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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독일독일 남부 튀빙엔 대학 박사과정 유학생들이 2002년 7월 11-13일 사흘간 실시된 서명운동과 토론을 통해 얻어낸 과정을 시국선언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가감없이 메일로 전해진 원문을 올립니다.
노무현 현상을 지지하며 열린 사회를 갈망하며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독일 남부 튀빙엔 대학 박사과정 유학생들입니다. 이역만리를 떠나왔습니다만 이국 땅에서야 비로소 타민족 타문화와 비교되며 한국인이라는 명찰을 달고 생활하기에 늘 그곳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 저희들은 요 몇 달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며 희망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출신지역과 출신학교가 서로 다르고 대학시절에는 운동권학생들을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도서관을 지키던 사람들이 대부분인 저희들입니다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이 시작되기 전 놀랍게도 저희들 절대다수는 조국의 앞날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후보로 노무현 후보를 지목했었습니다.
그러나 고국의 정치환경 상 노무현씨가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그리하여 결국 조국의 미래가 다시금 민족의 자존과 국민 대다수의 권리를 지키기보다는 외세에 빌붙어 민족을 업신여기며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는 세력의 손에 넘어가고 말겠다는 생각에 절망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대통령후보경선이 시작되자 저희는 대다수 국민 속에 내재돼있던 거대한 힘을 보았습니다. 현실의 장벽들을 허물고 미래로 향해 나아가는 빠르고 탄력 있는 생명력을 보았습니다. 중국의 변방에 있던 유수한 제국들이 소수의 한족에게 통합되어 역사적 정통성도 민족혼도 없이 중국인을 자처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비록 오랜 기간 중화의 영향권에 있었으나 끝끝내 우리다움을 지켜내며 마침내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게 된 반만년 배달민족 특유의 가열찬 혼불을 보았습니다.
이런 거대한 힘에 실려 소신 뚜렷한 정치인 노무현씨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을 보며 저희는 떠나온 조국이 너무도 자랑스러웠습니다. 지역과 학연으로 갈기갈기 찢겨 합리적 판단보다는 맹목적 편견과 이에 편승한 소수 반민족 반민주 기득권 세력의 음모에 의해 민족구성원 전체의 운명이 결정되는 불합리한 시대가 가고, 민족이 하나되어 동북아에 배달의 삶의 터전을 보다 확고하고 안전하게 다지는 가운데 국민 각자의 인격과 능력이 올바로 존중 평가되는 열린 사회가 도래할 조국에 돌아가서 우리들이 그런 조국을 위해 해야할 일은 과연 무엇인가하고 진지하고 희망찬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인 소수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끈질기고 조직적이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이들의 선전선동을 버텨내기에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편견과 패배의식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새로이 마련된 열린 정치환경을 힘있게 끌고 가기에는 민주당이나 노무현씨 모두 낯설었습니다. 개혁의 힘이 하나로 뭉쳐 열린 터를 어렵게 마련했으나 그 새 터를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 지 아직 서툴렀습니다. 과거를 떨치고 미래로 힘차게 달려가려던 우리들의 발걸음이 주춤거렸습니다. 과연 우리를 이끌던 그 거대한 생명력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 힘은 더욱 두터운 소용돌이가 되어 우리 안에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 힘을 우렁차게 불러 세워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리 민족 안에 반만년 동안 쌓이고 다져진 이 힘의 분출을 보았습니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식민통치에 의한 민족 자존의 유린과 육이오 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과 군사정권이 이끄는 고도성장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과 폭력을 이겨내고 마침내 완전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룩된 진정한 열린 사회를 바로 목전에 두고도 또다시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들에 의해 이 천재일우의 민족적 기회가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운 생각에 저희들은 미약하나마 이와 같은 시국성명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광주민주화 운동이 있던 1980년 5월, 지금은 대부분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고 계시는 당시 튀빙엔 한인 유학생들은 출신지역과 학교를 떠나 하나로 뭉쳐 조국의 자유와 인권을 염원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이곳 언론에 의해 왜곡됨 없이 사실 그대로 전해지는 조국의 참사를 보고 떨쳐 일어났던 이십여년 전의 그 일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밤을 가르는 미네르바의 외침이었다면, 경제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와 민주주의에서도 세계 무대에 우뚝 솟아나려는 조국의 힘을 보고 입을 모은 지금 저희들의 외침은 봄날 새순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간절한 염원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
하나. 과거보다는 미래를, 소수의 반민족 반민주적 특권층이 잘 사는 세상보다는 민족 공동체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하는 이들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모아 주어야 합니다.
하나. 남과 북 동과 서로 찢기고 학맥으로 편을 가른 폐쇄사회에서 편견과 증오심이 민족의 힘을 분산시키는 세상이 끝나길 원한다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모아 주어야 합니다.
하나. 마치 국가와 민족이란 필요와 취향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는 옷과 같은 것이라고 여기며 언제든 이 땅을 버리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자들에게 조국의 장래를 맡기지 않으려거든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모아 주어야 합니다.
하나. 우리 민족의 생사를 우리편에서가 아니라 항상 강대국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방향을 잡아가려는 사대주의 세력들을 청산하려면, 그런 세력들을 앞잡이 세워 자국의 물신적 이익을 실현하려는 강대국의 결정에 의해 또다시 한반도가 전쟁터로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모아 주어야 합니다.
하나. 투명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과거의 1인 지배구조와는 다른 열린 정치환경을 마련했으나 민주당이나 노무현 후보 그리고 그 지지자들 역시 아직은 이 새 환경에 어색한 나머지 서툰 모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서로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인정하되 어렵게 마련한 열린 터의 미래적 가치를 부정해서는 안됩니다. 이 열린 터를 있게 하는 데 기여한 노무현씨의 역량을 그가 이룬 그만의 정치력이라 평가해 주어야 합니다. 가장 민주적 경선과정을 통해
선출된 노무현 후보의 정통성을 대신할 인물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을 찾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독재정치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됩니다. 그를 과거의 동료의원 중의 한명으로만 대하며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한 민주당은 결코 보스정치의 탈을 벗고 새로운 정당으로 탄생한 것이 아닙니다. 학맥과 지역분할, 공천권과 자금동원력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하게 조직을 장악하는 제왕적 권력을 국가 지도자의 정치력으로 평가해 주는 한
진정한 민주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1인 권력에 의한 부정부패는 구조적으로 사라지질 수가 없습니다. 아직은 서툴러 보여도 새로운 환경의 새로운 지도자 노무현 후보를 믿고 따라 주어야 민주주의가 큽니다. 팔짱을 낀 채 그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길 기다리지만 말고 그의 힘이 되어야 합니다. 그가 새 터에 튼튼한 새 건물들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 노무현 후보가 아직은 서툰점이 많다고 외면해 버리면 과거의 굴레들을 떨치고 21 세기 세계무대에 우뚝 솟아나려는 청년한국의 생명력이 길을 잃습니다. 오천년 역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청년한국을 일으켜 세워주기 위하여 새 터의 새로운 지도자 노무현씨에게 힘을 보태 줍시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들 - 가나다 순
김선광(법학) 김현진(사학) 문배수(신학) 문병효(법학) 박정구(법학) 박희호(법학) 조인성(법학)
장병일(법학) 이진오(철학) 이용진(신학) 이호림(치의학) 유병찬(신학) 윤정한(철학)
--------------------------------------- 이상 내용 끝
내역/ 2002년 7월 11-13일 사흘간 실시된 서명에서 튀빙엔 대학 박사과정 총 27 명 중 이상과 같이 13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개인사정으로 연락이 안된 6명을 제외한 나머지 8분들 중 5분들도 서명에 동참하지는 않았으나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연락처/ 이 진오. 전화 049(독일) -7071(튀빙엔)-687347. 이메일 sein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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