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패에 찍혀 뇌진탕을 일으킨 대학생을 돌보고...

'고 신효순, 심미선 49재 추모제'에서 다친 사람의 치료비도 국가에서 배상해주면 좋겠다.

검토 완료

안병선(sohnahn)등록 2002.08.01 20:19
7월 31일 시청앞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양 49재 추모제'때 나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원으로서 '전쟁과 폭력의 문화를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로'라는 글이 등판에 새겨진 노란 조끼를 입고 '조지 부시 사과하라'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사람이 다쳤다며 의료인이 있으면 앞으로 나와달라는 방송이 있어 가보니 눈이 몹시 아프다며 눈을 못 뜨고 땅에 누워있는 청년이 있어서 한쪽 눈을 심하게 다치면 다치지 않은 눈마저 실명이 될 수가 있으니 큰 병원으로 가보자는 말을 하고 있는데 119 구급차가 도착했다.

그 청년과 또 그 청년과 같이 왔다는 젊은 남자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가다가 한참 지난 후에 두피가 찢어진 대학생이 조용히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이 아프다는 환자가 하도 큰 소리로 고통을 호소해 그 청년만 위급하다고 생각했었다.

눈이 아픈 청년은 들것에 실리고 머리 다친 대학생은 자기 발로 걸어서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 들어갔다. 인턴이 진찰을 하는 동안에도 아픔을 큰 소리로 호소하는 환자에게만 큰 관심을 쏟다가 잠시 틈을 내어 머리 다친 환자에게 가서 이것 저것 물어보니 자기는 눈앞에 텔레비전이 고장났을 때 흰줄이 보이는 것처럼 눈 앞에 아지랑이가 지는 것외에는 괜찮으니 눈이 아픈 환자를 보살펴주라고 했다. 하지만 눈이 아픈 환자는 나중에 멀쩡하게 눈을 뜨고 별로 아프지 않다고 했고 안과의사도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3cm 정도의 길이로 두피가 찢어진 것만으로는 눈에 그런 이상한 것이
보이지 않는데 심각한 이상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보통 두개골 엑스레이를 비롯해 CT 촬영을 해야할 것 같았다.

경상북도에 있는 어느 대학에서 혼자 왔다는 그 학생은 부모님 몰래 왔고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나더러 돈을 빌려달라고 하다가 CT촬영을 하려면 응급실 관리료를 포함해 26만원 정도의 돈이 들고 앞으로의 치료비도 있으며 상해건이기 때문에 의료보험 적용이 안된다고 하자 CT 촬영을 망설였다. 그래서 나중에 벌어서 갚으라며 내 카드로 우선 지불해주겠다고 하고 사진을 찍게 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한두시간이 지나자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했는데 봉합치료를 받은 후에 속이 메스껍고 눈에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뇌가 상처를 받았을 당시 두개골에 충격적으로 부딪쳐 뇌진탕을 일으켜, 아니면 봉합치료를 받는 동안 통증이 너무 커서 그럴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신경외과 의사가 오면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했다.

그 학생은 눈을 뜨고 내가 위에 입고 있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조끼의 노란색만 보이고 아무 것도 안 보인다며 앞으로 장님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한숨이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인데 이렇게 너무 걱정하는 것은 불안 신경증이니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말하며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신경외과 입원환자 회진을 돌다 늦었다며 한참 있다 온 신경외과 레지던트 둘이서 CT사진을 보고 별 이상이 없는데 눈에 사물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환자가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친 환자가 구토를 하는 것은 중요한 싸인이라 그 의사들이 뇌의 부종을 줄여줄 수 있는 링겔 주사를 포함한 처치를 간호사에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뇌진탕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1시간 정도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CT촬영을 하러 가기 전에 다른 환자 보호자로 온 어느 젊은 여성이 그 대학생에게 다가와 자기 핸드폰을 빌려주며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로 연락하라고 해 자기 대학교 선배 한 사람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선배가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선배에게 연락을 했고 그 사람이 나와 통화한 후에 응급실에 나타났다.

몇 년 선배인가 물어보니 7년 선배라는데 나타나 나는 약간 놀라면서 어떻게 7년 차이나 되는데 아는가 물어보니 동아리 모임에 졸업한 후에도 새로운 후배들이 들어오면 가선 만나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남자들은 사회에서 선후배가 서로 이끌어주고 보살펴주는 network가 잘 되어 있는데 이것이 여성들에겐 잘 안되어 있어서 여성들이 사회생활 하는데 남자에 비해 불리하다는 글을 여성잡지에서 지난달에 읽었는데 그 현상을 내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그 선배라는 청년에게 내가 CT촬영 값을 포함해 258,999원을 지불했으니 앞으로 나올 치료비는 책임지라며 나는 집에 가겠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돈을 내게 주겠다고 했다. 나는 있으면 주라고 했고 그가 26만원을 주자 25만원만 받고 만원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 대학생에게 이런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은 고생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그 학생은 훌륭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그 병원을 나왔다. 집에 와 한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응급실로 전화해보니 그 대학생이 괜찮아져서 곧 응급실을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강경진압탓 상처' 일부 국가 배상책임 판결이 오늘 나왔다는데 위 대학생과 같은 경우에도 국가에서 치료비를 배상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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