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논쟁의 한 가운데서

우리의 삐뚤어진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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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재(reformer)등록 2001.11.30 11:00
요즘 학원강사뛰랴 과외뛰랴 정말 일주일이 그렇게 빠르게 갈 수 없을정도로 바쁘지만 한 가지 추가로 하는 일이 있다. 고3 후배님들의 대학지원 상담을 해주는 일이다. 물론 내가 입시 전문가는 아니지만, 서울시내 각 대학에 포진되어 있는 친구들 인맥과 학원에서의 회의 내용을 토대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겪은 입시 경험을 가지고 상담에 임하고 있다.

3일전에는 한참 게시판에 상담에 대한 답을 올리고 있었는데 내 주위가 서서히 환해지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고 놀랐다. 아침 7시였다. 7시간을 꼼짝도 안하고 앉아있었당!!

문제는 어제였다. 한참 답을 하고 있었다. 2001년 중앙일보 전국대학종합평가 결과를 토대로 상위권 대학의 발전전망에 대해 자료에서 본대로 난 글을 썼다 .근데 성균관대와 한양대가 발전하고 있다는 대목을 문제삼으며 고려대생이 반론을 펴기 시작했다.

사실 카이스트가 1위 그뒤로 포항공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그리고 6위가 성대였고 7위간 8위가 한대였다. 성대는 지난해 7위에서 상승한것이었고 한대도 2-3계단 상승했다. 그러면서 고려대가 연세대에게는 밀리고 성대 한대에게는 추월의 위협을 느낀다고 적었는데 고대생이 문제를 제기한것이다.

아주 거만했다. "구라를 까도 좀 작작까라...성대와 고대를 비교하다니 어이없다..성대가 내년에 1위 한다고나 해라" 나에겐 모욕으로 느꼈졌다... 나도 반론을 폈다,.수십가지 평가항목에서 고려대가 23가지에서 1위를 했었고 성대는 22가지로 간발의 차로 6위를 기록했었기에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고대생은 이번에는 미국 대학평가도 틀리는 마당에 한국의 평가를 믿을순 없다고 했다..그러면서 한 말이 가관이었다. "평가 항목을 졸라 구라같은 걸로 정하니까 예전에 돈내고 들어가던 삼류대가 판친다" 할말을 잃었다. 한번 명문대면 영원히 명문대라는 생각. 객관적 수치조차도 사대주의적으로 매도하는 태도. 타학교의 발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좁은 사고. 어쩌면 그 고대생은 우리의 자화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혹시 성균관대에 합격하고 성대보다 점수가 낮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을 겉으론 아니지만 은근히 속으로 무시하진 않았었나요? 괜히 서울대 연고대라고 하면 은근히 위측되는 자신을 발견하진 않았나요? 이제 나도 성대 정도 왔으니 명문대생 돼었다고 이제 이 정도면 됐겠지하고 자만하진 않았나요?

하지만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학벌 구조는 변해야 합니다. 우리 학벌의 문제점은 "입학생의 수능점수로 순위가 매겨진다는 것입니다". 웃기는 이야기입니다...어떤 학문적 성취나 사회적 기여도 하지 못한 19살의 신입생의 수능점수로 명문대를 구분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학 입학은 학문적 역량을 발휘하는 출발일 뿐입니다.

그리고 또하나는 "일렬로 된 폐쇄적 학벌구조입니다" 서울대- 연고대-성대 서강 한대 이대...지방대.... 우리에게 낯익은 학벌 계산 공식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저 계층간 차이를 극복하긴 거의 불가능합니다..물론 어느나라나 일류는 있습니다. 미국에도 하버드 예일 프린스트 등 명문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학문에서 우위를 점하며 "상위그룹"을 형성하지 우리처럼 서울대가 모든 학분 분야에서 일류로 대접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교육여건 개선과 교수님들의 연구 학생들의 성과가 더해지면 명문대로 발돋움할수 있는 개방적 구조를 우리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 말로 지방대격인 칼리지를 들어가도 칼리지에서 열심히만 하면 일류대로 편입하는 길이 제도적으로 정착되 있습니다..우리 나라의 빈 자리 채우기식 편입제도가 아닌 인재 선발의 기능입니다..그리고 미국의 경우 일류대에 입학했다고 일류로 대접받고 졸업후에도 일류로 살지 못합니다...입학보다는 졸업이 힘들고 졸업시 성과를 낸 학생만이 일류인 것입니다.

"7막 7장"이란 책을 썼던 하버드생 홍정욱 씨를 기억하시죠? 그가 하버드를 졸업할때 논문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우린 그를 우러러 보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은 다분야의 1등을 기르는 교육입니다...졸업시에 거의 반수 이상이 상을 탑니다..오히려 못타는 것이 우수운 일입니다. 홍정욱 씨는 단지 논문이 우수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명문대에 민족사관고 아이들이 입학했다고 떠들썩했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선진사회에서 대학입학은 단지 개인과 대학간에 사적 계약 관계일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온 집안과 나라가 흔들리는 행사가 아닌 것입니다.

내가 당신네 학교에 가고 싶은데 난 이러이러한 능력이 있소. 뽑아주겠소? 합격이요. 그래서 우리처럼 대학에 떨어졌다고 자살하지 않습니다..오히려 자살하는 사람이 정신병자입니다. 한단계 낮은 대학에 가서 실력을 키워서 다시 편입하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처럼 대학입시가
"공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공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관계로 원했던 대학에 떨어지면 가족 친지 친구들 볼 낯이 없는 것입니다..선진사회는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입니다. 우리처럼 고3 때 치루는 수능 한번으로 일생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SAT를 최대 6번까지 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SAT점수로 대학을 가는 게 아닙니다. 운동은 필수고 신방과를 지원하는 학생은 고교 신문사에서 열심히 활동을 해야 합니다. 선발기준이 다양합니다.

우리처럼 수능, 내신, 면접, 논술의 4형제가 인생을 지우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어제 만난 그 고대생을 비난할 수 만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 학생도 우리 사회가 수십년간 강제로 세뇌시킨 학벌 이데올로기의 피해자일지 모릅니다. 언론이 주범입니다. 연세대 이사장인 방일영 회장의 조선일보와 고려대 이사장인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님 제발 이제는 그만하셨으면 합니다. 한국 최대의 두 신문이 벌이는 연고대 사랑하기는 이제 집착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서울대는 몇점까지 지원가능 연고대는 몇점 성한대는 몇점 우리에게 폐쇄적인 학벌구조를 입력시키지 말아주십시요. 성대도 삼성과 인척관계인 중앙일보에서 음양으로 미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어쩌면 연고대를 이기려면 성대도 언론의 힘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우리가 그들과 같은 치졸한 언론플레이를 벌인다면 우리도 똑같은 수구적 학벌 옹호론자일뿐입니다.

제발 학벌로 사람의 인성과 능력을 평가하지 맙시다. 우리가 우리보다 낮은 대학의 친구들을 무시하면 우리도 서울대 친구들에게 무시 당합니다..자승자박입니다. 혹 어떤 친구는 학벌을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무시할 수 있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학벌의 굴레에서 신음할 순 없습니다. 우리들만이라도 세계100위권 대학을 꿈꾸는 우리 성대인 만이라고 변화했으면 합니다.

노력하는 대학이 명문대가 되어야합니다. 게으른 명문대는 더이상 명문대로 대접받아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머리속에 깊이 각인된 SKY이 신화도 이제는 깨져야 합니다. 어쩌면 그 SKY신화를 깨는 사명이 우리의 모교인 성균관대의 사명일지 모릅니다. 내년 대학평가에서 저는 소망합니다. 우리 성대가족이 합심해서 한번 그들을 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명문대간 서열화가 아닌 "그룹"화가 이루어져야하며 상호간에 학점교류등의 교류가 필요합니다.

더 이상 과거 고려대 학생들이 이화여대랑 격이 안맞는다며 학점교류를 비난했던 일들은 이제 과거의 아련의 기억으로 보냅시다. 오직 유일한 기준은 실력과 노력이길 소망합니다. 기적이 일어나길 아니 노력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글을 맺습니다.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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