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는 한국 모든 장애인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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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수(fromryu)등록 2002.01.11 08:54
평택에 위치한 에바다 농아원(에바다 학교) 정문에는 농성하는 사람들이 설치한 현수막과 선전물들이 가득 붙어 있다. 10일 오전 10시에 신고된 '에바다비리세력 척결과 정상화를 위한 시민결의대회' 집회를 대비해 농성중인 시설관계자와 일부의 외부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선전물이 부착된 간판을 세워 놓고 정문 앞을 완전히 막아선다. 십여 명의 농아원들은 학교 안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담장 위에까지 올라가 있다. 저마다 마스크를 한 농아들이 대부분인 학교 안은 피켓팅만 보일 뿐 정적이 흐르고 있어 비장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96년 전국에 TV방송을 타고 보도되기도 했던 소위 '에바다 사태'가 5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폐쇄되었고 몇몇 농아원생과 시설관계자들은 학교 안에서 농성을 하며 새로 선임된 이사진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등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 사회에서 다 같이 어렵게 살아가야만 할 농아들을 학교 안과 밖으로 갈라놓으며 대립의 골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

7인의 영정과 대표 없는 비대위

현재 에바다 이사진은 지금까지 에바다 사태를 제기해온 소위 공대위 측의 관선이사 7명과 구법인 측의 이사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정문에 관선이사 7인의 이름이 영정으로 만들어져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지금 학교에서 농성중인 학생과 임직원들의 배후에 이들 7인의 이사 선임을 반대해 왔던 구법인 이사들과 최 씨 일가가 있다는 집회 관계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작은 암시처럼 보였다.

이런 의구심은 기자가 집회 참석자들이 도착하기 전 먼저 농성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 했을 때도 감지 할 수 있었다. 농성관계자가 나눠준 유인물에 적힌 '에바다 비대위' 대표자를 만나고 싶다는 우리의 요구에 그들은 '아직 대표자가 없다'는 말을 하며 한사코 출입을 막아섰다. 그것은 그들이 지금의 농성을 주체적으로 꾸려서 이끌어 가고 있지 못하다는 증언을 한 셈이었다.

에바다 졸업생인 한 여성은 '지금까지 많은 기자들이 우리를 취재해 갔음에도 한 번도 제대로 기사화 해준 적이 없다'는 강한 불만을 수화로 주장했다. 그녀는 줄곧 전직 에바다 농아원 교사였고 지금은 에바다를 나온 농아들을 가르치는 '해아래집'을 운영하고 있는 권오일 교사의 성추행 문제를 거론하며 "그 동안 언론이 이 문제를 왜곡했다" 고 강변 할 뿐이었다.

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에바다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재단의 재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새 이사진들이 들어오면 학교를 파국으로 내몰고 불법적으로 점거한 책임을 물어 징계와 파면을 당하게 될 임직원들은 '에바다는 공대위 것이 아니다. 에바다를 송두리째 먹으려는 공대위측은 법인 재산을 먹으려는 도독놈들이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고 일터인 에바다를 끝까지 지킬 겁니다'라는 선전 문구에서 에바다를 뺏고 뺏기는 소유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에 대해 김용한 에바다 공동대책위 대표는 "에바다 농아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법인이지 누군가가 소유할 수 있는 재단이 아니다"며 "자신의 기득권과 이익을 보장받을 목적으로 학생들을 동원해서 교장선생님의 업무를 방해하고 외부사람까지 동원해 정문을 가로막는 비리 이사진은 물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 채용된 변승일 농아원장의 발언은 수화를 통역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야만 했다. 자신이 17살부터 에바다의 과거 비리를 쭉 지켜봤다는 변 원장의 발언은 작은 수화 동작이기보다는 온 몸으로 말하는 몸짓 언어를 연상케 했다. 비록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변 원장은 '에바다 농아원을 하루라도 일찍 정상화 시켜 오해의 골이 깊은 농아들을 다시 불러모아 함께 공부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함께 악수 나누는 농아들

집회 도중 정문을 지키던 청각장애인 남학생 한 명이 집회대열에 있는 다른 농아들과 악수를 하며 반갑게 수화로 인사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그 남학생과 인사를 나눈 한 청각장애인에게 수첩에 질문을 적어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농아인 협회에서 나왔나?' / '그렇다' (고개를 끄떡)
'저 안에 친구들이 많나?' / '조금 있다'(엄지와 검지로 '쬐끔'이라는 수를 표시)
'교회 친구? , 농아원 친구?' / 농아원을 지적.
'여기 에바다?' / '아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전주'라고 적음)

이러한 대화가 진행 중에 이사진들과 집회 참여자들의 학교 안 진입이 시도되어 그로부터 더 이상의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같은 농아들이면서도 농아들을 위한 에바다농아원 시설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작지 않음에도 언젠가 화해가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농아원을 점거하며 농성을 하는 농아들은 사태의 추이를 일방적으로 구법인 이사진 측과 그 세력들로부터 보고 듣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사진이 학교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을 때 심한 몸싸움도 불사하며 이들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윤귀성 이사장이 농성 인원들에게 멱살이 잡히고 밀려 넘어지기도 했다. 이후 경찰이 동원돼 정문을 가로막고 진압하고 나서 양측의 더 이상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윤 이사장은 "합법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우리를 보호해주지는 못할 망정 가로막고 서면 어떡하냐"고 경찰의 행동에 항의하기도 했다.

살벌한 기운마저 감도는 집회장에 반갑게 인사를 나눌 정도로 자신들의 처지에 공감하며 친숙한 그들이 왜 바리케이트를 쌓고 대치하고 있는 것일까? 사회로부터 받는 냉대 때문인지 안으로만 귀를 쉬 기울이고 있는 농아원 안의 농아들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날씨만큼 어둡기만 했다.

한편 공대위는 오는 14일 에바다 정상화 관련 기자회견을 서울에서 가진 후 다시 에바다 농아원 앞에 집결해 농아원 안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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