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혁의 예인기행11>

이빠네마를 사랑한 사람. 그의 이름은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11)

검토 완료

박주혁(invictus)등록 2002.07.10 10:41

둘의 모습이 마치 오누이같다. 역시 가족적이고 편안한 느낌의 음악을 담고 있는 음반이다. ⓒ 박주혁

이제는 짧은 팔의 상의가 그리 어색하지 않은 날씨가 되었다. 어제는 우리 할머니의 생신이셨다. 70해가 넘도록 살아오신 분이 아직도 정정하시지만 여생이 그렇게 길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내 가족인 강아지 한 마리의 나이도 생각해 보았다. 우리 집 개는 지금 8살에 접어 들었다. 개가 보통 15년 정도의 수명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생각했을 때 가슴이 아려온다. 내 주위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언젠가 사라진다는 생각에 말이다.

괜시리 이 글을 쓰며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이 시큰거렸다. 이 모든 생각이 상념이 되는 듯 화려한 상념이었다. 징그러운 우울함인 듯 하기도 하다. 언제부터인지 Solitude's my home이라는 노래가 나의 상황에 대입됨을 느낄 수 있다. 지독한 외로움이 그리고 정말 그리고 몸서리쳐지게 싫었건만 이제는 내 가장 달콤하고 더없이 친근한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말년의 루소처럼 몸서리처지는 외로움에 대한 반항에서 이제는 나의 일부로 이 암세포같은 '외로움'이라는 친구를 받아들였다. 증식만 알 뿐 퇴행을 모르는 나의 친근한 이 친구는 오늘 나에게 속삭이기를 Antonio Calos Jobim과 Miucha가 협연했던 두 번째 음반을 꺼내게 한다.

1976년 'Elis & Tom'앨범부터 시작된 개인적으로 표현하길 'Return To Brazil' 성향의 조빙은 60년대에서 70년대 초에 들려주었던 그의 풍부한 편곡과 정제되었지만 찬연한 화려함을 지닌 멜로디, 소편성의 악기들과 화사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이루는 극적인 접근의 구조들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해지게 하는 음반들이 많다.

오히려 화려함을 살짝 제거한 듯한 덜 달라붙는 멜로디, 거의 있는 듯 마는 듯 한 정도의 오케스트레이션과 상대적으로 덜 풍부해진 편곡으로 인해 자연의 소리로서 승부를 보는 듯한 태도 때문이다.

무엇이 더욱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후기의 Elis & Tom부터 시작된 이 'Return To Brazil'성향의 음반들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훨씬 'Brazillian'이라는 그의 뿌리에 자긍심에서 시작된 경향이라고 생각하여 조빙의 심경의 변화에 그리고 나아가서 성향의 변화에 찬사를 던지는 바이다.

아마도 미국에서 제작되었던 일련의 음반들처럼 감성적이고 찬연한 화려함을 갈무리하고 있는 멜로디와 정제되었지만 어느 정도는 '국제적'이라 부를 수 있는 정선된 편곡에 익숙해져 있는 청자들에게 이런 지극히 자연발생적인 어떻게 보면 되는대로 흥얼거리는 듯한 덜 익숙한 멜로디와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편곡에 얼떨떨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자연의 소리로 지니는 아마존의 원시성에 촉수가 닿은 조빙의 주장을 담고 있다. 미우샤의 '사우다지<1>'로 가득 한 그가 지금까지 작업한 그 어떤 가수보다도 '브라질'적인 목소리와 조빙이 경외했던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일부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는 브라질의 자연에 관한 진실하고 일말의 가감이 없는 존경과 사랑이 담겨 있는 음반이다.

아마도 국제적인 모습은 'Urubu'에서의 경이로운 오케스트레이션과 자연적이고 원시적인 성향의 화성구조의 조화에서 끝이 났다고 할 수 있겠다. 이후부터 한 발 더 원초에 대한 '오마쥬'가 담겨있는 그리고 이후 Passarim과 그의 유작이 되는 Antonio Brasilero에 담긴 음악적 성향은 아마도 이 당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다.

끝이 안 보이는 노스탤지어. 그가 사랑했던 이빠네마해안의 자연스럽고도 온화하며 따사로움이 그대로 담겨있는 듯한 작품이다. 자연스럽고 '향수(鄕愁)'가 담뿍 배어들은 사운드는 비록 다소 이채로울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수록곡

1. Turma do Funil (No Baixo Leblon)
2. Triste Alegria
3. Sublime Tortura
4. Madrugada
5. Samba do Carioca
6. Falando de amor
7. Ne Cego
8. Dinheiro em penca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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