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호랑이 그림

새해의 기쁨과 복된 미래에 대한 기원

검토 완료

김광임(daun)등록 2002.12.31 15:28

까치 호랑이 그림 (1) ⓒ 김광임

우스꽝스런 표정의 호랑이가 소나무 아래에 앉아 있고 나무 위에는 까치가 그런 호랑이를 내려다 보고 있는 까치 호랑이 그림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모습의 그림이다.

우리는 이런 그림을 '까치 호랑이 그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호작도(虎鵲圖)' 또는 '작호도(鵲虎圖)'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는 친숙한 동물이다.

아이들의 동화 속의 호랑이는 약한 동물에게도 골탕먹는 어리석은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또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보은(報恩)의 동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국시대 고분벽화의 백호도에서도 보듯이 호랑이 그림은 오랜 세월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의 상징으로, 산신도의 호랑이는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신격을 지니고 있는 호랑이로 숭앙받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호랑이는 다름 아닌 민화 속에 등장하는, 까치와 함께 등장하는 호랑이이다.

민간의 희노애락, 현세구복적인 소망을 담은 민화의 소재로 등장한 호랑이는 어떤 연유일까를 생각해본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 민족을 포함하여 범동양권의 문화는 일상의 염원, 즉 부귀영화, 장원급제, 불로장생, 수복강령 등을 그림에 담아 집안 곳곳의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날마다 잊지 않고 정성을 기울이는 생활을 하고자 하였다. 고관대작뿐만아니라 일반 민초들도 이러한 풍습을 지니며 생활하였으며 이런 그림을 우리는 오늘날 '민화'라고 부른다.

새해를 장식했던 '까치 호랑이 그림'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까치 호랑이 그림2 ⓒ 김광임

원래 이 그림에서 그려지는 동물은 호랑이가 아니라 표범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표범의 '표(豹)'가 고할 '보(報)'와 발음이 같고, 소나무는 정월(正月, 新年)을 뜻하고, 까치는 '기쁨(喜)'을 뜻하므로, 이것을 한 화면에 그리면 '신년보희(新年報喜)'로 읽히며 "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만 오다" 라는 뜻이 된다.

까치 호랑이류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호랑이 이마와 배 부분에 표범의 무늬가 그려져 있는 것이 많은 것으로 보아 호랑이는 원래 표범이었으나 우리 민족에게는 호랑이의 벽사적인 의미, 산신령의 사자로서의 영험성 등의 민간신앙이 합쳐지며 점차 우리 민족에게는 신년의 기쁨 외에 수호신으로서의 의미도 한 가지 곁들이며 그 모습이 호랑이에 가깝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까치 호랑이 그림은 그것이 표범이든 호랑이든간에, 이 그림을 통하여 새해를 맞는 기쁨을 함께 하고 복된 미래를 기원한다는 마음으로, 어느 산골짝 동네의 이름 모를 화공의 어눌한 그림일지라도, 온갖 정성을 들여 그림을 받아들고 새해를 맞이하며 집안을 장식하던 옛 조상들의 미소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오늘날 우리의 흥청망청 망년회를 생각하면, 우리 조상들의 이런 정성과 멋이 깃들인 새해 맞이 준비가 더욱 그리워진다.

표범으로 확실히 그려진, 까치 호랑이 그림 ⓒ 김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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