 대가를 지불하려 했다고 증언한다. 강민조씨는 두 번 모두 이를 거절했다. 그러다가 보수적인 메이저 신문 조선일보에 강민조씨를 도박꾼으로 묘사한 기사가 게재되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조작이었습니다. 나는 조선일보가 노태우 정부와 손을 잡고 내 명예를 깍아 내리려 시도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강민조씨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선일보를 제소했고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거두어 들였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가 경찰의 보도자료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언론이 선정적이거나 심지어 거짓 기사를 보도한다는 비판은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강민조씨의 경험은 한국 신문업계의 추악한 다른 측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논란 많은 언론사 세무조사로 인해 신문업계의 이런 어두운 모습이 새삼 세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월17일 한국의 양대 신문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포함한 언론사 사주들이 탈세와 횡령 혐의로 구속되었고 3억8900만달러에 이르는 추징금이 부과되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그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에 물리기 위해 세무조사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 비판이 충분히 사실일수도 있지만 이들 신문사들이 그들의 주장처럼 억울한 피해자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23개 언론사와 69개 계열사는 1995년에서 1999년에 걸쳐 총 7억9200만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포탈했다. 동아일보는 1250만달러의 증여세를 내지 않았으며 김병관 명예회장은 취재비와 광고비에서 120만달러를 유용했다. 조선일보는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126개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주 일가인 방상훈 사장은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들 계좌에서 10만원권 수표를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소된 신문사들은 반격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장실의 최승호씨는 "조선일보는 법정에서 탈세관련혐의를 모두 부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상대로 김대중 대통령은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위압적인 조치를 휘두르고 있다는 국내외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신일 대변인은 "언론 세무조사는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이며 정부권력의 남용"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지지도는 급락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역시 부쩍 늘고 있어 김대중 정부가 언론을 억누르려 시도할 동기는 충분해 보인다. 이번 세무조사의 표적이 된 언론사들은 특히 김대통령에 신랄한 비판적 논조를 보여왔다. 하지만 세금을 추징당한 언론사에는 김대중 정부에 호의적 논조를 보여 온 진보적인 <한겨레신문> 역시 포함되어 있다. 대다수의 여론 역시 언론자유 침해 가능성에 우려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제는 지금껏 미루어 온 언론개혁에 나설 때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노련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64%, 기자들의 75%가 이번 세무조사를 지지하고 있다. 언론노련의 최문순 위원장은 “언론은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고자 끈임 없는 탐욕을 보여왔다. 이제 언론이 그동안 저지른 잘못에 대해 대가를 치를 때가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세는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언론개혁가들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행태와 권력 남용을 비난한다. 이들에 따르면 신문사 경영이 언론 행위보다는 오히려 사주의 권력 확보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한국의 상명하복식 풍토에서 사주는 전권을 휘두르고 있으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를 죽이거나 살리고 신문사의 영향력을 이용해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경쟁신문사를 제압하기 위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몇 년 전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배급소 직원들이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던 끝에 결국 중앙일보 직원이 조선일보 직원을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경쟁은 매출 확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광고주에게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무조건 광고를 게재한 뒤 광고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한다. 언론개혁 시민연대의 김주언 사무총장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저지르는 언론의 편법적인 행위는 오래된 악습이다. 이 악습을 근절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고 전한다.

게다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사를 악용하는 행태 역시 문제다. <주간조선>은 진보적인 정치인 노무현씨가 부정축재를 했다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었다. 노무현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주간조선>을 고소했지만 정치인으로서 그의 명성은 이미 타격을 입은 뒤였다. 두 번에 걸친 국회의원 선거에서 노무현씨의 정적들은 이 기사를 이용 그의 신망을 갉아먹는데 십분 활용했고 결국 그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노무현씨는 “조선일보가 나의 정책을 반대해 왔고 수 년에 걸쳐 내 정치적 경력에 흠집을 내기 위한 기사를 다수 게재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승소를 했지만 조선일보가 항소를 했고 재판은 미결상태로 종결되고 말았다.

한국언론의 문제는 한편 역사적 측면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의 문자해득률이 10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언제나 여론을 이끌 수 있는 핵심적 도구로서 언론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남에 따라 권력자들은 신문들과 밀착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언론이 정치의 관찰자로 남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체제의 일부로서 작동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의 김균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 이전의 모든 집권자들은 조선일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런 밀착관계가 양자의 입지를 강화해 주었던 반면에 조선일보가 독립적 감시기구로서 작동하는 데는 장애물이 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사실 놀랄 것도 없이 한국 언론의 명성은 해외에서도 평판이 자자하다. 한겨레신문의 정연주 논설위원은 “1989년에서 2000년 사이에 워싱턴DC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내가 만난 미국 관리들은 한국언론의 대북보도를 거의 90%는 신뢰하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그는 이제 “한국에는 언론의 올바른 정도가 무엇인지 보고 따를 본보기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갈등을 유발하는 김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올바른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신문들 역시 지금 같은 개혁의 시대에 그들 역시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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