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한글과컴퓨터사의 무책임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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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hq1911)등록 2001.11.13 15:32
"그래, 시사회라 좋아"
친구녀석의 아침 전화가 단잠을 깨웠지만, 나도 한국사람인지라 공짜라는 말에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시사회 가는 것이 처음이었다. 시사회하고 생각을 해보니 '그럼 영화배우랑 영화감독도 오는 걸까?'하는 막연한 생각에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 "근데 무슨 영화인데?" 물어보니 요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흑수선 이라고 하였다. 혹시나 좋아하는 안성기 씨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슨 질문을 해볼까 하는 기대까지 하게 되었다. "어떻게 표를 얻은 거야?"하고 물었더니 "응, 아빠가 컴퓨터 하시다가 한글과컴퓨터사에서 하는 행사에 응모해서 얻었어"라고 하였다

그렇구나 하면서 우리는 신촌의 한 극장으로 걷기 시작했다. 30여 분전이라 느긋하게 움직였지만 극장 안은 난민촌을 방불케 하였다. 그때부터 시사회에 대한 환상은 깨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잠깐은 역시 한국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해 하고 생각을 했지만 개봉시간이 몇 분 안 남았음에도 우리에게 표는 주어지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와 같은 사정에 있는 사람이 어림잡아 백여 명은 되는 듯 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는 고함소리가 이쪽 저쪽에서 울려 퍼지고 앞에 표를 건네주던 직원은 황급히 자리를 왔다갔다하고 전화를 이곳저곳에 하였다. 그러더니 표가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러했다. 극장정원이 200여 명인데 함께 행사를 주관하던 나우누리와 네띠앙, 그리고 한글과 컴퓨터사까지 각각 200명을 초대한 것이었다. 그 직원은 명백히 이건 극장측의 착오라고 변명을 했지만 40여 분을 사람들 틈에서 끼이면서 기다린 사람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첫 시사회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어떻게 해서 초대권을 받아쥐고 극장을 나왔지만 영 석연치가 않았다. 우리나라의 굴지의 IT회사가 이렇게 준비가 불철저한데 분초를 다루는 인터넷 업계를 선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서만 보고 일을 처리하는 습관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추운 가을저녁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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