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 잔치는 끝났다'

보수가 아니라 수구다

검토 완료

송복남(sbn111)등록 2002.03.04 16:31
보수 출정식에 고함

오마이뉴스에 별 희한한 뉴스가 다 떴다. 이름하여 보수출정식.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이날의 사태는 정말 보수'출정식'이란 말에 잘도 어울리게 한 마디로 잔치집 분위기였다. 마치 전장에 나서는 전사들처럼 결연한 데다 내로라 하는 정치판 간판급 스타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거기엔 퇴역 전사들도 있었는데 역시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가 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현역 전사 한나라당 박명환 외통위원장의 발언이다. "김정일은 꾀가 쥐 대가리"이며 "방북인사들은 정신병 환자"라는 대목이다. 이에 질세라 퇴역전사 이철승 씨는 "죄익은 악이고, 사대주의자들이고, 민주주의도 없는 반동"이라며 거들었다. 그뿐인가. 김대중 대통령은 "악의 씨"이며 "한반도의 평화유지"가 "햇볕정책 때문이 아니"라 "한미동맹" 때문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 혹시 빨갱이 아니야? '반동'이란 말은 빨갱이들이 쓰는 말이잖은가.

이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잔치가 무척 감동스러웠는지 이철승 씨를 존경한단다. 이거야 뭐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따뜻한 보수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지킴이"라는 대목에서는 악, 소리가 난다.

정말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대한민국을 지키는 지킴이는 한나라당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니고 바로 이 나라 국민이라는 걸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일까.

이들의 잔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날의 주인공 김용갑 의원은 민주당은 "좌파세력"이며 이 "좌파 세력이 또 다시 집권"을 하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며 이 땅의 "뿌리는 보수"이며 "보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친다.

그러니까 하나라당이 정권을 잡아야, 나라가 제 꼴이 된다는 말이다. 이 총재와 비슷한 얘기다. 결국 보수출정식은 대선을 향한 출정식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따라서 이 보수출정식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집안 잔치다. 집안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은 못된다. 집안 잔치니까. 잔치야 뭐 제 기분에 들떠 다들 하니까. 별 사건일 것도 뭣도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들이 뭔가 하나를 잘못 알고 있다. 자꾸 자신들이 보수란다. 나참, 보수가 아니라 '수구'란 말이다. 듣지도 못했는가. 강준만 교수 같은 사람이 보수라는 말. "따뜻한 보수". 말 좋다. 이 말은 원래 강준만 교수 같은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인데, 그러지 맙시다. 아무 데나 쓰면 권위 없어져.

그러니 이젠 자신들의 정체나 알고 잔치를 해도 하자. 따라해 보세요. '수구'. 아예 이 참에 못 박자. 이 땅의 뿌리는 보수가 아니라 수구다. 그리고 한 가지, 여러분.
'수구, 잔치는 끝났습니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