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난 오늘도 '모험'을 떠난다

이젠 유행이 지난 얘기인듯한 벤처기업인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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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준(conan2)등록 2002.02.15 10:05
길 것 같았던 4일간의 연휴도 끝났다. 침대에서 눈 비비면서 본 시계의 시간은 새벽 5시10분. 더 자자니 늦잠을 잘듯하고 일어나자니 좀 이른듯하다. '에잇'...새벽잠을 떨치면 일어났다. 설 연휴의 끝무렵의 느낌이 남아 있는 고속도로를 달려 사무실에 왔다. 도착한 시간 새벽 6시20분.

벌써 이 생활도 어언 6~7년이 되어간다. 벤처기업. 언제부턴가 남들은 나를 벤처기업을 경영한다고 한다.'벤처(Venture)'모험(?)...그럼 난 모험을 하는 사람이었나?

97년초. 난 잘 다니던 외국계 금융회사를 퇴직하고 내가 하고픈 일을 스스로 개척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땐 다들 그랬듯이 나처럼 정보통신 관련 사업을 한다면 으레, 라면에 야전침대는 기본이고 1주일 정도의 밤샘은 기쁜 과정으로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그 열정과 그 신선함이 늘 가슴에 남아 있는듯 하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 1년도 되기전에 IMF를 맞았고 원래 없던 사람들이라 그리 잃을 건 없었지만 그래도 힘든 그 겨울을 참았다. 그런데 그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벤처'니 '인터넷 기업'이니 하면서 정보통신과 인터넷 관련 회사들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고 누가 돈을 갑자기 많이 벌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펀딩'이니'투자'니 하는 것들은 대기업의 얘기로 치부하면 살아오던 나에게 그때의 열풍은 아직도 멍하기만 하다.

어느날 갑자기 과연 정보통신을 알기나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사람들-물론 일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업계의 사람으로서 볼 때-이 어느날 코스닥에 상장되고 스포츠구단을 인수하고 연예인들을 몰고 다니고 하는 일들이 너무도 갑자기 꿈결처럼 지나갔다.

그렇게 열풍같던 시간이 지나고 다가올 때 그랬듯이 어느 날부터 싸늘해진 분위기. '수익이 없는 허탈한 사업'이란 오명을 가진 업계의 많은 회사들이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그러더니, 급기야 'XX게이트니 '뭐니 하면서 사회에선 정작 오래전부터 이 일을 해온 나 같은 '벤처기업인'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주는 시간이 이어졌다.

난 내가 능력이 없어서 인지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늘 라면에 야전침대 생활을 하면서 지낸다. 솔직히 난 지금의 이런 생활이 좋다. 늘 나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고 같은 의지를 가진 맴버들과 같이 동거동락하면서 목표를 이뤄나가는 이 일이 좋다.

집사람이 이번 연휴에도 일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겹지 않냐고?' 난 이렇게 응대했다.'나 아직은 재미있어...쩝~'
그렇다. 나 아직은 라면 끓여먹으면서 야전침대서 밤새우기 재미있다.
돈? 솔직히 내겐 부채가 더 많다. 하지만 그래도 이일이 보람 있다.

난 벤처열풍(?)이 불기전에도 이랬고 열풍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데 변한 건 세상이다. 이젠 세상이, 사람들이 유행에 따라서 평가하지 말고 진정 열정과 젊음을 투자하는 진정한'벤처기업'과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격려라도 한마디 해줘야 할듯 하다. 어쩌면 유행이 지난 얘기인듯한 벤처기업을 아직도(?) 경영하고 거기서 일하는 동지들께 새해에는 힘내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 우리 새롭게 모험을 떠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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