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정말 누구였나

21세기 캠페인을 하면서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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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용(in85)등록 2001.12.26 21:26
오늘 우리시대에서 진정한 예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드러난 사실과 그 추론에 근거해 열두가지의 명제로 정리해 본다.

1. 예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그를 격하시켜야 한다. 예수 자신은 진정한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신으로서의 예수는 재고되어야 하며 동시에 신의 인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2.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의 뜻을 실천적으로 따른다는 의미여야 한다. 더 이상 우리의 신앙을 베드로나 바울의 신앙에 근거할 수 없다.

3. 예수를 따르는 신앙은 더욱 세속화되어야 한다. 제도화된 종교 보다는 사회전체의 차원에서 현실적합성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시대 자본주의 현실에서 우리 신앙을 세속화하는 과제는 사회주의의 해방적 이상을 기독교 구원의 세속적 형태로 실천하는 지점까지 나아가야 한다.

4. 예수의 비전을 설명할 때 예수자신의 비유나 경구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해석도 다의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예수를 새로운 드라마로, 다른 줄거리의 이야기속에서 배역을 맡길 필요가 있다.

5. 우리는 그리스도로서의 예수의 사명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예수의 진정한 사명은 예수 자신의 사명의식, 즉 그가 인식한 비전에 근거한 것으로 부여해야 한다.

6. 예수는 사회적으로 불온시 되던 계급집단과의 개방된 식탁을 유지했다. 그리고 용서를 상호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또한 사람들 앞에서 티내는 신앙을 정죄했다.

7. 예수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과의 중개인 없는(unbrokered) 관계를 주장했다. 예수는 그의 추종자들로부터 기독교인의 특권을 빼앗는다.

8. 예수는 모든 상벌이 내부적인(intrinsic) 것임을 명백히 한다. 우리는 보혈의 공로에 의한 구원의 교리를 버려야 하며, 구원은 사람들에게 내부적이며 실천적인 것이다.

9. 우리는 부활에 대한 보도들을 사실 그대로, 즉 예수가 본 것에 근거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도들에게 나타났다는 특권과 권위를 배격해야 한다.

10. 예수의 실제아버지는 아닐지라도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회복시킴으로써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의 성(sex)을 구원해야 한다. 동정녀론의 순결/독신논리, 원죄유전론, 임신외의 성관계를 정죄시하는 금욕주의는 기독교의 비극이다.

11. 기독교에서 묵시종말적 요소들은 윤리적으로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 즉 불의에 대한 묵시적 항거가 다른 세상이나 미래에서만 정의를 구하는 것이라면 이는 보복적이고 감상적인 윤리이다.

12. 신양성서는 기독교를 창안하기 위한 고르지 않고 편향된 초기 여러 시도들로부터 나온 기록임을 천명하여야 한다.

내가 사는 집안에는 예수사진이 딱 하나 걸려있다. 이것은 유명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영국 BBC 특집방송에서 예수의 인종적 계급적 특성을 고려하여 합성한 사진이다. 그 모습은 영화 등에서 많이 본 성자인 예수라기 보다는 고대근동의 수공노동자로서 검게 그을리고 반항적이고 인간의 냄새가 나는 모습이다. 마치 영화에서 본 거칠고 못생긴 베드로의 모습에 가깝다.

미국 '예수세미나'의 대표인 존 도미니크 크로산은 예수와 동시대 인물에 대한 기록을 통해 예수의 직업, 계급,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의 성격을 이렇게 묘사했다. " 밑바닥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저항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보다 나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애쓰는 전형적인 고대 근동지역의 농민의 모습일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의문, 예수는 정말 누구였으며 그가 원했던 것은 정말 무엇이었나? 이에 대한 대답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역사적으로 기독교신앙이 범한 오류들을 지적해야 한다. 중세의 마녀사냥과 십자군 전쟁, 20세기 세계 식민지화와 두차례의 세계전쟁, 지난 2천년간 노예제도에 의한 인신매매 등 숫한 역사적 과오는 주로 지배적인 서구의 백인 기독교집단에 의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교회가 아프간전쟁을 정당화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이런 의문에 대해 지난 세기까지 역사적 예수론(예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밝혀야 한다)과 비서구적 기독론(제3세계 민중의 관점에서 그리스도가 고백되어야 한다)이라는 두가지 흐름이 전개되어 왔다. 새로운 밀레니엄, 21세기의 그리스도는 역시 두가지 방향에서 새롭게 발견되고 고백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인간의 구원과 해방의 관점에서 실천적인 대답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앞의 12가지 명제는 예수세미나의 대표인 로버트 펑크의 저작, 예수에게 솔직히(Jesus for a new millennium) 부록편에 수록된 스물한가지 명제를 전반적으로 요약하고 또한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정리해 본 것이다. 결국 21세기의 진정한 예수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발견과 함께 제3세계의 여러 신학들(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 흑인신학, 한국의 민중신학, 여성신학, 생태학적 신학 등)의 고민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21세기 첫해인 올해 나름대로 '21세기 캠페인'을 해왔다. 지난 세기의 지적, 사회적인 쟁점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겠다는 각오로 약 15년간 읽어온 책들중 중요한 것을 다시 보는 작업이다. 주로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가족들이 잠든 심야에 몰래 일어나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서 아내는 "그 책에서 말한 예수의 모습이 힘들면서도 끈질기게 사는 당신과 비슷하다"고 했다. 정말 그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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