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가 죽어야 문화가 산다

핏대 세우고 비판해도 변하지 않는 가요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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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tribug)등록 2001.12.30 17:55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독자들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제목에 대한 부언이 필요할 것 같다. 사족 같지만, 가요가 죽어야 한다는 것은, 거듭나야 한다는 것의 동어반복이며, 또한 죽을 요소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음을 밝혀둔다.

올 한해가 저물며 언론에서 가요계를 결산하는 방법과 논점은 엇비슷하다. 먼저 전체적으로 가요계가 흉작이었고, 댄스는 퇴조했고 발라드, R&B가 부상했다고 한다. 가요계 안팎으로는 한류열풍, 음반시장의 불황, TV 가요프로그램의 시정논란, 연예제작사의 MBC 집단 출연거부 등 내홍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변할 것은 변해야 한다, 바꿀 것은 바꾸자는 목소리가 제법 가요계의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자뭇 반성의 시간이 넉넉하게 제공될 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소위 태클을 거는 반대급부의 목소리들은 어느 새 묻혀 있고, 연말의 가요계는 또 다시 예전의 작태를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결국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이제 더 이상 각 방송사의 연말 가요상 프로는 존재할 이유도, 그 가치도 희석됐다. 1년 동안 춤추며 입만 뻥긋하다가 가수상을 받는 이들이 허다하고, 모두가 공주, 왕자 대접을 받듯 화려하게 컴백과 굿바이를 반복한다.

또한 모가수는 허리디스크로 공익판정을 받았음에도 무대만 서면 펄펄 날고(물론 무대에 서면 강인한 정신력이 발동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몇몇 가수들의 신체검사 장면이 거리낌없이 전파를 탄다.

이런 허접한 일상들이 모아져서 이들을 위한 결산의 자리를 방송 3사가 나란히 마련해주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심각하다. 가수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공들인 노력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촉매제 역할을 할 뿐이다.

방송의 가요순위와 가요상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적어도 20대 이상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어쩌다 트롯 가수 몇명 끼워놓고 구색을 맞추려고 하는데 이건 정말이지 '눈가리고 아웅'이다.

또한 공정성 측면에서 봐도 오점 투성이다. 제도권(?)내로 상당히 근접했다고 하는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경우 여타 댄스가수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활동이 두드러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의(?..!) 가수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그다지 잘 생기지도 못하고 10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해서 일까? 그렇다면 실력과 대중성을 두루 겸비했다 해도 TV 가수상에 다다르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KBS, MBC, SBS 3사는 각각 가요프로를 만들어 매년 전파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것을 꼭 각각 만들어야 한다면 그 당위성이 분명해야 하는데 아직도 당위성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겠다.

3사는 공동으로 방송 가요상을 제정해야 한다. 아직도 방송사에서 가수를 밀어주나? 가수는 방송사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방송사는 가수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적어도 한해 가수상은 하나로 통합된 권위와 공정성을 동시에 회복해야 한다. 국내의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판매집계와 인기투표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면 당연히 수긍할 수 있다.

이제 진정으로 시청자들이 보길 원하는 가요상 프로그램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제대로 된 가요상, 제대로 된 인기평가... 이런 걸 바라는 게 여전히 부푼 꿈에 지나지 않은가? 아니면 영원히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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