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메일서버 오류, 개인 메일이 새고 있다

지금 누가 당신에게 온 메일을 읽고 있습니다

검토 완료

고은태(portico)등록 2002.02.19 13:48
오늘(2월 19일) 아침 8시 15분 쯤, 천리안을 도착한 메일들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낯익은 광고성 메일들 사이에 좀 이상한 것들이 섞여 있더군요. 자세히 보니, 제게 온 메일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에도 많은 스팸성 메일들이 받는 사람의 메일주소를 다르게 설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확인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스팸성 메일은 아니었고, 정상적인 메일들이 제 편지함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즉시 천리안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고 - 언제나 그렇듯이 - 바로 연결이 되지 않아 몇 차례의 시도 끝에 8시 30분 경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메일문제에 대해 문의하니, 현재 메일 서버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문제가 된 메일을 보내주면 검토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오전 10시 30분을 넘긴 현재까지 만족할만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임을 이미 천리안 측에 밝힌 바 있고, 따라서 이 글을 올립니다. 자신의 메일을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다는 문제는 쉬쉬하고 덮어두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메일 배달사고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터넷 메일이 보편화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업무상, 혹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메일을 통해 주고받습니다. 이 중에는 공개되어서는 안 될 것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메일이 불특정한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간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끔찍한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온 메일들 중에도, 다른 사람이 보게 되면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할만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고에 비하면, 메일서버의 다운으로 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차라리 경미한 사고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가 저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우선, 제게 잘못 배달된 메일들은 수신인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고, 천리안 게시판에 가보니, 자신에게도 이렇게 잘못된 편지가 배달되었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즉,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시간 여러 천리안 가입자들이 자신에게 올 메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메일을 받은 것입니다.

천리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 업체입니다. 상당 수의 서버를 운영하는 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지요. 무엇 보다 보안의 중요성을 깊이 알고, 이에 대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기업입니다. 저 역시 여러 개의 메일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메일을 보낼 때는 유료로 사용하고 있는 천리안 계정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건대 천리안이 이에 걸맞는 기술력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는 상당히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일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메일서버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이용자들에게 사과문 하나 띄우고 끝내도 좋은 것인지 말입니다. 그런 식으로 처리하기에는 이번 일로 개개인이 입는 피해가 크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통의 신뢰성에 미치는 악영향도 막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의 인터넷 환경 전반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인터넷을 통해서 보낼 수 있는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언제 어떻게 공개될지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업체들은 개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한 자신들의 책임을 한 번 더 상기해 보아야겠구요.

그렇지 못하다면, 인터넷은 당분간 오락용으로나 이용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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