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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종교모임의 정치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학생회 선거시기와 대선이라는 정치적 상황을 맞아 학생회 선거에 정책제안을 하거나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운동을 벌이는 등 정치적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들어 대학생 종교모임이 선교 위주의 종교활동에 그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방적 포교활동에 학생들 불만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마다 세워진 장승이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과 마찰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밤사이 장승이 파헤쳐 있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장승을 불태우는 등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의 장승을 없애려는 시도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 때마다 총학생회와 학교 당국에서는 경고 조치하는가 하면, 다시 장승을 세우느라 고초를 겪기도 했다.
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곳에는 포교활동을 하려는 종교 동아리 학생들이 몰려들어, 학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점심시간 잔디밭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는 물론, 신입생 신체검사장이나 새터에서도 포교활동을 벌이곤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대 김민재 씨는 “포교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방식이 너무 일방적이고 거부해도 계속 따라다녀서 귀찮다. 사람들을 교회에 오게 하는 게 아니라 잡으러 다니는 것 같다”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치활동에는 ‘긍정’
올해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기독인모임 학생들이 각 선본에 정책제안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3일(토) 이화기독인모임 학생들과 총학생회에 출마한 각 선본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이화기독인모임은 3백여 명의 서명을 받아 △학생행사 때 고사 반대 △채플 강사 선정시 목사 우선 등의 정책을 제안하고 각 선본의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해피 바이러스’ 바정 선거운동본부장은 “학생들이 선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말하며 “학내 기독모임을 하나의 입장으로 받아들이며, 정책제안은 이화인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화여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번 총학생회에 출마한 ‘예스 이화’선본이 기독교 선본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 후보들을 비롯해 선본 구성원들이 기독교 동아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스 이화 선본은 공식적으로 “기독교 선본이 아니라 비권 선본”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선을 맞아 대학생 부재자 투표소 설치운동에도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기독교 학생모임인 IVF와 SFC가 부재자 투표소 설치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IVF 서울대 빛지부 이일 대표는 “IVF 중앙차원에서 참여연대의 제안을 받고 각 대학지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커닝추방운동과 같은 정신문화운동뿐 아니라, 대학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함께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IVF는 1백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서울대 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진 동아리다.
정치적 압력행사할까 우려도
기독교 학생모임을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흐름은 기독교 교리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일 씨는 “정치활동과 선교활동이 딱 분리될 수 없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영역은 우리 사회 전체이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켜간다는 의미에서 개인에게 복음을 전도할 뿐만 아니라, 사회 부조리를 없애고 정치활동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 학생들에게는 기독교 학생모임의 정치활동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화여대 김미정 씨는 “기독교 학교라 찬송가가 학생수첩에 나오고 한 학기에 한 번 채플을 들어야만 졸업이 가능한 학교 분위기에서 기독교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에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기독교 학생모임이 대학사회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숙명여대 한 학생은 “96년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성정치 운동을 벌였을 때,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이 대자보를 철거하고 설치물을 불태우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고 지적하며, “대학생 기독모임들의 정치활동이 자치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기독교적 교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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