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강에 서다

동강댐 백지화, 그 이후 동강의 모습을 찾아나선 동강 상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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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sjjyc)등록 2002.01.18 14:58
동강과의 만남

온 국민의 강, 동강 1997년부터 동강은 그렇게 슬피울고 있었다. 동강댐 백지화운동이 한창 기승이던 1999년 동강과 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9년 봄부터 동강댐 백지화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우리대학 방송국 학생들은 방송제 준비를 위해 영상기획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라는 섬진강 발원지 진안데미샘에서 광양만까지 550리 섬진강 다큐멘터리를 완성시키고 다음으로 보도기획 '동강은 흐르고 싶다'라는 보도기획물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면 섬진강 적성댐반대운동이 한창인 지금, 나는 어쩌면 동강에서 섬진강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방송국원들이 취재를 가는데 지도차원에서 따라나선 길이었다. 원주환경운동연합에 들러 동강댐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듣고 영월로 향했다.

가장 먼저 취재를 한곳은 영월군청 동강댐대책반이었고 영월군의 공식입장은 당연히 반대라는 것이었다. 선거철도 아닌데 영월읍내는 동강댐 반대현수막이 온 읍내를 덮고 있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동강댐백투위(동강댐백지화투쟁위원회) 사무실이었다. 이곳에서 동강댐 백지화의 당위성과 운동전개방향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는 단종애사의 한이 서린 장릉이며 청령포를 거닐었다.

이미 영월에는 수자원공사 동강댐 사업단 건물이 들어서 있었고, 2시간 동안 취재가 아닌 홍보비디오며 브리핑을 받고서야 방송국원들은 나왔다. 거리에서 방송국원들에게 던진 나의 호통은 실로 무서웠다고 전설아닌 전설로 지금까지 방송국에 전해 내려온다. 취재원에게 정확한 인터뷰 내용을 따고 들어가서 취재를 해야지 오히려 취재를 당한 꼴 아니냐며 엄호령을 내렸던 것이다.

다음날 방송국원들은 더 무서운 일을 당한다. 카메라를 메고 가장 최전방의 수몰예정지인 문산리에 들어간 것이다. 동네 이곳 저곳을 취재하다가 보상을 노린 투기흔적을 촬영하다 주민들에게 발각된 것이다. 그래서 필름을 내놓아라 못내놓겠다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결국 되돌리기를 하여 다른 장면의 필름을 보여 줌으로써 그 동네를 빠져 나왔던 것이다. 학생들은 실로 현장취재의 무서운 장면을 체험한 것이다.

그렇게 여름 동안의 노력은 방송제때 많은 박수갈채를 이끌어 내었고, 2000년 영월동강댐은 백지화되었다.



그 후의 동강을 찾아 나서다

동강은 댐건설예정지라 하여 많은 언론의 보도와 래프팅이란 명분으로 찾아 든 수많은 탐방객을 온 몸으로 맞이해야만 했다. 그들이 남기고 간 것은 쓰레기와 몇푼 안된는 민박집의 수입과 래프팅 수수료였다.

수십년동안 비포장이었던 마을길은 지난 여름부터 포장을 하고 있었고, 여기 저기 울긋불긋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다름아닌 국비보조를 통해 지역주민 지원사업이란 명분으로 지어지고 있는 농산물가공공장이거나 부업단지의 건물이다.

경관을 해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지역주민들이 저 일을 통해 그 동안의 소외감을 떨쳐 버리고 잘 살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뿐인게 솔직한 심정이다. 또 다른 빚더미에 눌려 극빈생활자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솔직한 바램이다.


비 내리는 동강의 울음소리

동강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는 않았다. 평창에서 정선읍내로 향하는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다리가 하나 나오니 여기에서 핸들을 돌려 가수리로 향했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음직한 장면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다름아닌 한 신문사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물길이 돌아가는 장면의 그곳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포장도로가 나있고 정선군의 쓰레기 분진처리장이 들어서 이곳에 가구를 이루고 살던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떠나고 없을 뿐이다.

아직 공사가 시작된 단계인지 황톳물에 비포장 공사구간이 나타났다. 이곳의 동네이름은 귤암리, 동강댐을 염두에 두었던 묘목의 투기현장이 드러났다. 저 사람들은 지금 어떤 심정으로 저 나무를 바라보고 있을까 하는 묘한 심정으로 동네를 지나쳤다.

동네를 벗어나자 생태계보전지역지정을 반대하는 플랭카드가 드러났다. "자연휴식지가 아닌 인생휴식지로 지정하라"라는 내용이었다. 갈등의 표출인 것이다. 강원도는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동강상류 가리왕산에 대규모 리조트를 건설할 생각을 환경단체는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개발을 원하고 있는 갈등의 현장인 것이다.

흐르는 강물을 따라 가수리에 도착하였다. 가수리 맞은편에도 울긋불긋한 건물의 건설은 계속되었다. 다만 변함이 없는 것은 강을 오가는 나룻배와 가수리에 있는 분교장 그리고 그 앞의 느티나무 뿐이다. 빗길을 조심하라는 도로표지판아래에는 강가 건너편에 사시는 분의 우편함이 놓여있고 주인을 기다리는 우편물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동강의 여로유감

어디 저렇게 슬피우는 강이 동강 뿐이랴. 무절제한 개발은 산과 강이 죽어가게 만들고 있으며 아직도 개발귀신은 한반도 곳곳을 병들게 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은 힘이없어 사라지고 나면 그 다음엔 어떤 것들이 우리의 아름다운 산과 강을 대신할 것인가?

동강댐은 우리의 마지막 자연의 보루라는 심정으로 사람들을 울렸고 또 수몰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댐건설의 야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전국의 산과 들을 가로 지르며 흐르는 강들의 절규는 단 한마디 "강은 흐르고 싶다"이다. 강들의 외침이 멀어질 즈음 빗발은 눈발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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