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제 정신인가?

조선일보 2월 8일자 주말 매거진에 보도된 장준성 기자의 " ‘로또 당첨자’ 신원을 알려달라? "

검토 완료

이태호(revopics)등록 2003.02.08 18:41
도대체 조선일보는 수습과정에 있는 기자에게 이런 일을 시킬 수 있는가? 국내 최고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2월 8일자 주말 매거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에서 수습과정을 밟고 있는 장준성 기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지난번 로또 1등 당첨자 추적과정을 에피소드로 삼고 있다.

다음은 이 기사 내용의 일부이다.

“로또 복권 상금 65억원에 당첨된 사람있지? 그 사람 연락처 좀 알아봐.”
“예. 알겠습니다.”

지난달 중순 한 선배의 간결한 지시에 기자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사람 연락처 알아내는 게 뭐 그리 어렵겠냐며.

‘초보 기자’의 전화를 받은 국민은행 직원 H씨. “농담하시는거죠? 복권당첨자 신원은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어요.” 그제서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막막한 가운데 “그래 꼭 찾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났다.

(중략)

선배 기자의 지시로 이루어진 이 65억 당첨자 찾기가 국민은행 관계자의 거절로 끝날 것으로 보이자 결국 장준성 기자는 당첨자를 찾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그의 잘못된 오기는 로또 당첨자를 찾고 말겠다는 집착으로 이어진다. 장준성 기자는 경기도 남양주시 전화번호부를 찾아 당첨자로 추정되는 J씨의 집으로 전화를 하고 찾아간다. 거절당한 장준성 기자는 결국 스토커 같은 집착을 보인다.


‘J씨가 틀림 없어. 얼마나 어렵게 알아내고 확인한 것인데…’

기자는 근처 여관에서 눈을 붙이고 다음날 새벽 그 아파트를 다시 찾아갔다. J씨는 이미 출근했고 집에는 할머니와 예쁘장한 어린 아이만 하나 있었다. 내 눈엔 여자아이로 보였다. 사내 아이가 아니라면 J씨가 당첨자다.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단 하나.

“저… 손주 바지 좀 내려주실 수 있을까요?”

미친 놈 취급을 하는 할머니를 간신히 설득, 아이가 남자라는 ‘팩트(fact)’를 확인하고 돌아서는 기자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나중에 다시 통화한 H씨는 “나도 내 직업윤리를 다한 것 뿐”이라며 무안해했다.

수습기자로 처음 도전한 취재에 실패했지만, 그 사실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물러섰다면 아마 더 후회했을 것이다. -조선일보 주말 매거진 2월 8일자-

과연 이 모습이 제대로 된 기자의 모습일까? 물론 장준성 기자를 지지하는 측은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는 결국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일차적으로 J씨를 찾기 위해서 J씨가 아닌 사람의 아이에게 바지를 내리라고 한 행동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며 때에 따라서는 아동 학대죄를 적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J씨를 찾아서 보도할 경우 J씨 신변이 위험해질 것은 생각하지 않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디지털 조선일보 독자들은 150여개에 달하는 의견을 내었다. 특히 조선일보를 사랑하고 조선일보를 2대째 보고 있다고 밝힌 김모 독자는 이번 기사에 대해 수습기자와 편집진에 실망한다고 의견을 냈다.

물론 이번 기사의 경우 장준성 기자 본인의 책임도 있겠지만, 이 기사를 내보낸 조선일보 편집진 책임이 더 크다 하겠다. 도대체 조선일보 편집진들은 로또 당첨자 인권을 생각하였는지 묻고 싶다. 만약 조선일보 편집진이 이 기사를 심사숙고해서 내 보냈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였을까?

퓰리처상 받은 걸로도 유명한 사진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죽어가는 아이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은 기자 그 이야기는 언론계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이야기이다. 인간으로서는 그 아이를 살려야 하지만, 사진의 정확성을 위해 죽어가는 아이를 방치한 기자 정신. 결국 그 사진으로 기자는 퓰리처상이라는 명예를 얻지만 그 기자는 결국 자살했다.

오늘 저녁 8시 45분이면 로또 당첨자가 탄생한다. 시행착오는 이번 한번으로 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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