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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가 끝나면 내 손에는 항상 들리는 물건이 있다. 그건 라면 몇 개와 달걀 그리고 생수 큰 거 하나이다. 몸에 감기기운이 있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귤 몇 개를 사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나는 자취생이다. 직장인인 고등학교 친구 녀석과 산다. 항상 집에 들어오면 싫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집에 오면 지갑 속에서 열심히 열쇠를 찾고 잠겨있는 문을 연다. 그리고 불을 켜고 텔레비전과 컴퓨터 그리고 보일러를 켠다. 마치 세상에서 나를 따뜻하게 해 주는 것과 하나하나 연결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럴 때면 '혼자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에 친구가 없을 때면 항상 휴대폰을 바라보거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와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사람의 체온이 아닌 기계의 체온으로 따뜻해지면 왠지 가슴이 허전해진다. 또 가슴이 허전해지면서 고향이 생각나기도 있다.
우리의 주식은 대부분 취사병 출신인 친구녀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면과 김치다. 오랫동안 우리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것은 오직 라면 뿐이었다. 친구녀석은 직장인이어서 음식을 만들 시간이 없고, 나는 하고 싶어도 실력이 없어서 못한다. 그래서 우리 냉장고와 찬장에는 늘 라면 몇 개와 달걀과 김치가 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자고 있는 친구녀석에게 "라면 먹을래?"하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라면은 우리의 배를 채워주고 있었다. "야, 라면 끓었어, 먹게 일어나"하며 발로 친구를 깨우기 시작했다. 이제 직장인이 된 지 3주밖에 안 돼서인지 친구녀석은 주말이면 계속 잠만 잔다. 무거운 눈을 겨우 겨우 비비며 일어나 앉는다.
친구는 배가 고팠던지 웃으면서 막 젓가락을 들려고 할 즈음에 "야, 깍두기밖에 없냐?"고 내게 물었다. 직장인인 친구는 저녁을 거의 먹고 오는지라 요즘 냉장고와 친한 사람은 나였기에 "저번에 윤동이가 김치찌개 한다고 다 먹었어"라고 말했다. 친구는 젓가락을 들면서 "아 라면 먹는데는 배추김치가 있어야 하는데 말야" 못내 아쉬워하며 "그래도 먹어야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라면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항상 라면만 먹기 때문에 집에서 두 끼를 먹을 수도 있는 휴일이 싫다. 또 라면에 물릴 때면 항상 집이 생각난다. 너무 라면을 좋아하는 식성임에도 자취생활 덕분에 집에 가면 라면을 못 먹게 된다. 갑자기 고향과 사람이 생각난다.
"사람의 향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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