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비판적 지지'의 망령에 놀아나지 말자

김근태, 노무현이 과연 진정한 개혁세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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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용(in85)등록 2001.11.16 18:35
96년 김근태 씨가 의회에 진출하기 전에 4호선 지하철에서 그분께 인사하고 대화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선거국면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진출할 수 있겠지만 보수야당(당시 국민회의)이 기층의 희망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사회에서 개혁성향이 강하고 좀더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와 386세대 중에서 소위 '여권내 개혁파' 에게서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이 많다. 특히 '김근태나 노무현 둘중 아무나 하나만 나와줘라. 연합하면 더욱 좋고 싸우지만 말아다오' 라며 개혁성향이라면 누구라도 좋다는 견해들도 있다.

김근태, 노무현은 결국 취약한 정치적 기반 하에서 연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나, 그들이 과연 우리사회의 정치적 진보를 담보할 수 있는 진정한 개혁세력인지는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87년 대선 이후 15년의 정치적 후퇴를 가져온 결정적 오류가 소위 '비판적 지지'라는 망령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야 될 문제이다.

즉, 김근태, 노무현 씨에게 정치적 희망을 걸고 그들에게 정권을 맡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분명한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 막연한 인기나 감상적인 환상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면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면서 사는 우리네 부모님들과 우리사회 기층민중의 입장에서, 즉 진보의 관점에서 희망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김근태, 노무현 씨가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고, 좀더 양심적이고 참신하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의미라면 김대중 대통령보다 더 훌륭한 인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김대중 씨의 한계를 너무나도 분명하게 경험했다.

김근태, 노무현 씨가 희망이 될 수 있는지는 다음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전제되어야 하며, 최소한 두 번째 조건까지는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들이 진정하게 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적 진보를 추진하려는 사람들인가?
둘째, 진정하게 한국사회의 진보적 개혁을 담보할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셋째, 한국정치 현실안에서 진보적 개혁을 추진할 만한 정치세력을 만들고 있는가?

김근태, 노무현 씨에게 개혁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붙여주고 아무 근거도 없이 정치적 진보를 담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자위요, 주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면밀히 본다면 김근태, 노무현은 하나의 질문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만 김근태만이 첫째 조건에 근접한 정도인 것으로 판단될 뿐이다. 그들은 개혁파 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개량적인 김대중 정권의 온실 안에 있었고, 따라서 보수 개량주의의 한계로부터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은 더욱 그러한 인물이며 그는 취약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보수개량의 핵심인 동교동계에 구애하고 있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노무현이 있었던 꼬마 민주당은 지금의 한나라당과 비슷한 집단이었다.

더구나 김근태, 노무현에게 희망을 거는 많은 분들은 과거 반세기 한국 정치사의 불행이었던 '인물정치, 보스정치'의 오류를 똑같이 범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적 변화는 한 인물이 아닌 진보적 개혁을 추진할 대안을 가진 일정한 정치세력에 의해 주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등 수구세력이 싫다고 차선을 선택한다는 논리는 똑같은 노예의 논리이다. 최선이 있는데 왜 차선을 선택하는가? 최선이란 바로 우리 스스로 현 정치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적인 대안 정치세력을 세우는 것이다. 당장 그러한 세력이 없다고 불평하는 '소아병' 환자들은 더 이상 개혁과 진보를 말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한국 정치 내에서 그 선택은 이미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당이 대안 정치세력으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진보적 정치세력은 유일한 '대중적 대안정당'인 민주노동당으로 결집되어 있고 아직은 모든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힘이 없다고 해고 한국 노동계급의 정치조직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진보정당이 갖는 의미는 지난 15년간의 정치적 후퇴를 연장하여 20~30년의 후퇴를 방관하느냐, 이제라도 진보정치세력의 제도권 진출을 통해 역사의 후퇴를 마감하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먼 안목, 긴 호흡이 필요한 때이다.

2~30대 개혁세대는 무언가 달라야 하겠는데, 막연한 개혁성향의 몇몇 인물들에게만 목매고 있는 후진적인 정치희망의 논리가 판을 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런 논리 뒤에는 자신들의 출세를 노리는 가짜 386들이 있으며, 그들은 이미 희망의 싹조차 보여주지 못한 기회주의적인 집단들로 드러났다.

김근태, 노무현도 개량주의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의 성공을 기도하는 한 그들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단언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진정한 개혁진영으로서 민중들의 희망이 되려면 지금 당장 김대중 정권과 결별하고 노동자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정치의 마당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통령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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