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오만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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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진(jean)등록 2002.05.02 10:06
기자는 <한겨레>가 여당지란 비판을 들으면서도 그간 DJ정부 비판에 소극적이었던 속내를 잘 알 것 같다. 굳이 <한겨레>까지 나서지 않더라도 DJ정부를 비판하겠다고 나설 사람들은 조·중·동을 비롯해 천지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비판의 목소리가 넘쳐 흐르는데 <한겨레>까지 나서 거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균형감각일 것이다. 비판을 하면 거두절미 왜곡인용해 "봐라! 너희 편도 뭐라 한다"며 현정부의 잘 된 정책까지 매도하는데 활용할 세력이 도처에 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할 말은 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지난 해 뒤늦게라도 언론개혁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왜 맘이 편치 않았을까? 그것은 DJ정부가 자신들의 실정을 감추는 수단으로 또 재집권을 위한 방편으로 언론개혁이란 화두를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이 외치는 정치적 의도란 항변을 외면할 수가 없다. 순수성을 의심받을 정황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심은 최근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언론문건으로 다시 확인되고 있다.

보수적인 영남인들 뿐 아니라 상당수 중도적 유권자들까지 현정부의 언론개혁에 냉소적인 시각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대통령 주변의 가신들과 아들 3형제가 벌이는 전횡과 이권 챙기기에 대한 온갖 흉흉한 소문이 멀리 미국까지 들려올 정도이니 이들의 적폐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정도다.

의약분업을 비롯해 어업협상, 항공안전불량국 판정 등 구호만 앞선 미숙한 개혁정책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던가? 수 년에 걸친 철저한 사전준비와 이해당사자들의 설득으로도 성공을 할지 말지 장담을 할 수 없는 형편에 자기확신과 오만에 가득찬 정책담당자들이 무작정 밀어부치기만 했으니 탈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터이다.

대북화해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한참 꽃을 피울 무렵 들이닥친 극심한 경기침체가 한나라당의 '퍼주기' 논리와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저소득층의 반감을 불러 일으킨 것은 DJ정부의 불운이라 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진심에 나름의 이유있는 의심을 가질 법한 중도적 지지자들까지 대뜸 '반통일 세력'이라고 규정해 따돌려 버린 것은 뼈아픈 실책이었다.

대북정책이든 개혁정책이든 상당수 중도파 국민들은 얼마든지 DJ정부의 선의를 믿고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지 이들이 참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정권만이 모든 대의명분을 독점한 마냥 행동하는 지독한 오만이다.

조·중·동이 지금처럼 파괴적인 냉소여론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약한 고리를 집중 공략한 덕이다. DJ정부 스스로 중도파들을 수구언론의 인질로 헌납해 버렸던 것이다.

언론개혁 없는 모든 개혁은 공염불에 불과하지만 미숙한 개혁에다 오만함까지 두루 겸비한 현정권에 질려버린 탓에 결국 언론개혁의 대의명분조차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DJ정부는 오해하지 말 것이다. 언론개혁에 대한 진보세력의 동의가 당신들의 실패한 개혁과 오만 그리고 측근들의 부패에 대한 묵인이라고 착각하는 가소로운 행태를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집권 마지막 해를 장식하는 온갖 비리와 적폐에 대해 오만한 자세로 변명에만 급급한다면 재집권은 절대로 기약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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