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은 순수를 잉태합니다

영화 클래식의 연작을 기대하며..

검토 완료

김지수(csk6633)등록 2003.02.21 15:42
곽재용 감독의 신작 '클래식'이 극장가에 잔잔한 흥행 걸음을 하고 있다. 영화 제목에서 읽혀지듯이, 영화속 장면들에서 보여지듯이, 여타 평론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영화 '클래식'은 참 소박하고 향내나는 오브제다.

곽재용 감독 개인에게는 정말로 실례되는 말이지만, 그의 나이와 외모(사실 얼굴)를 보면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어떻게 소녀 같은 애틋한 감성의 언어와 영상 게다가 음악까지 그러한 외모에서 표출될 수 있는지.

아마도 곽감독은 '비'에 대한 추억이 남다른가 보다. 비와 더불어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또한.

전작 '엽기적인 그녀'에서 남자주인공이 한 말 "아, 나는 소나기를 읽고 이틀 동안이나 밤잠을 설쳤어". 그건 곽 감독의 마음의 투영이 아닐까? 사실이다. 감독 자신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결국 그의 아련한 추억의 편린들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뿐만이 아닌 모든 조연들에게도 애상적인 페르소나의 모습으로 침윤된다.

음악 또한 한 몫을 한다. 그가 자주 쓰는 '캐넌'뿐만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구슬픔과 애절함이 절절하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김광석의 음악은 80년대로의 의식의 퇴행을 부각시키는 낡은 추억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구나를 상기시킨다.

영화 '클래식'을 그저 진부한 사랑이야기 혹은 늘 그런 식인 연중행사용 추억담으로 폄하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떡하나? 그 진부하고 뻔한 도식의 사랑놀음을 우리는 가끔씩 바라지 않은가?

영화 '클래식'이 그 천편일률적인 진부한 사랑이야기 중에서도 좀 더 관객에게 가깝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근거는 바래지 않는 순수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부의 껍질을 지니고 있어도 그새 그 껍질 속의 순수가 엔딩 크레딧과 함께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반만 남은 순수와 합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일년 후가 될 지 2, 3년 후가 될지 모르겠으나, 곽 감독은 다른 유형으로, 장르로 계속적으로 그의 '비'와 '순수'를 연작할 것이다. 관객들 또한 감독이 배신하지 않는한 그 연작으로 비워진 순수의 목마름을 달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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