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평화는 오는가?

눈오는 성탄절 방을 딩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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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newskmh)등록 2002.12.25 15:37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주 깊은 시골이라 교회가 없었다. 지금은 밤하늘을 수놓으며 휘황찬란하게 반짝거리는 것이 교회지만 당시에는 10리 밖에 떨어진 읍내에나 성당과 교회 2∼3곳이 있을 뿐이었다.

읍내와는 초등학교 학군도 달랐지만 약삭빠른(?) 동네 친구 몇몇은 교회를 다닌다며 성탄절을 전후하여 매일 저녁 읍내를 걸어 나갔다. 매일 저녁 과자와 떡 등을 먹는다는 말에 내심 부럽기도 하여 용기 없는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조상 대대로 모시는 부처님을 욕보이는 것 같아 참았다.

"너는 부처님께 100일 기도 후에 낳아 복 많은 사람이 될 것이다"고 늘 용기를 북돋아 주시던 아버님의 조왕경은 교회는 절대로 다녀서는 안될 이질적인 것으로 기억하게 했다.

산속 오솔길을 접고 흙먼지 휘날리는 번듯한 신작로가 나면서 마을에서 1km쯤 떨어진 마을 입구에 젊은 여자 전도사가 교회를 세웠다. 자녀가 둘이나 있었으나 남편과는 이혼을 했는지 혹은 하나님과 교통을 위해서 세상일을 접었는지 혼자 살았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통할 정도였다.

교회 터는 원래 60년대 말 바다간척을 하면서 회사 사무실을 지었던 곳으로 간척이 끝나 회사는 떠나고 빈집만 덩그렇게 남아 정신질환을 앓던 젊은이가 목을 매 자살하는가 하면 밤마다 귀신이 나타나 이곳을 지나가는 택시나 행인들에게 해코지를 해대 밤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늦은 밤 택시가 지나가면 하양 소복을 입은 여인이 택시를 잡아탄다. 즐거운 마음에 태운 기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머리가 곤두선다. 실내 백미러로 뒷자리를 보면 여인은 보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자리를 확인하면 빙그레 웃고 있지 않는가.

목적지에 도착한 여인은 차비를 가지러간다며 집으로 들어간지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택시기사는 짜증을 내며 차비를 받으러 갔는데 공교롭게도 제사를 모시고 있는데 영정에 걸린 사진이 방금 자신이 태우고 온 젊은 여인이 아닌가.

자초지종을 들은 할아버지는 딸의 혼령이 찾아왔다며 여비를 충분히 주어 기사를 돌려보냈는데 차비를 받은 택시기사는 그 날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죽임을 당한다.

이런 무서운 소문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곳에 교회를 세운 것이다. 비록 조상을 모셔야 하는 종가집과 부처와 특별한 인연이 깊은 가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활하면서 여전도사의 도움을 받아 교회에 대한 반감이 사그라져 갔다. 어려운 고난 당하는 가정에 여자의 몸으로 솔선하여 도와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러다 가 말겠지'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여전도사의 헌신적인 봉사는 마을 모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여전도사의 매력에 반해 나도 20대 초반 교회에 나갔다.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체험(?)을 했다. 10년을 다니다가 예수를 교회 틀 속에 가두는 목사님들을 목격하고 '처음 사랑을 상실'하여 교회를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좀더 자유로운 몸으로 세상을 보게되었다.

밖에는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다가 세찬 바람불면 어느새 실눈이 되어 휘날린다. 예수가 육신의 몸으로 이 땅에 옴은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의 친구가 되기 위함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기뻐하심을 입은 자들의 평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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