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얘기] 민주당 '자갈치 아지매' 탄생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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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기(hanki)등록 2002.12.06 19:12

6일 오후 노무현 후보가 자신의 방송 찬조연설을 한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를 만나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4일 민주당 찬조연설자로 나온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58)씨의 연설이 '대박'을 터뜨리자, 노무현 선대위의 미디어선거특별본부와 그 산하의 찬조연설단이 입이 함지박만해졌다. 이후 미디어본부와 찬조연설단에는 당 안팎의 격려 전화와 외부로부터 떡·과일 등이 답지했다.

자갈치 아지매가 히트를 치자, 그 찬조연설이 어떻게 기획됐고 제작됐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조광한 찬조연설단장을 만나 '자갈치 아지매'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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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선대위에 찬조연설단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11월 10일. 찬조연설단은 열흘 가량 '부담 없이'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이 기간이 찬조연설 컨셉트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이었던 셈이다.

조광한 단장은 "고정 관념에 사로잡힐까봐 기획 회의도 당 밖의 커피숍 등에 가서 했다"며 "단 하나의 규칙만 정했는데, 아무리 한심해 보이는 기획 아이디어를 내놓더라도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선거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상상력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나온 찬조연설 아이템이 60여 개. 그 가운데 20개 가량을 추렸는데, '자갈치 아지매'도 그 기간 동안에 나온 것이었다. 서민과 PK(부산 경남)라는 키워드를 만족시킬만한 적임자가 '자갈치 아지매'라는데 팀내에서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노무현 선대위의 조광한 찬조연설단장. ⓒ 오마이뉴스 이성규

조 단장이 밝힌 '찬조연설'의 두 가지 원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통령 선거 캠페인과,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유권자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듣고 싶어하는지 '유권자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

기획 아이템은 '순산'이었지만, 문제는 그 컨셉트에 맞는 인물을 과연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조 단장은 개인적으로는 대학 후배이면서, 영화감독인 허경진 연출2팀장을 부산 현지로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허 팀장은 11월 23일 부산으로 떠났다. 조 단장은 허 팀장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애초 설정한 컨셉트에 맞는 아지매를 찾기 전에는 서울에 올라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

허 팀장은 자갈치 시장을 이틀 동안 발로 누비며 찬조연설 '주인공'을 찾아 나선 결과, 세 명의 후보자를 골라냈다. 그 가운데 이일순씨가 즉석 현장 인터뷰 결과 가장 적임자로 선정된 것. 이씨는 '방송 출연'이라는 이야기에 다소 머뭇거렸지만, 이내 승낙했다.

방송 하루 전인 지난 3일 녹화차 부산에서 자갈치 아지매가 올라왔다. 그리고 이날 오후 3시부터 연습을 거쳐 저녁 8시부터 녹화에 들어가 다음날 0시30분에 마무리됐다. 제작팀에 따르면, "자갈치 아지매가 아마추어인데다 긴장을 해 여러 차례 NG를 내는 바람에 4시간 여 동안 녹화를 했다"고 한다.

자갈치 아지매는 방송 후에도 '똑순이'다웠다는 게 제작팀의 전언.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서울에서 자고 아침에 내려가라는 제작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갈치 아지매는 "(오늘 공 쳤으니) 내일 장사를 하기 위해 지금 내려가야 한다"며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갔다고 한다.

"사실 '자갈치 아지매'편을 하기로는 결정했지만, 첫 타자로 내세울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어차피 첫 방송에서 시청률이 높아야 한다는 부담을 고려하면 유명 인사를 내세우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자갈치 아지매'로 승부를 걸기로 했고, 히트할 거라는 예감은 있었다."

조 단장은 그 히트 예감이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대박'으로 변했다고 한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관객이 100만명쯤 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500만명쯤 든 것처럼. 조 단장은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의 찬조연설이 '자갈치 아지매'를 더욱 빛나게 했다"며 한나라당에 감사(?)를 표했다.

한편, 조 단장은 민주당 선전국장, 부대변인,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 보좌관 등을 지냈을 뿐, 방송인 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4대 총선 때 정당 홍보물(<엄마는 4년 동안 참았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대표(당시는 김대중 총재)의 사진을 빼는 파격을 보여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자갈치 아지매'를 스타로 발굴한 허경진 팀장은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조감독을 맡았고, 작가로서 활동하기도 했던 82학번 386세대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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