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청소년성매매, 동성간의 사랑.... 문제라구요?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청소년모의법정 대본공모 당선작 시상식열려

검토 완료

박진(leftjin)등록 2001.09.13 20:38
2001 청소년모의법정 대본공모 '친구야, 성난 사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가 마감되었습니다.
이번 공모를 주관했던 우리 단체는 공모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 때문에 초조했습니다. 공모마감 이틀전까지 서너편의 원고만이 응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의법정대본을 쓴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뿐더러 더욱이 요즘 청소년들 같이 감각적인 세대에게 장문의 글을 쓰라고 하는 것은 모험이라는 중평이었습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모 마감일에 실무자들은 바늘 방석에 앉은 듯 불안했습니다. 확인한 결과 수원시교육청을 통해 발송된 포스터는 학교마다 붙어있는 것이 확인되었는데도 별도의 문의전화조차 걸려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급기야 각 학교를 직접 찾아가 세일즈맨 아닌 세일즈맨 노릇으로 공모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공모 첫 해니까 예상했던 거야, 내년부터는 잘 되겠지 뭐. 하며 위안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공모 마지막 날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전화와 메일이 쏟아지는 겁니다.
인권센터의 다른 실무자들은 축하의 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또 한 통화 왔었어. 축하해.", 헐레벌떡 사무실로 뛰어오는 아이들... 마치 공모 마지막 날을 기다려 왔다는 듯한 반응이었습니다. 전날까지 머리를 싸메고 공모마감일자 연기를 마음먹고 있던 실무자의 뒤통수를 호되게 친 격이었지요.

어쨌든 이렇게 모인 공모 편수는 처음 사업을 구상하던 단계의 포부인 수 십, 수 백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공모기간동안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실무자에게 단 한편의 공모작도 신주단지처럼 소중했습니다.

* 공모작의 파격적 주제 - 학교폭력, 성매매, 동성애, 빈부갈등, 시험부정

오래 기다린 님이라 그런지 공모작들은 하나같이 신선하며 논리 정연했고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동성애로 빚어진 학교와 학생의 갈등, 청소년성매매라는 사회문제에 대한 그들의 단죄, 학교폭력을 통해 빚어진 또 다른 폭력사태 등 청소년의 세계를 한발짝 들어가서 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끔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작품들처럼 무겁기가 천근같은 것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아쉽게 탈락한 작품들 중에는 '시험부정행위에 대해 컨닝을 하게 해준 사람 역시 징계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학생다운 발랄함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 동성애, 아직 이른거 아니야.

각 방면의 전문가인 심사위원들간에 작품에 대한 견해가 갈렸습니다. 특히, 청소년들간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동성애,이성애'(김경회,김지혜/영복여고 3년)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시각이 가장 논란 거리였는데, 청소년 심사위원인 학생인권연합의 조상신군(분당 돌마고 1년)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동성애를 비롯한 성정체성에 대한 학생들의 갈등과 고민이 심하다. 그래서 참신성면에서 높은 점수를 줘야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원들 중 한 분은 작품자체가 주제의식이 선명한 만큼 모의법정에 부합하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다 라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고, 한 분은 학생들 사이에 별반 논쟁거리도 아니지 않는지... 이른 감이 있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고른 점수를 받은 이 작품은 결국 우수작으로 선정되었고, 11월 3일 학생의 날 다른 2편의 작품과 함께 상영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 극적 반전과 선명한 주제의식 고루 갇춘 대상작 '굴레를 벗어나'

대상은 수성고등학교 2학년 이학영 학생의 '굴레를 벗어나'가 차지했습니다. '굴레를 벗어나'는 주먹을 통해 친구에게 금품을 갈취하는 학생과 이 힘에 굴복하는 또 한명의 학생, 동생의 처지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른 형 등의 인물이 등장하며, 작품을 통해 힘의 굴레·비겁의 굴레를 벗어나려 애쓰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갈등관계가 솜씨 있게 그려져 코믹한 사투리 대사와 함께 극적 상승효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성애,동성애'와 함께 우수상을 차지한 '청소년 성매매'(김수철외9/숙지고 2년)는 10명의 학생의 공동창작작품답게 여러번 다듬어져, 법정용 대본으로써의 논리성이 깔끔하게 담겨진 작품이었습니다. 여성계로부터 비난의 원성을 사고 있는 청소년성매매 규정 논란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며, 성매매의 일차적 책임으로 "돈이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사회의식에 원인을 찾는 시각으로 작품의 논조를 일관성 있게 끌고 가서 결론까지 이끌어낸 수작입니다.
그밖에도 장려상을 차지한 '점불가장'(이효정/동여여고 3년)은 '모든일에 있어서 폐단이 더하도록 두어서는 아니됨'이라는 주제의식으로 학생들간의 빈부갈등, 무관심한 부모와 학교 학생들에 의한 왕따문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판결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는 면모를 보였습니다. 수상작중 유일한 중학생 작품인 '친구의 성격과 왕따, 그리고 폭력'(최미경/영일중1년)은 등장인물들의 성격들이 선명하면서도 왕따 가해, 피해 학생 쌍방간의 입장을 잘 살펴나간 작품이었습니다.

* 학생의 날 공연

당선된 작품들중 대상 1편, 우수상 2편은 '11월 3일 학생의 날 기념 - 2001 청소년한마당 'G.O. festival'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대상은 수원시장상과 장학금 30만원, 우수상은 수원교육장상 및 장학금 20만원, 장려상은 수원시장상 과 다산인권센터소장상 및 장학금 10만원이 수여될 예정이며, 시상식은 아래의 일정과 장소에서 열립니다.
시상식에는 심사위원 시상소감과 간단한 다과 등이 준비됩니다.

■ 2001년 9월 14일 (금) 오후2시
■ 다산인권센터 회의실(문의 031-213-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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