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명물, 증평 '무등산광장'

삶의 여정을 풀고 오리고기에 대나무 술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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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우(cb3963)등록 2002.09.11 09:03
이것이 진짜 한 사람에 불굴의 의지가 이룩해 놓은 건축물이라고 말하면 모두들 믿기 힘들어한다. 가든 식당이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웅장한 절같이 보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고려시대의 건축물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각박하고 고단한 삶의 여정을 잠시 풀어헤치고 이 곳에서 오리구이에 대나무 술을 한잔 걸치고 나면 코끝을 후비는 통나무냄새와 솔향기가 메마른 영혼을 촉촉이 적셔주는 곳이다.

무등산광장, 이름부터가 거창한 느낌을 주며 식당 이름과는 거리가 먼 듯한데...
이 곳은 자동차를 타고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충주방면으로 20여분 달리다 보면 '증평'이라는 깨끗하고 아담한 도시 속 '안골산'이라는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증평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36번 4차선 국도 옆으로 넓은 보강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고, 천 둔치 변에는 정갈하게 핀 꽃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백두대간에 산들이 삥둘러 도시를 부드럽게 포옹하고 있기 때문인지, 왠지 가슴 설레이고 정감이 가는 도시다.

그러나 무등산광장을 가기 위해서는 증평 도시가 눈에 들어오면서 바로 충주방면의 36번 국도를 벗어나 바로 증평으로 진입하는 우측편 4차선도로로 진입해야 한다.

그런 후 500m정도 가면 우측 노변에 무등산광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표지판을 따라 열차 굴다리를 지나 논두렁길로 접어 들어가 보아도 뭔가 보이질 않는다. 잠시 인내를 갖고 2분 정도 가면 산자락 베일에 가려진 웅장한 한옥 2층 건물과 수려하고 넓은 정경이 마치 새색시처럼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누구나 처음 오는 손님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기 보다는 건축물과 마당 뜰에 설치된 연못 등을 살피며 탄성을 자아낸다. 신비스러운 주변 정취에 취하다 보면 주인장이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의외로 주인장은 40대 초반의 젊은 사람으로 수더분한 턱수염에 생활한복을 입고 있어 무언가 범상치 않은 삶을 살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이 건축물은 주인장이 직접 통나무를 깎고 흙을 퍼 나르며 인부 몇 명의 품을 사 지었다는데 믿어지질 않는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나무 뿌리를 산에서 캐다가 만들어 놓은 괴목들이 수십여개가 되고 수석만 해도 몇 차 분량이 된다고 한다.

묘목과 분재 그리고 조경에 능한 주인장은 현재 조성된 연못에 구름다리와 가드레일, 그리고 연못 위 중앙부에 팔각정을 모두 혼자 만들고, 거기다 푸른 잔디위에서 문화공연을 볼 수 있도록 30평 야외특설무대를 통나무로 설치하는 작업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이 건축물은 찬란한 우리 민족문화와 증평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3년에 걸쳐 청와대 춘추관을 모방해 지었다고 한다.

'무등산광장'이라는 식당 이름은 꿈속에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계시해 주었다는데, 수많은 학들이 하늘에서 한문으로 無騰山廣場이라고 쓴 천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이는 "없는 사람이 올라선 산"이라는 뜻도 되며, "없는 사람들이 누구나 올 수 있는 산이며 광장"이라는 뜻이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주인장은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4-5명이 먹을 수 있는 오리구이 한 마리가 3만원이면 족하다. 또 야외 뜰에는 돼지고기 등을 구워먹을 수 있게 해놓아 금전적 부담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주인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넓은 주변 산야일대 1만2천여평에 수목원과 눈썰매장 등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수마(水魔)에 할퀸 상처가 가시지 않은 초가을, 심연의 답답함을 풀고 가을여행이 나서 싶은 이들…

충북 쪽으로 여행길에 나선다면 잠시 이 곳에 머물러 오리고기에 대나무 술 한잔 곁들여 보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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