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집에 불을 놓아라

옛 노트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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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욱(wewekr)등록 2003.02.16 09:47
차오르는 몸이 무거웠던지/ 새벽녘 능선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신도 이렇게 들키는 때가 있으니/ 때로 그녀도 발에 흙을 묻힌다는 것을/ 외딴 산모퉁이를 돌며 나는 훔쳐보았던 것인데/어느새 눈치를 챘는지/조금 붉어진 얼굴로 구름 사이 사라졌다가/다시 저만치 가고 있다/그녀가 앉았던 궁둥이 흔적이/저 능선위에는 아직 남아 있을 것이어서/능선 근처 나무들은 환한 상처를 지녔을 것이다/뜨거운 숯불에 입술을 씻었던 이사야처럼 (나희덕의 上弦)(1)

나희덕 식으로 말하자면, 오늘 전국에 비밀리에 숨겨져 있던 神의 집들을 人間들이 불을 놓았다.

달집태우기라니, 人間들의 상상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신을 뒤쫒던 이 시인처럼, 창녕 화왕산으로 인간들이 몰려갔다. 잘 차려진 제단에 희생양을 올려 놓은 원시시대의 정적처럼, 모두의 얼굴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아무도 말이 없다. 이제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달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이제 남은 건 나, 나를 올려 놓을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

달이 저만치 구름뒤로 얼굴을 살짝 보인다. 달아 달아 머리를 내어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잡아먹으리, 인간들의 노래 소리는 커져가고 그때 제사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달아 이제 그만 내려오라. 인간으로 돌아가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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