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미하는 우익을 기다린다

사대수구세력의 몰락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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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cheori27)등록 2002.12.22 11:12
이땅에서 자칭 정통보수세력이라 떠벌이던 집단은 이제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좌충우돌하며 국민을 기만하려던 제1야당 대통령 후보 이회창의 퇴장을 그린 조선일보의 만평은 그들 스스로의 운명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이것을 조선일보는 구세대 정치인의 퇴장, "낡은 정치"의 퇴출을 자조적으로 그린 듯하지만, 그 본질은 사대수구세력의 전면적인 몰락과 대체세력의 등장이 예견되는 공간의 형성이다. 이제는 동족을 기만하고 나라를 팔아 자신의 배를 채워온 사대수구세력을 대신해 전통적 의미의 '우파'가 들어서야 하는 정치 지형상의 공백을 의미한다.

이는 한반도 남쪽에서 더 이상 냉전적 사고와 분단을 볼모삼는 기형적 사대보수가 아니라 민족주의 내지는 국가이익이라는 이념에 기초한 근대적 의미의 보수우익이 자리잡을 가능성을 말한다.

그 바탕에는 우선 조중동을 필두로 수구의 나팔수들이 백성을 호도해서 제멋대로 난도질하던 절망적 상황을 극복한 대안여론 형성의 기틀이 자리잡아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인프라가 그것이다. 그로부터 사대수구언론에 기생하던 사대수구적 지식인들의 몰락 내지는 변신이 예견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식인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고, 그 한 양상으로 이제까지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고뇌가 자연스럽게 야성으로 이어지던 지식인 사회에서 계급적 처지와 신념에 기초한 좌우분화의 단계로 이행할 가능성이 마련된 것이다.

말하자면 낡은 정치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환영받던 지식인들은 이제는 계급적 입장과 민족적 입장, 세계시민적 가치와 국가주의적 가치 사이에서 자신의 색깔을 새롭게 다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로부터 반미하는 우익의 등장 가능성 하나가 예견되는 것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시민운동이 기존의 권력을 압박하고 강제할 수 있을 만큼의 저변을 확대해 왔으며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는 점 또한 중요한 토양이다. 이 토양 위에서 시민운동은 그 이념적 자율성에 따라 분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독도수호 운동은 사대주의적인 정권을 가진 나라에서는 민족자존을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이었지만, 우방과 평등한 관계를 가진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에게는 팽창주의적 지향의 기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도 이것이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몽.만.시베리아의 자원지배권을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경쟁 속에서 국가이익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념적 지원은 일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민족문화와 전통을 수호계승하기 위한 광범위한 활동들은 현단계에서는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구호에 맞는 민족문화 복원의 문제이지만, 그 복원이 완료되는 어느 시점에서는 서구문화와 그 대표격인 미국문화에 대한 강력한 반대자로 등장할 수 있다.

일례로 맥도날드 햄버거를 거부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면, 그것을 대미교역에서 하나의 압력수단으로 인식하고 이용하는 이념적 대상화로 이전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로, 서구에서 들어온 것을 일반명사로 부르고 민족전통의 것을 특수명사로 부르는 기형성(음악-국악, 역사-국사, 의학-한의학, 옷-한복, 그림-한국화 등...)의 극복을 통한 새로운 문화상품의 창출과 이를 통한 이익추구의 과정에서 나타날 이념적 지원도 예견된다. 이로부터 반미하는 우익의 가능성 한 가지가 더 추가될 수 있다.

또한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들이 냉전논리, 흑백논리로부터 자유롭게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을 확보했다는 점이 논의될 수 있다. 오늘날 사회주의적 이상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현실적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반면 자본주의 세계화의 흐름에 대한 저항은 강력한 행동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적 마인드를 가진 새로운 세대들은 사회주의적 세계주의(또는 자주적 평등주의)와 자본주의적 세계화 경쟁 중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지에 따라 이념적 분화가 예상된다. 이때 경쟁을 택하는 그룹의 이념적 방향성은 오른쪽이 될 것이고, 이들에게서 반미주의에 기초한 다크호스 경쟁주의(남한자본주의의 도약을 추구하는) 이념이 형성될 가능성이 마련되어 있다.

이 짧은 글에서 전통적 의미의 좌우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전통적 잣대로 갈라본 '우익'의 형성 조건이 이번 대선을 출발점으로 비로소 남한사회에 갖춰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남한사회가 사대수구세력 지배하의 대미종속구조에서 벗어나, 세계적 규모의 자본주의 경쟁대열에서 자기 레인(lane)을 배정받고 출발선에 서는 것을 상정해 본 것이다.

이 논의에 일리가 있다면 오늘 자칭 진보와 혁신을 말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예견하고 그 경쟁에 대비하는 한 단계 높아진 이념적 무장이 필수적일 것이다. 더불어, 사대수구세력이 몰락한 자리에 반미하는 우익이 어서 그 자리를 채워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이땅에 우익은 아직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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