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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방치하지 않고 북핵문제에 총력대응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이것은 일견 당연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대책없는 분주함으로 끝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대응의 중심축은 노 당선자가 될 것이고, 현 내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분석과 상황파악 수준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김 대통령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가?
김 대통령은 지금 즉시 특사 또는 밀사를 북한으로 보내서 재빨리 김정일의 방한을 종용 또는 초청할 것을 권한다. 김정일 답방의 성사여부를 떠나서, 김대중 정권의 마지막 임무는 그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채로 북미간의 기싸움에 눈치만 보며 쩔쩔맨다면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마저 놓치고 아들들 때문에 망한 대통령으로 끝나는 것이다.
물론 특사나 밀사는 노무현 당선자와 논의를 해서 보내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가 말하는 미국과의 평등한 관계, 계승하고자 하는 햇볕정책의 다음 단계가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은 미국과의 어쩌면 길어질 긴장관계를 예고하며, 한편 화해협력의 구체적 성과가 가속도를 얻으며 진척되는 상황을 내다봐야 한다.
그러므로 현단계에서 북한에 제시할 카드는 당장의 핵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명분의 제공이다. 즉, 북한은 전력을 핑계삼고 있고,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에는 전력생산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미국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믿게 해주면 된다. 서로 이해하기를 포기한 둘의 대립은 제3자의 개입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데, 사실상 제3자의 위치이기 보다는 당사자의 입장인 남한은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다.
먼저 북쪽에 제시할 것은, 전력지원 또는 원자력 발전의 실무지원 등으로, 남쪽 기술자가 북한에 가서 전력생산의 실무를 대신 해주고 그를 통해 핵개발 의혹을 감시하는 체제를 만들어 미국의 억지를 누그러뜨리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남한에서 기술자를 제공하는 댓가로 전쟁을 방지 내지는 지연시킬 수 있다면 이 정도는 남쪽에서 즉시 투자해야 하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김정일의 답방과 3자대면을 추진하는 것이다.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 3자 명의로 "민족화해협력 지속"을 선언하는 것이다. 6.15공동선언 실천 구체화의 목록으로 현재 과정에 있는 경의선, 동해선, 도로 등의 연결과 더불어 개성공단에 전력지원 및 그 댓가로 남한 자본의 진출 보장, 금강산 관광의 지속과 이산가족 면회소 건의 완전 타결 등을 실무적인 측면과 고위급 인준의 형태로 선언하여 남북관계가 이제 외세에 휘둘릴 수 없다는 것을 세계에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이 전쟁상대로 여기는 북한을 발빠르게 친구로, 형제로 선언해버리라는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 전체는 전쟁터가 될 수 없음을 미국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남한의 주도로 미국의 명분을 눌러버리는 대역전극이 펼쳐지는 것이고, 실패한 대통령 김대중은 마지막으로 명예를 회복함과 동시에, 노무현 당선자에게 향후 국정과 외교에서 커다란 짐을 덜어주고 떠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다. 마지막 기회, 다시없는 절체절명의 시기이며 실패로 끝날 예정인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명예회복을 위해 너무나 유리한 국면이다. 만난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뒤끝만은 깔끔하고 현명하며 위대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의 답방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서울로 올 수밖에 없도록 오랜 경험에서 나온 정치9단의 묘수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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