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떼먹은 임금을 내놔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진상규명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국회 공청회 개최

검토 완료

류종수(fromryu)등록 2002.02.04 21:16
▲4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앞에서 정신대할머니, 원폭피해자 등 일제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 3백여명이 모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해야할 국회의원들이 잿밥에만 관심을 두고 특별법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절대 표 찍어줘서는 안됩니다"

"지금 심정 같아서는 폭탄을 들고 일본 천왕 앞으로 뛰어 들고싶다"

공청회장은 50년 세월이 넘게 일제강점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많은 참석자들의 성토장으로 변해 버렸다. 할 말이 있으면 앞으로 나와서 발언하라는 사회자의 말로는 방청석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피해자들의 울분을 진정시키기 힘들어 보였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제정추진위원회(공동대표 강만길, 이하 특별법추진위)는 2월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한미일연대공청회를 열고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제정을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태평양전쟁보상추진협의회 등의 단체가 개최한 이번 공청회 장에는 전국에서 상경한 일제 징용 피해자들과 정신대 할머니, 그리고 원폭 피해자와 그 유족 300여명이 운집해 특별법 제정에 대한 마지막 기대와 열의를 나타냈다.

발언에 나서 한 징용 피해자는 "65년에 일본으로부터 우리의 피땀어린 5억원의 배상금을 받아 그 돈으로 고속도로 놓고 포항제철 지어서 부국이 되었으면 이제는 우리들 보상요구를 들어주아야 한다"며 현 정부의 무책임을 규탄해 방청석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현재 김원웅 의원(한나라 당)을 비롯한 여야 69명의 의원이 지난해 10월 12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자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이며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공청회 발제자로 참석한 장완익(진상규명특별법 법률안 작성 변호사) 씨는 "아직 살아있는 피해자들의 증언은 피해배상청구소송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가치까지 넘나드는 중요한 자산임에도 현재 피해자들 대부분이 한계수명에 이르고 있어 이들에게 물리적 시간은 이제 채 5년도 남아있지 않다"며 피해자 진상규명의 시급함을 설명하면서 "일본에서는 항구평화조사국 설치법안이 상정되어 있고, 미국에서도 일본제국정부에 의해 자행된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위한 정보공개법이 통과되어있는 만큼 우리도 조속히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격려사를 하는 독립운동가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과 경청하는 공청회 참석자들. 이날 행사 참석자 대부분은 60대~80대 노인들로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움을 남겼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현재 우리 정부는 총 75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실태와 현황조사는 물론이고 해외에 희생된 희생자 유골 송환에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별법추진위는 살아 있는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일본 정부나 기업 등에 요청하여 필요한 자료를 구하고, 해외에 산재되어 있는 유골을 발굴·수습하여 전체 피해의 규모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희생자들을 위령하고, 이 성과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공청회에서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신주백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 단체로 나뉘어서 피해자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주장해온 운동의 방향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며 운동의 과정과 목표에 대한 모든 단체의 합의를 강조했다. 신 교수는 또 "앞으로 있을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 적극 개입해서 지지세력 확보를 통한 정치세력화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특별법 제정, 자료수집과 조사, 역사박물관 건립이라는 3단계 과정을 달성해야하고 나아가 피해자 보상을 비롯해 한일 양국간의 화해를 진전시키고 남북통일과도 관련해서 기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해방이 아니었다"

이날 행사에서 특별법제정독립군발족위원회는 이미 전국적으로 5개중대로 꾸려진 독립군(참모장 전재진 우키시마호폭침진상규명회 회장)의 발대식을 열고 특별법 제정과 친일파 청산을 통한 제 2의 광복을 목표로 하는 4개항의 독립군행동지침을 발표했다.

발대식 격려사에 나선 독립운동 유공자이기도 한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은 지금의 우리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난했다.

"우리는 45년에 해방을 이루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건 국토도, 민족도 갈라진 반토막 독립이었다. 진정한 독립은 남북통일과 친일파 청산이 되어야만 가능한데 지금의 정부는 지금까지 우리의 참상을 묻어두기만 하다가 이제는 친일파의 기념관을 짓겠다고 한다. 자 국민의 피해보상과 진상조사를 위한 주권행사도 못하는 이런 나라에서는 진정한 독립이 될 그날까지 독립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이어서 발언한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곽동협 대표는 "우리의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는 이유가 더 급한 법안이 많이 밀려있고 오래되어서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데 아직 생존자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이 보다 더 급한 법이 또 어디 있냐"면서 "특별법 통과에 반대하는 반민족 의원들은 친일파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별법추진위는 공청회를 마치고 한나라당사 앞에서 피해자 총궐기대회를 열고 "국회의 다수 야당인 한나라당이 나서야만 특별법을 통과될 수 있다"며 특별법 통과에 소극적인 한나라당을 규탄했다.

이 집회에는 '16살에 끌려가 성노예가 되었다'는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일본 패망 후 조선인 징용자와 그 가족 7000여명을 싣고 부산을 향해 출항한 후 일본에 의해 폭침된 우카시마호 피해자들이 연사로 나서 당시의 참담한 상황을 고발했다. 일본에서 온 시민단체 대표는 "지금의 일본이 부끄럽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여러분들과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했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