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혁의 소리산책>

번외편 - 여름에 듣기 좋은 음반<6>

검토 완료

박주혁(invictus)등록 2002.07.12 14:37

천진해보이는 미소가 좋습니다. ⓒ 박주혁

오늘은 브라질의 명작곡가 마르코스 발레의 유일한 국제발매작인 버브에서 발매된 Samba 68에 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청량한 리듬과 달콤한 멜로디가 공존하는 작품이죠. 그리고 제가 얼마전에 웃기는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제 예인기행기사가 베낀 거라나요? 아니 본인이 자기 홈페이지에 자기가 쓴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게 죄가 될까요?

마르코스 발레는 MPB가 낳은 명인 중에 한 사람입니다.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빙이나 조앙 질베르또풍의 정제되고 걸러진 듯한 우아한 악풍보다는 그저 순수하게 걸러짐없는 밀턴 나시멘또나 질베르또 질 타입의 천진난만한 순수한 악풍을 선호합니다.

그렇다고 이 음반에 MPB의 특성인 고도의 편곡이 담겨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의 요소가 가장 고급스러운 형태의 편곡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국제적인 모습의 슈가팝과 브라질의 전통적인 삼바가 가장 적절한 크로스오버가 이루어진 음반입니다.

"츄르르르츕츠루~~"하는 흥겹고 귀여운 후렴구를 지닌 상쾌한 The Answer, 중간에 나오는 팀파니와 휘슬 사운드가 시부야계 팝의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지는 Crickets Sing for Anamaria, MPB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대형 히트곡 So Nice(Summer Samba)의 청량미는 수사가 필요없는 완성도높은 것이며 소프트 록 스타일의 넘버 Chup Chup, I Got Away, 이빠네마 해안의 여름밤이 연상되는 무디하고 낭만적인 곡 If You Went Away, 이탈리아 계의 Acid Jazz나 시부야 사운드의 샘플로 자주 사용되는 Pepino Beach역시 당시의 사운드로서는 상상도 안가는 약간의 트랜스함을 동반한 맛깔스러운 리듬감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영롱한 피아노가 아름다운 She Told Me, She Told Me역시 극히 세련되며 포근함을 지니고 있고, 전형적인 삼바의 상쾌한 그루브가 엉덩이를 살랑거리게 만드는 It's Time to Sing, 끌로딘 롱제가 보컬을 맡았다고 착각이 들만큼 귀여운 곡 The Face I Love, 왠지 이반 린스랑 그 보컬의 스타일이 너무 비슷한 멜랑꼴리한 멜로디를 지닌 Safely In Your Arms까지 삼바와 보사노바, 그리고 국제적인 모습의 MPB의 향연은 끝이 납니다.

그의 캐치한 멜로디를 창출해내는 서정적인 기타와 어디의 심포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풍부하고 맑은 톤의 오케스트라의 백킹, 거기에 물흐르듯 표현되는 유려한 리듬, 거기에 그의 와이프인 안나 마리아와 그의 보컬이 이루는 환상적인 하모니, 무엇보다도 중추를 이루는 그의 우아하고 청량감넘치는 보컬.

이 모든 것이 MPB의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표현하는 데에 조금도 모자름이 없지요.

어딘가 책에서 읽었습니다. '마음이 담겨있는 접대는 황금다실도 소박해 보일 수 있고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접대는 초가삼간에서 박주산채를 나눌지라도 오히려 그 편안함이 못하다'라는 글을 말입니다.

이 음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결과물입니다. 가장 유려한 형태를 지녀서 혹자는 외관에만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바라보기에는 내면에서 우러나온 순수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수록곡

01. The Answer
02. Crickets Sing for Anamaria
03. So Nice(Summer Samba)
04. Chup Chup, I Got Away
05. If You Went Away
06. Pepino Beach
07. She Told Me, She Told Me
08. Batucada
09. The Face If Love
10. Safely In Your Arms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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