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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우리 속담이 실감나는 2002 '대~한민국' 지방자치 선거였다. 민주당 참패, 한나라당 압승이 신문들의 표제를 장식했다. 이를테면 "가출 아내를 찾아달라며 자기 집에 불을 지른 꼴"이었다는 것이 이번 지방자치 선거결과를 보고 느낀 소감이다. 어정쩡한 남녀가 어느 날 갑자기 상대방의 不貞(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여자가 순결을 지키지 않은 경우'로만 되어 있으나 필자는 남녀에게 공통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함)을 빌미로 제로섬게임을 벌이는 장면을 구경한 기분이 이럴까.
서울, 경기 모두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민주당 후보가 개표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했기 때문에 유수한 여론조사 전문업체들마저 무력하게 만들어버린 이번 지방자치 선거에서, 최대 수혜자는 유권자, 국민이 아니라 반사이익을 지고지선의 목표처럼 집요하게 챙겨온 한나라당과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살펴본다.
서울 경기지역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가던 민주당 김민석, 진념 후보가 막상 개표 결과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한나라당 이명박, 손학규 후보에게 참패함으로써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다시 한 번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은 별도 측면에서 비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은 사회조사 분야에서도 '한국 정치' 못지 않게 후진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재검토되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선거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참패 현상을 '홧김에 서방질에 나선' 유권자들의 분노 어린 투표성향으로 분석했다. 이성보다 감정에 치우친 투표였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측간 갈 때와 올 때' 사람들의 보이지 않은 뇌파까지 체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사전조사의 부정확성을 어렵게 시인했다.
이런 결과는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과 측근이 저지른 권력형 부패, 비리의 반작용 때문이라는 것이 언론의 피상적인 지적이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권력형 부정부패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분노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유권자의 투표성향은 이성보다 감정에 흐르기 쉽고, 어차피 선거는 '바람'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유권자들을 움직인 '감정의 바람'은 김대중 정부의 개혁 마인드나 성과 자체를 외면하고 지방선거를 계기로 분풀이하듯 한나라당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의 각종 '게이트'에 파상공세를 펼침으로써 정부의 개혁적인 정책들은 물론 '햇볕정책'마저도 '사기행각'으로 몰아갈 수 있었으니, 이번 지방자치 선거는 민주당 패배가 예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 정부의 뼈아픈 정국주도 실패가 지방자치 선거 참패로 나타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집권 민주당의 실정이 한나라당에 표를 쏠리게 했다는 반사이익 현상은 양당이 서로 비슷한 수준에서 인정함으로써 모처럼 여 야의 '異論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내세운 남북화해를 위한 조치들이나 각종 경제 사회분야의 개혁정책들마저 몽땅 '바람'에 날려가 버린다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진보와 개혁이 후퇴하면 보수와 수구가 빈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개혁정당을 표방한 민주당 정부의 패배가 보수지향 한나라당의 승리로 나타난 지방자치 선거결과는 앞으로 시민생활에 어떤 양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매우 흥미로운 작용과 반작용을 상정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속담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은 이제 진리로 굳어진 것일까. 우리 사회는 지금 과거 군사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김대중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작용에서 나온 말이라고 치부해도 섬뜩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기념관, 동상 건립을 계기로 '박정희 신앙'의 부활을 과거회귀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무시하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서울 경기도의 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 현 정부의 실정을 100%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일견 '과거회귀'라는 조짐들이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번 선거의 상징적인 결과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에, 손학규 후보가 경기 지사에 당선된 것에 불과하지만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어떤 명분으로도 포장해도 개혁세력의 후퇴를 뜻하는 사건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민주당의 참패가 일부 무늬만 '개혁적'이었던 사람들의 퇴진으로 이진다면 다행이겠으나 사회 전반의 진취적인 개혁 분위기의 위축이나 개혁 마인드의 포기로 나타난다면 심각한 정치적인 문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불행하게도 새로 당선된 한나라당의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드러낸 최근의 솔직한 행동이 이 같은 과거회귀의 불길한 조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수구 세력의 발호가 심히 걱정된다. 한나라당의 압승은 마치 주류(main stream) 보수 우익이 벌이는 파티의 예고편을 엿보게 하는 것 같아 착잡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대한 개혁 거부세력이 정권 말기, 레임덕을 계기로 날뛰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의 취임 일주일, 에피소드를 사례로 현재와 미래의 예상 분위기를 한 번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첫 공식행사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 시민증을 수여하는 공식석상에 아들과 사위를 참석시켜, 단상으로 불러 올려놓고 히딩크와 기념촬영을 하도록 주선한 일로 시민들에게는 빈축을 사고, 시청 문 앞에서 히딩크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몰려든 붉은악마와 시민들에게는 분노를 샀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주한 미군 제2사단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한다고 발표하자 지역 주민들과 지각 있는 국민들은 미군 탱크에 깔려죽은 동두천 여중생 2명의 억울한 영혼은 누가 달래줄 것이냐면서 분노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미국 짝사랑을 새삼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두가지 사건은 보는 시각에 따라 상이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이명박 시장의 경우를 보자. 자식과 사위가 히딩크와 기념촬영 한 번 하겠다는 데 명색이 시장인 아버지가 가볍게 허용한 것을 두고 무슨 시빗거리가 될 수 있느냐고 이명박 옹호론을 펼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명박 시장의 해명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 시민들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시민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네티즌을 동원, 느닷없이 시청 홈페이지에 '이명박 옹호'를 위한 무모한 여론조작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듯한 얘기지만 이 견해에는 특권의식을 당연시하는 위험한 의식구조가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명박 시장 자신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아들과 사위에게 히딩크와 기념촬영을 하도록 허용한 심리적 배경에는 시청 직원들과 일반 시민들을 무의식중에 내려다보고 있거나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시장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특권의식'이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심각성은 이명박 시장 자신이 그런 행동을 특권의식이라고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이 시장이 공인으로서, 치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도덕적 불감증이 어느 정도 심각한 사람인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는 15대 총선에서 당선되었으나 지나친 향응접대 등 돈을 뿌린 혐의로 고발되어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판정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지만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람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미 부도덕한 행위로 당선무효 판정을 받았던 사람을 서울 시민이 다시 시장으로 뽑아준 것을 두고 현행 선거법의 맹점이라고 일과성으로 외면하기에 앞서 '파렴치 선거사범'을 시장 후보로 공천한 한나라당의 부도덕성을 짚어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후보의 과거 기업경영자 시절의 과오, 정치 입문 이후의 몰지각한 행적 등을 묵살하고 풍부한 재력에 굴복(?)해서 공천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공천 경합자로 나섰던 홍사덕 의원의 폭로로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이명박 시장은 현금 자산을 수백억원 가까이 보유한 '재벌급' 정치인이지만 의료보험료를 서울시 말단 기능직 공무원보다 적게 냈다고 해서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다. 이런 사실도 이번 시장선거 운동기간에 새롭게 밝혀졌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대통령 아들 비리, 각종 게이트 등이 밉다는 이유로 민주당 시장후보 김민석 대신 한나라당 이명박을 찍었다. 이것은 서울시장 선거의 실상이었고 현실적인 양당제의 맹점이기도 했다.
서울 시민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아들, 측근들 꼴 보기 싫다고 젊고 개혁적인 민주당 후보를 버리고 늙고 수구적인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한 후유증을 어떤 식으로 든 겪게 될 것이다. 그는 일주일만에 풍부한 예고편을 보여주었다. 취임식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도 높게 독려한 이명박 시장의 근무시간 첫 나들이 공식(?) 행사는 시장 부인이 회장으로 있는 동문회 모임에 출장참석해서 특강을 하는 일이었다. 그 시간 시청 공무원들은 태풍 '라마순'의 공포에 대비, 긴장상태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시장의 일련의 행동과 의식에서 품위와 권위, 도덕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손학규 경기지사 편을 살펴보자. 그를 뽑은 도민들 역시 일주일도 되지 않아 속병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월드컵 기간 중에 미2사단이 훈련을 하다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동두천 여중학생 2명을 장갑차(탱크)로 무참하게 깔아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월드컵에 가려서 처음에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유족과 지역사회 시민 사회단체의 빗발치는 항의로 겨우 한미 합동조사가 이루어져서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이 사건은 미군 측에서 탱크 운전병의 무과실을 주장하는 바람에 사회적으로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차량 2대가 정상속도로 교행하기에도 빠듯한 도로에서 미군 탱크(캐터필러 장갑차) 운전병이 과속(시속 60km)으로 달리면서 전화통화를 하다가 여중생들이 걸어가고 있는 것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깔아뭉갰다는 목격자 증언까지 있었지만 미군측 대변인은 공식적인 발표에서 운전자 무과실을 주장했다.
이런 판에 손학규 경기지사는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미2사단장에 감사패 증정을 결정했다. 경기 도민들의 분노가 눈에 보이듯 뻔했지만 손 지사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런 발표를 당당하게 한 것이다. 의정부 동두천 등 지역주민들의 항의는 물론 전국적인 반미 정서가 고조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손 지사가 드러낸, 생명경시까지 느껴지는, 무감각하고도 안이한 정신상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손학규 씨는 운동권 학생으로 출발, 젊어서 한 때 빈민운동에도 가담했고 개혁적인 재야 민주화운동 대열에도 섰던 사람이었는데 수구 보수 진영에 합류, 과거정권에서 장관까지 지냈지만 정치적 신념변경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 적이 없다.
손학규 지사는 집권 여당이던 시절 이회창 씨가 국세청 세금을 도둑질한 돈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 데 비해, 자신은 안기부 돈 2억원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비용으로 사용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이번 경기지사 선거과정에서 폭로되었지만 손 후보는 끝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과거 집권세력의 어두운 의식구조에 뿌리를 둔 도덕불감증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지만 도민들은 그를 경기지사로 뽑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 이들 두 사람의 최근 행동과 처신, 자세는 과거 독재 권위주의 치하에서 기생해온 기득권 세력의 의식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비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이 이와 비슷한 에러를 자행해도 본인들 스스로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이번 사건을 미루어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이미 가치관 자체가 수구 보수, 기득권 지향적이어서, 정견발표에서 보았듯 서민 대중과 판이할 정도로 사고방식이 고착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본다. 여중생 2명을 탱크로 깔아 죽인 미군이 한국 검찰의 조사요구를 이미 2차례나 거부하고 있는데 그 지휘관에게 감사패를 수여한다는 발상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도 인명 경시의 부도덕한 가치관, 친미 사대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미2사단장에게 감사패를 주는 일과 여중생 사망사건이 무슨 상관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는 측근들의 불평도 들린다.
시청에서 명예 시민증을 수여하는 공식적인 자리에 자식과 사위를 단상까지 데리고 나와 히딩크와 사진을 찍게 한 것이 무슨 부끄러운 짓이냐고 항변하는 이명박 시장 휘하세력의 목소리도 우렁차고, 이 시장 옹호를 위해 동원된 듯한 네티즌의 여론몰이 괴성도 요란하다. 이런 행태들은 기득권자, 특권층의 사고방식에 비추어 볼 때 어느 형태로든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시민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를 시장으로 뽑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찍은 시민들은 사소한 후유증으로 그칠 것으로 생각하고,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억지 시빗거리에 불과하다고 무시하면서 불문에 붙일 수도 있는 일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히딩크에게 자신의 자식, 사위와 사진을 찍게 한 일이 말썽을 빚게 되자 이를 사과하는 자리에서도 우연한 일이었다고 거짓말을 했고, 다시 이를 합리화하려 했으며 인터넷을 이용, 동원된(?) 네티즌으로 하여금 자신을 옹호하도록 한 무모한 행동까지 양해하는 시민들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명박 씨는 20여년 동안 현대건설 사장, 회장으로 재직했는데 현재는 수백억원 대의 현금을 소유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고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全權을 위임받아 경영했다는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재직 중 흑자를 내지 못했던 기업이다. 현대건설의 적나라한 경영실적은 IMF를 거치면서 회계부정, 장부조작으로 수십년 동안 분식회계를 일삼아 왔다는 것이 비교적 최근에 밝혀졌다. 그것마저도 IMF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비밀로 은폐됐을지 모를 사건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특혜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3조원 정도의 공적자금(국민 세금)을 투입했다. 이명박 씨는 현대건설의 전문경영인으로 근무한 경력을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사람인데 개인은 수백억원 대의 재력을 쌓을 수 있었다. 국민들은 그의 재산형성 과정, 정당한 납세여부 등도 알고 싶은데 속수무책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보너스로 준 땅이 폭등해서 그렇게 부자가 됐다고?
무려 3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던 20여년 누적 적자기업에서 수백억 원의 개인재산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능력과 이회창 씨가 세금 도둑질로 마련한 기천억원 대의 대선자금이 근본적으로 누구에게서 나왔느냐 하는 점도 궁금하다. 두 가지 돈이 모두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비슷한 컬러의 돈이 아닐까. 그런 부도덕한 최고 경영자를 서울 시민은 시장으로 뽑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다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특권층 컬러 탈색에 열중이다. 참고로 '현대' 주요 계열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3조원이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메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 붓게 만든 현대건설의 최고 경영자 이명박 씨, 그가 현대건설에서 천문학적인 재산을 '빼돌려' 보유하고 있는데 서울 시민들이 그를 서슴없이 서울시장으로 뽑았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새삼 경이롭기까지 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후보에게 과감하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맹목적인 투표성향을 어떤 이론으로 설명할까. 선거 전문가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아들, 측근들이 꼴 보기 싫어 무조건 민주당 후보가 아닌 사람을 찍은 결과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이런 변명은 시장 후보로 민주당 인사만 나선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설픈 양당제에서 유권자들은 선택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제법 고담준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것들이 100% 합당한 이유가 될까.
이명박 시장은 서울 시민을 잠깐 우롱하는 실수를 범했을 뿐이고, 손학규 경기지사는 무지몽매한 도민들의 눈을 잠깐 속이려고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앞으로 4년간 이보다 더 파렴치하거나 부도덕한 일, 지방자치에 역사에 역행하는 짓들을 참아내야 할 것이라는 예감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아마 '홧김에 서방질 하듯' 투표한 시민들은 이들의 4년 임기를 기다리기가 너무 지루하다고 느낄 날을 곧 맞이할 지도 모른다.
이들을 지지한 유권자가 모두 '과거로 돌아가자'고 '과거 기득권 세력'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이들은 진보와 개혁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수구 보수주의자들의 선봉장으로 당당하게 총대를 맨 대표주자들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서울 시장, 손학규 경기 지사의 한심한 행보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들의 '노란 싹수'를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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