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는 이 시대 서민들의 군주인가?

일부 택시기사들의 횡포와 부도덕성

검토 완료

김지수(csk6633)등록 2003.02.21 15:42
대학졸업후 아직까지 번번한 갑근세 한 번 내보지 못한 오씨. 다시 말해서, 백수다. 오씨는 오랫만에 대학 동창생들과 서울 신촌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직장있고 가정있는 친구놈들은 칼같이 귀가 시간을 맞추기 때문에 그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는다.

그런데, 오씨의 택시 잡는 방법은 남다르다. 여기서 남다르다 함은 일단 빈 택시에 타고 보는 것이다.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다. 무임승차한다는 뜻이 아니다.

탑승 후 오씨는 술이 취하지 않았다는 표시 혹은 당당하게 돈내고 승차하는 승객임을 좀 더 강하게 내세우기 위함인지, 약간 거만한 목소리로, 기사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아저씨, 갈현동이요".

그런데, 왠 일. 기사 왈 "아~ 죄송합니다. 저~어. 지금 차고지에 가야하는데, 방향이 다르거든요. 죄송합니다. 다른 차를~~".

약간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기사 아저씨는 언뜻 보기에도 족히 나이 60은 넘어보인다. 오씨는 아무 말없이 내려버린다.

곧바로 뒤에 정차하고 있는 빈차에, 역시 탑승부터 했다. 그리고 전 차에서의 음성보다 좀 더 무겁게 "갈현동!!"
기사 아저씨의 이 번 변명(?) 또한 버전이 다르다. "아~ 어쩌지. 저 왕십리에 지금 급히 가야하는데, 약속이 있거든".

거의 반말투다. 게다가, 일말의 미안함도 안 보인다. 마치 히치하이커를 태워줄 수 없다는 고압적인 태도처럼 보인다.

이 기사 양반 또한 아까와 마찬가지로 연로해 보인다. 그러나 오씨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봐요! 기사아저씨. 정말 너무하네요. 이거 승차거부 아녜요. 제가 언제 공짜로 태워달랬나!". 그리고 그냥 내려버린다. 마지막 인내의 배려인지.

세 번째 택시에 탑승하였다. 그리고 다시 "갈현동".
이 번 택시의 기사 아저씨는 나이도 젊어 보이고, 조금은 어리버리해 보인다.

기사 아저씨 왈 " 아이고! 저 잠실에 가야 하는데…."
기사 아저씨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오씨는 드디어 분노의 뚜껑을 열어제치고 말았다.

"아저씨!" 이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게 벌써 3번째요. 그러면 나같은 사람은 도대체 택시를 타지 말라는 겁니까?" "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아저씨! 택시 기사분들 매일 같이 정치가 어쩌고, 사회가 어쩌고 하면서 사회정화니 개혁이니 말들은 많은데, 정작 이렇게 편법운행에 승차거부를 하니 정말 이중적이지 않나요?".

그의 말에 질려서인지, 택시 기사는 그냥 운전대만 잡고 길을 물어본다.

" 저 손님. 저 솔직히 갈현동 잘 몰라요. 제가 영업택시 몬 지 사실 3개월밖에 안되었는데, 제가 살고 있는 송파구 주위만 돌다가 얼떨결에 여기 강북까지 와 버렸네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겁납니다. 갈현동은 커녕 여기 신촌지리도 낯설고."

그리고 답답한 지 담배를 한 대 물고 계속 말을 잇는다.
"휴~우, 이거 당장 다음 달에 때려쳐야지. 뭐 손님이 있어야지요. 제 돈만 꼴아 박고 말이죠. 이거 못하는 짓이에요. 회사에서 쫓겨나지만 않았어도."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정말 말 그대로 회사생활을 했던 샌님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오씨는 이내 달아올랐던 분노가 가시고, 오히려 그 기사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이 조금 오르기도 했다.

"그렇죠. 산다는 것이 뭐... 아! 아저씨 거기서 좌회전 ..예 예 맞습니다".

그리고 3분이 지났다. 새벽인데도 아직 신호등이 점등되지 않는 곳이 많은지라 차는 공교롭게도 매번 빨간불에 걸린다. 게다가 광폭질주하는 차들이 곡예를 하듯이 택시주변에 '횡'하니 비껴가기도 한다.

"이런 쓰발놈들. 아~~ 저 개**들."

어깨가 축쳐지고, 어리버리하게만 보였던 택시 기사 아저씨의 육두문자를 확인한 오씨는 이내 위축되기 시작하였다.

택시 기사 아저씨의 욕설은 끊기지 않았다. 어쩜 사람이 이리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같을까? 오씨는 빨리 집에 당도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택시 탑승전 다짐했던 각오.

"택시는 탄 곳 부터 집 앞 3미터앞까지 도착해야 택시인 것이다".는 어느새 허연 연기처럼 사라지고 집에서 300미터나 먼 큰 길에 그냥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수고하세요".

오늘 어제의 일이 아니다. 택시 기사가 택시를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군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실 자가용이 없거나, 있어도 감히 대리 운전비에 생활비를 할애할 수 없는 서민 승객의 처지나 박봉에 시달리는 택시 기사나 동병상련이다. 그런데 오늘의 택시 기사들 중 많은 수는 편법운행, 합승 그리고 승차거부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승객들이다. 오씨처럼 당연히 빈차에 먼저 탑승 후 도착지를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럴려고 해도, 탐승전에 택시기사가 먼저 "어디 가세요?" 물으면서 도착지 확인 전까지는 탑승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마찬가지로 많은 수의 승객들도 마치 히치하이커인양 아주 공손하게 "저~어, ***동 인데요." 여쭙기도 한다.

물론 그들 택시기사들의 애로사항과 박봉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직업윤리가 있다고 본다. 만약 음식장사하는 사람이 매번 적자라고 콜라에 물을 섞거나 설탕대신 사카린을 사용한다면 어느 누가 그 장사치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건 엄연히 범법행위이자 도덕의식의 상실이다.

같은 방향으로의 합승정도는 이해가 간다. 예를 들어, 출근길 각 전철역에 항상 택시들이 상주하고 있다. 전철역에서 불과 5-10분거리의 특정지역에 매번 같은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아예 기본요금으로 3-4명씩 탑승시킨다. 이럴 경우, 탑승자들은 별 불편을 겪지 않는다. 일단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경우에도 법대로 하자면 불법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사와 탑승자 누구도 불쾌감이나 부당함을 느끼지 않기에 그것을 융통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하튼 작금의 택시기사들의 횡포에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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