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방안'의 허실

고급기술인력 양성에 초첨을 맞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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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렬(slm221)등록 2002.11.12 14:22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전경련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방안’은 국가가 10년 동안 11조가 넘는 돈을 투자해서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안에 대해서 나는 상당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지원을 하든 이른바 제대로 된 고급 인력은 절대 배출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나는 고급 기술인력의 기준이 그 스스로 상당한 전문성을 지님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우를 받는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현재 전경련이 지향하는 바와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경련의 속셈은 다분히 정부가 돈을 지불해서 ‘전문성이 있는’ 고급 기술인력을 양산해 내면 자신들은 ‘적절한 대접을 하지 않고’ 아주 싼값에 부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손도 대지않고 코를 풀겠다는 '도둑놈 심보'다.

이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들 스스로 현재 소프트웨어 인력이 6만여명 씩이나 절대 부족하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자기들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중에는 취직을 못해서 떠돌고 있는 이른바 고급인력들이 넘쳐나고 있다. 만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이처럼 유망하다면 왜 이들이 그런 일을 하려하지 않을까?

최근 모 재벌회사와 전직 연구개발 직원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천지인’ 소송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곰이 부린 재주로 번 돈을 혼자 독차지하려는 얄팍한 장사꾼 속셈을 읽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 뿐 아니라 첨단 분야의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자긍심을 가지며, 지신의 창조적 능력에 대하여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야바위꾼들처럼 이런 창조적 인재들로부터 나온 성과물을 독차지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대다수의 연구개발인력은 특허를 쓰고서 모든 권리를 회사에 양도하는 각서를 쓴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날강도' 같은 법이 있다니….

이 문제는 국가 경쟁력의 차원에서도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결국 그렇게 해서 쓰는 특허는 절대로 창조적일 수 없고 결국 큰 돈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다. 어찌보면, 천지인 소송의 당사자는 매우 순진한 곰이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 옷가게를 한다. 순진하고 창조적인 인재가 결국 이 사회에서 갈 수밖에 없는 길인 것이다. 이제 전경련에게 말하고 싶다. 국가에, 아니 국민에게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너희들부터 제대로 지불할 것을 지불하라고.

차기 정부가 전경련의 얄팍한 논리에 놀아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들이 말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느 정도 지원할 필요야 있겠지만 국민의 세금을 축내며 큰돈을 지출해야 할 분야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세금을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써야 마땅하다. 전경련은 철저히 (대)기업의 이익논리에 충실한 이익 집단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당장 돈 벌 궁리만을 한다. 하지만 국가는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한다.

몇 달 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크게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한 인터뷰는 국가가 어디에 투자를 해야하는지를 잘 가르쳐주고 있다. 그 기업인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잔기술은 기술자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인문사회과학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했다. 결국 고급상품을 결정하는 것은 콘텐츠이고, 이런 콘테츠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편리한 기능이 아니라 깊이있는 내용에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다. 정말로 경쟁력이 있으려면 기초가 튼튼해야한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이런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 국가는 어떻게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하는지 긴 안목과 명철한 판단력을 갖고 내다봐야한다. 한두 이익집단의 교언영색에 홀려서 대사를 그르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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