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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겠다고 도서관에서 고르긴 했지만 강준만 교수가 썼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공포였다. 정말 우리 사회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분임에 분명하다. 며칠전 수업시간중 한 교수님께서는 '지옥에서 나타난 악마같은 인물' 이라는 말까지 하셨다.
나는 그를 지지하지도 또 저주하지도 않지만 그에게 영향을 받았음은 부정할 수 없다. 중학교 2학년때 제목 때문에 -물론 끝까지 다 읽지는 못했지만- <김대중 죽이기> 를 읽고 중학생 조선일보 기자직을 미련없이 던져 버렸다. 고등학생 땐 인물과사상을 구독해서 읽었다.
우리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솔직히 그의 일관된 논리 앞에서 질려버려서 강준만이라는 이름을 조금은 피하고 싶었다. <김대중 죽이기> 이후로 그는 아주 많은 책을 냈지만 난 그의 책을 어쩌면 일부러 읽지 않았다.
언론개혁, 재벌, 지역감정, 학연과 같은 우리 사회의 꼭 풀어야할 숙제임을 인식하면서도 해결하는 데에는 정작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나 조차도 어쩌면 국민사기극의 조연 중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인질로 잡힌 한국인은 개혁을 원치 않는다' 라는 글귀가 책의 표지에 써 있다. 많은 국민들이 개혁을 바라는 듯하지만 그 실상은 개혁을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의식이 있음을 저자는 일관되게 지적한다.
우리 사회 부패 구조의 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수구언론의 횡포를 알면서도 조중동을 구독하는 국민이 74%에 이르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정치를 욕하고 비판하는 언론, 언론을 업으려고 노력하는 지식인, 재벌의 눈치를 살피는 언론. 언론개혁 없이는 우리 사회의 그 어떤 문제도 풀 수 없을 것처럼 꼬여 있다.
거대권력인 언론에게 누가 감히 손을 댈 것인가? 정권조차도 어찌하기가 불가능하다. 정권은 5년이면 어차피 바뀌지만 언론권력은 영구적이기에.
이런 사회구조 하에서 '조폭언론'과 전쟁이라도 불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정치인이 있으니 그가 바로 노무현이다. 노무현을 통해서 저자는 언론개혁의 가능성을 살펴보려고 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언론개혁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데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가 언론에 의해서 규정지어지고 조작된 것이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도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계속된 좌절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쇼맨쉽이 뛰어나군 그 정도로만 생각해 왔었다.
이 책은 <용비어천가>가 아니다. 저자를 노무현 브레인의 한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견해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어린 시절의 난 DJ정부가 들어서면 강준만 저 사람은 자리 하나는 맡겠군 그런 식으로 생각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다.
국민사기극에 깊게 빠져 있는 우리 국민들인만큼 사실 노무현이 꿈꾸는 세상은, 그리고 저자가 바라는 세상은 어쩌면 정말 먼 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국민사기극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바르게 돌아갈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우리 사회의 돈키호테와 같은 강준만이라는 저자를 가진 책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저자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날이 제발 올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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