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의 본질 호도 말아야

황수정 사건을 통해 본 마약범죄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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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용(in85)등록 2001.12.11 20:45
12월 10일 히로뽕 투약혐의로 기소된 탤런트 황수정에 대한 1차 공판이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연예인을 소재로 하는 신문들은 황수정과 강모 씨에 대한 검찰의 신문내용과 답변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몇몇 스포츠 신문들은 이날 재판장에 대해 '특별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한편의 법정드라마' '베일을 벗는 미스테리' 등의 표현을 쓰면서 호기심 차원에서 다뤘다. 어떤 스포츠신문들은 황수정이 심야에 어떤 남자와 장시간 통화했다는 검사의 추궁내용을 들어 황수정의 또다른 남자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이 이뤄지기 전에 이미 국내 언론과 신문들은 이 사건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갔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변태적인 관음증을 자극하는 상업주의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어느 누구도 마약사건으로서의 본질에 접근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 사회의 병폐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검찰측도 황수정이 '마약인지 알고 먹었다, 성관계의 쾌감을 더하기 위해 투약한 것 아니냐' 하는 등 황 씨의 범죄사실을 구성하기 위한 원색적인 심문만을 하였고, 성생활을 포함하여 사생활을 노골적으로 들춰내는 수준에 그쳤다. 국민들의 건강 차원에서 마약범죄와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검찰이 스포츠신문 수준으로 이 사건에 접근함으로써 마약범죄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마약범죄의 본질이 겨우 이런 것인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약범죄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마약범죄에 대한 법제도상의 모순, 국민의 정부하에 있는 검찰 권력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현행법이 마약범죄를 제대로 규율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서구에서 마약범죄는 마약의 제조와 판매에 있지 그것의 소비는 심각하게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미국 클린턴 전대통령이 과거에 마리화나를 피운 일은 구설수 정도에 그치는 것이었다. 즉 마약소비의 본질은 개인의 정신건강의 문제이고 일부 도덕적인 차원이 있는 것이다.

마약투약이 무조건 범죄를 구성하는 현행법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런 모순 때문에 황수정 사건에서 보듯이 알고 먹었느니 모르고 먹었느니, 섹스의 쾌감을 더하기 위해 투약하지 않았느냐 하는 웃지 못할 공방이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마약의 제조와 판매이다. 이것은 범죄행위로서 비인간적인 상업주의에 의해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마약범죄에 대한 양형규정은 마약의 제조판매와 사용의 본질적 차이를 두지 않고 포괄적으로 범죄의 정도에 차이를 두고 있다. 마약의 제조판매자와 단순사용자에 대한 실형량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검찰에 되물어야 할 문제이다. 검찰청은 이에 대한 자료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결국 마약류의 제조판매에 대해서는 엄격한 형량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마약을 판매하다가 사형당한 한국 국민이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일개 연예인이 마약인줄 알고 먹었는지의 여부가 범죄여부를 구성하기에 법정공방이 되고 있다면, 이는 얼마나 한심한 것인가?

둘째, 정부와 검경찰이 마약범죄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대검찰청 마약부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마약범죄 건수는 한해 1만건 정도로서 일본의 반 수준이다. 올해 8177건의 마약범죄중 마약의 사용이 5790건으로 70.8%를 차지하고, 마약의 밀수나 밀매 단속은 1100건으로 12%에 그치고 있다. 결국 광범한 마약의 유통을 차단하지 못한채 마약의 소비를 막는데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약범죄의 뿌리인 조직폭력배 관련 단속 건수가 지극히 미미하다. 2000년 1만304건의 마약범죄중 조직폭력배가 관련된 건수는 17건으로 0.2%에 불과하다. 그것도 밀매와 관련된 건수는 3건에 불과하다는 점은 검찰이 조직폭력배의 마약 유통을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야쿠자 폭력단원과 관련된 히로뽕 범죄단속이 전체의 40.8%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검찰조직을 일컬어 '또하나의 마피아' 라고 냉소를 보내는 것이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우리나라 검찰은 마약의 유통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외국인의 마약범죄 단속에 너무나도 안일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마약범죄 단속 사범은 2000년 23명, 올해 65명으로 각각 전체의 0.2%, 0.8%에 불과하다. 같은 해 일본의 외국인 마약사범 단속은 720명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외국인 마약사범은 미국인이 1위를 차지하며, 미군이나 미국교포 등의 마약범죄가 증가해 사회문제화되고 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중국의 최대 마약 수출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히로뽕 등 마약류의 99% 이상이 중국으로부터 밀반입되고 있으며, 2000년도 외국산 마약 밀수량이 318%나 증가하였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는 마약의 확산에 대해 범죄단속 이상의 근원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마약범죄, 특히 마약의 소비는 사회경제적인 복합적 요인이 있다. 국민들로부터 마약을 차단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그 복합적 원인을 치유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권말기나 연말에 연예인 등의 마약범죄를 단속하는데 그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마약은 개인의 정신건강의 문제이므로 마약사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과 재활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마약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규정이 있음에도 작년까지 치료보호자는 170여명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마약사용자에 대한 단죄 이전에 본질적으로 인간의 건강성과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황수정을 기소하여 공판하고 있는 검찰측처럼 마약인줄 알고 먹었느냐, 범죄냐 아니냐 하는 본질을 호도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이를 예방하고 중독자들의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치료보호책을 세울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청소년들을 마약사용으로부터 예방하기 위하여 담배류도 마약과 같이 분류하여 그 유통을 엄격히 통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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