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혁의 소리산책>

Man From Ipanema(2)

검토 완료

박주혁(invictus)등록 2002.06.05 15:39
<본질적으로 하모니를 중시하는 스타일인 재즈와 비교하여, 보사노바는 기본적으로 멜로디를 중시한다. 톰 조빔(조빔의 이름이 어려웠던 미국인들이 붙여준 애칭)에게 있어서, 작곡의 모든 요소는 멜로디보다 하위에 놓여지며, 멜로디가 그 본질에 있어서 변화하는 일은 없다. 조앙 질베르토의 노래는, 리듬이라는 점에서도, 선율적 음정이라는 점에서도, 이야기가 갖는 애매함을 그 특징으로 삼는다.

그의 노래에는 차분한, 깊숙한 곳으로부터의 아름다움, 즉 기술로부터 생겨나는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윤리 상의 가치 체계로부터 생겨나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의 노래는, 노력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자연 발생적으로 태어나는 완벽함, 그야말로 유토피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완벽함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재즈와 보사노바의 차이점을 조금이나마 짚어보고 넘어가려고 한다. 삼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사노바 역시 그 중심은 여전히 노래이다. 그 본질은 서정적이며, 가장 세련된 작품의 경우에 있어서조차도 일종의 자연발생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즈의 본질은 기술적인 성질의 것으로, 화음을 특히 중요시하고 있다. 톰 조빔의 하모니는, 형태적으로는 재즈의 그것과 가깝지만, 그 기능이 있어서는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재즈의 연주자에게 있어서, 작곡이란 멜로디의 변주가 무한히 가능한 하모니의 구조를 발견하는 것이다.

조빔에게 있어서의 작곡이란 변주될 수 없는 멜로디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것은 즉 하모니의 무한한 뉘앙스에 의해 멜로디가 다양하게 채색되는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름아닌 멜로디야말로 작곡의 구조 상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사노바의 테마를 소재로 한 재즈의 즉흥 연주는, 대부분의 경우, 마치 불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불쾌한 감각을 불러 일으킨다.

재즈의 멜로디는 간결하면서, 분명하게 구분되며, 명확한 음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경우 그 멜로디는 화성적 반복 진행의 장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보사노바의 멜로디는 길고, 복잡하며, 자유롭다. 도식화하는 것은 그러한 성격을 잃어 버리게 하는 일이 되고 만다. 그와 같은 멜로디, 곧 특징적인 음표가 하모니에 속한 음표가 아닌 멜로디---더 이상 단순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그렇기 때문에 즉흥에 의한 변주가 불가능한 멜로디---를 작곡하는 재즈 연주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로렌조 맘미-브라질 상파울로 대학의 예술커뮤니케니션 학부, 음악사학과의 교수)

조빔이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고 하는 웨스트 코스트스타일의 쿨 재즈의 화성전개방식은 바하의 다성곡이라던가 더욱 나가서는 모챠르트의 4중주등의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보사노바는 특히 조빔의 곡들은 노래의 자립을 위해서 연주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쇼팽의 곡들이나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의 인상주의에 가까운 것이다. 재즈의 멜로디는 간결하지만, 그 형태가 분명히 구분되며, 명확한 음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경우, 그 멜로디는 화성적 반복 진행의 장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보사노바의 멜로디는 길고, 복잡하며, 자유롭다. 도식화하는 것은, 그러한 성격을 잃어 버리게 하는 일이 되고 만다. 게다가 재즈에서 그리 자주 사용되지 않는 현악기라던지 강렬한 느낌이 적은 flute같은 악기의 사용, 합주의 자유로움을 단절시킨 채 '멜로디라인'이라는 요소의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하는 작곡의 수법은 멜로디라는 요소 이외의 다른 것들의 독자성이라는 요소를 차단시켜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리듬에 있어서도 재즈의 엇박은 강한 박자를 한층 더 강조하지만, 보사노바의 엇박은 강한 박자를 상대화하여 시간적으로 서스펜션을 불러 일으킨다. 삼바의 비트도 그렇듯이 보사노바의 비트는 다른 남미의 리듬들처럼 간단하게는, 재즈에서 유래된 표현법과 일체화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레게는 오늘날 널리 록의 편곡에 사용되고 있으나, 본질적인 새로움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레게는 그저 단순하게 전부의 약한 박자를 강조하고 있을 뿐으로, 록이 강한 박자 전부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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