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의 네가지 트렌드와 전략적 함의

진보 개혁 후보의 선거전략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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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용(in85)등록 2002.05.18 18:01
6.13 지방선거와 연말 대선 국면을 앞두고 지면과 사이버상에서 드러난 유권자들의 논쟁을 토대로 대중적 트렌드와 그 전략적 함의를 생각해 보았다. 여러 후보진영, 특히 소정당으로서 지방정치에 진출하려는 대안적 진보진영의 전략과 슬로건, 지지 유보층에 대한 설득과 논리대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올린다.

이 경향성은 대중의 사고와 눈높이가 그렇다는 것이지 이를 고수하자는 것은 아님을 상기하며, 여러 비평가들의 좋은 의견과 지적을 바란다.

1. 도덕성의 부활 - 도덕성의 다면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는?

결국 오랜 세월 낡은 정치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모랄리즘이 아닌가 싶다. 대중들은 결국 최소한의 준거인 '도덕성 가치'에 기대어 투표를 한다. 대중의 소박하고 낮은 눈높이를 가늠하게 하느데, 이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힘있는 거대정당보다도 도덕적 우위인 후보가 바람을 통하여 많은 표를 얻을 수가 있다.

이런 경향은 이미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는데, 정치경력이 짧은 개혁적인 젊은 후보들에게 표가 모아졌고 일부 386들이 거기에 무임승차 하기도 했다. 현 정권 말기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 국면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노풍의 한 동인으로도 작용했던 것으로 생각되며, 최근 서울지역 이문옥 후보의 바람을 잘 설명해줄 수 있다.

도덕성의 호소력은 무한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면적으로 양심적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깊고 다면적인 차원이 있다. 후보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고 싸운다는 '헌신성'과 적극적인 '개혁성과 투쟁성' 까지도 담보되어야 한다.

2. 개혁과 진보의 공존 - '진보적 개혁'의 차별화를 '대안세력'의 이름으로 내놔야

이제 우리사회에서 진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만 그 강령적 형태는 아직도 대중들에게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개혁과 진보의 스펙트럼은 아직도 명확히 구별되지 않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넓은 의미의 개혁을 엄호하여 차이의 연대를 수용하자는 진중권 씨와 같은 진보진영의 목소리는 공감이 갈만하다.

모순은 보수적 개량이 개혁인 양 행세하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소위 현상의 유지와 개량이 개혁과 등치된다는 논리를 깨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보수 개량이 개혁을 위장하는 지점에서 진보진영은 많은 표의 손해를 보고 있다. 진보적 개혁세력은 이 지점에서 진정한 개혁을 구별해내는 차별화를 역설하여 만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누가 기층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진보적 개혁세력' 인지는 대안의 형태로 말해야 한다. 대안이라 함은 대안을 실천할 수 있는 정치적 실력까지도 의미하므로 정당의 가능성을 설파하는 도리 외에는 없을 것이다. 즉 진보적 정당도 맡겨주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자신감있게 보여줘야 한다. 그 사례로서 민주노동당의 울산 동구, 북구의 경험을 들 수 있겠다.

3. 지역주의 파열의 조짐 - 계급투표와 지역주의 타파는 서로를 강화하다는 함의

지역주의 타파의 조짐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민주당 경선 참여자들에 의해 표출된 것이지 전계급, 전계층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대중의 자발적 각성에 기초하기 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실망매물의 성격으로 지역주의(특히 호남지역주의)의 존재 이유가 희석된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보수세력의 지역분할 전략은 강고한 중심전략이며, 어느 세력이라도 호남 외의 지역에 깃발을 꽂고자 할 것이므로 결국 지역주의로 다시 강제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세력은 특히 대선으로 갈수록 그렇게 할 것이다. 노무현 진영도 김영삼 씨를 만남으로써 그럴 의지를 이미 보여 주었다.

그러나 파열의 조짐은 있다고 본다. 孤掌難鳴의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호남지역주의의 무력화로 반감될 수밖에 없고, 우리는 거기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 그 무기는 계급주의 투표전략, 진보적 정당의 슬로건이어야 가능하다. 정당의 슬로건 없이는 계급투표가 어렵다는 사실이 망각되면 안된다.

5.28~6.13 선거운동기간에 접어들어야 판단이 서겠지만 만일 계급투표가 잘 안먹힌다면, 지역주의를 타파하자고 외쳐야 한다. 뿐만아니라 조직 노동자들에게는 계급투표를, 비조직 대중들에게는 지역주의 타파를 설득하는 전술도 생각해둬야 한다. 지역주의 타파의 다른 이름은 바로 계급주의, 계급투표이기 때문이다.


4. 정당정치, 인물정치의 유연화 - 정당을 분명히 내세우되, 대선과 연결시키지 말고, 인물의 차별성을 유연하게 부각시켜야

혜안이 요구된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오랜 토호적 프로들은 따로 있다. 후보의 인물됨은 소중한 자산이며, 비당원들의 참여 역시 아주 바람직하고 소중하다. 인물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는 유연한 전략, 특히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허나 정당을 전면에 두지 말자는 의견은 무엇보다도 진보적 정당정치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진보적 개혁의 차별화, 지역주의 타파 라는 핵심 슬로건을 살리기 위해서 진보적 정당은 스스로를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 도입되는 광역의원 선거에서의 정당명부제(1인 2투표)는 또하나의 전략적 함의를 말해 준다. 광역시장과 광역의원 선거의 연계성과 통합성은 정당이란 실체를 통해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당득표율은 대단히 중요하며, 그것이 갖는 힘은 선거후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다.

진보진영의 경우 문제는 두 개의 진보정당이 존재한다는 약점에 있다.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임해야 하며, 아우르는 모습, 연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직접적인 경쟁을 피해야 한다. 즉, 누가 누구의 대안이라는 식의 주장은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닭짓이므로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 진보진영 속에서 선본을 구성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대선과는 연결시키는 것은 기득권 보수정당의 양당 논리만을 강화한다. 물론 진보정당의 중앙 지도부들도 지방선거의 약진을 통해 대선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겠지만, 선거국면에서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정치 고유성을 살려나가는 게 결국 진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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