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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성공한 사례는 드물고, 거의 다 실패한다는 국내에 무성한 괴소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현지 취재를 해 보았다. 한국기업의 여건과 세계 시장의 변화를 감안할 때 문화적 동질성이 가장 많은 중국을 해외생산 기지로, 미래 시장으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대안은 없는가. 왜 중국진출은 실패의 연속인가. 과연 성공을 위한 지침서는 없는 것인가. 수교 10년의 세월속에 묻혀있는 현지경영 실패사례談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리라 확신한다. [취재기자 注]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생산환경, 타이밍, 제품의 질, 현금유동성, 마케팅, 브레인 등 다양한 변수를 잘 조절해야만 성공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중국의 연산(燕山)산맥과 발해만(渤海灣)이 만나는 접점으로 자연환경이 빼어나고 휴양지로도 널리 알려진 샨하이관(山海關)과 친황다오(秦皇島)시는 한국적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14개 연안개방도시 중의 하나인 친황다오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성공사례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지금은 20여개의 한국기업과 150여명의 한국인이 진출해 있다.
유리, 시멘트, 피혁, 가발, 전자 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특히 규석이 풍부하고 중국 최대의 유리공장이 밀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윤(가명. 52)사장은 95년도 봄에 중국에서 장식용 燈을 생산하여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3차례 허베이성(河北省)을 방문한 결과 친황다오시를 최적의 투자환경지로 선택을 하고 경제개발구에 M裝飾燈有限公司를 60만달러 투자하여 설립했다.
제품의 디자인이 세련되고 다양한 색상처리를 하여 내수시장에 출시를 한 결과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탕산(唐山), 스지아좡(石家庄) 등의 대도시에서 서로 대리점을 하겠다고 회사를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은 국내시장에 유명세를 띠고 있지 못하기때문에 우선은 물품을 출하할 때 50%에 달하는 제품비용을 선납하고 판매를 한 후 잔금을 입금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왔다.
李사장은 “해외사업이니까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중국회사의 관행과 대리점 영업방식을 조사해 본 결과 상례적으로 해 오던 방식이라서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공급했다는 것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하였는가. 대리점이 20여개 도시에 계속 생겨나고 제품의 생산이 증가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내부의 유동자금이 순환되질 않는 재정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국측의 원료공급회사는 현금으로 구매하지 않으면 원료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여 “상호 공생관계이고, 우리의 생산량이 증대할수록 귀사의 이익도 커지는데 양보를 해달라”고 몇차례 교섭을 해보았지만 꿈쩍도 하질 않고 가끔씩은 원료공급을 중단하는 조처를 내려 회사가 현금고갈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리점 대표들을 회사로 초청하여 “제품 출하시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납하고 제품을 구매해야 물건을 공급하겠다”고 통보하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느냐. 우리와 원래 계약을 한 것을 어기는 이유가 무엇이냐. 당장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반품하겠다” 는 식으로 나와 오히려 신뢰감만 상실하는 형편이 됐다고 한다.
회사의 외형과 생산량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 제 삼자의 눈에는 중국사업에 성공한 기업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자금의 고립현상으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의 형태가 돼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유동자금을 30만달러 투입해 보았지요. 대리점과도 물밑작업을 통해 재계약을 체결해 갔지만 이미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너무 커져서 재정적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도가 났어요. 받을 돈만 해도 700만위안(한화 11억 상당)이 넘었는데... 남 좋은 일만 시킨 셈이죠.”라며 이사장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중국에서는 제품에 자신이 있으면 중국관행을 무시해도 괜찮아요. 바이어들은 길들이기 나름이란 걸 알았어요. 현찰거래 아니면 아예 회사 문앞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게 성공하는 길”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우린 알고도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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