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학생회의 입장 발표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 임세환
이날 샴페인 대령은 부인이 가르치는 경희대 경영특강 수업에 일일강사로 초대됐다. 강의가 있기 전에 청량리경찰서에서 “대학가에 반미감정이 고조돼 있으니, 제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지만 샴페인 대령은 제복을 입고 사복경찰까지 데리고 방문해 쉽게 학생들의 눈에 띄었다.
뒤늦게 샴페인 대령의 방문 소식을 접한 총학생회 집행부와 경희대 학생들은 수업을 끝내고 귀가하려는 샴페인 대령의 차를 둘러싸고 “미군 헌병 장교로서 무죄평결에 대해 책임져라”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과 사복경찰 사이에 물리적인 충돌까지 발생했다.
샴페인 대령이 빠져나간 이후에도 갈등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계속됐다. 경영학부 학생들이 ‘신분은 미군 장교이지만 MBA 학위를 가지고 있고, 순수하게 강의를 위해서 방문한 샴페인 대령을 총학생회가 막아선 것은 무리’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경영학부 이원섭 학생회장은 “총학생회가 강의가 끝나기 전에도 강의실 밖에서 소란을 피워 수업권까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경영학부 학생회는 21일(목), 대책회의를 통해 총학생회에게 △인터넷 게시판 및 대자보에 공개 사과문 제시 △당일 상황에 대한 정확한 경위서 제출 △해당 과목의 교수 가족에게 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
경영학부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총학생회는 지난 25일(월), 입장 발표를 통해 수업 방해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덧붙여 ‘미군 장교가 학교에 들어오는 것, 방문에 대해 총학생회와 상의하지 않은 것, 경찰까지 함께 학교에 들어온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총학생회 김태일 문화국장은 “니노 병장의 무죄평결이 있던 날, 버젓이 제복을 입고 대학에 들어온 점은 용납할 수 없다. 게다가 샴페인 대령은 미8군 헌병 대령으로 효순이와 미선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라며 총학생회의 시위가 정당했음을 주장했다.
샴페인 대령의 특강은 지난 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 번에 걸쳐 예정돼 있었으나, 또 다시 학생들과 갈등을 빚을 것이 우려돼 금요일 강의는 취소됐다. 한편 경영학부 이원섭 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사과문에 포함된‘교수님과 사복경찰이 먼저 학생들을 구타하고 밀쳤다’는 내용은 거짓이다. 교수님들은 물리적 충돌에 끼어들지 않았다. 때문에 교수님들과 함께 사과문 수용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샴페인 대령의 방문으로 빚어진 학생들간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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