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권 최대의 딜레마, 북핵문제. 이렇게 보아야

대한민국은 능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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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성(oskwon)등록 2003.02.22 11:25
대한민국정부나 국민이 혼돈하고 있는 정치적이면서도 국제적인 문제는 북핵관련 인식이다. 이 문제는 소위 반미정서라고 일컬어지는 작금의 한미관계와 핵을 통하여 생존과 동시에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지키려는 북한, 그리고 자신들의 세계전략에 큰 변수로 등장한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 그리고 동북아 패권국의 지위를 누리려는 중국이라는 변수들, 아울러 이런 틈바구니속에서 국익을 챙기려는 일본과 러시아라는 아주 복잡하고도 미묘한 역학구조속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몇가지 오류로 남기쉬운 인식들을 살펴보자. 한미간의 불편한 관계를 상정시킨 소위 반미정서는 한국이 만들어 낸 것인가, 아니면 북핵문제로 신경이 곤두선 미국의 히스테리가 만들어낸 요인인가, 그것도 아니면, 반미와는 상관없는 상황적 사건인가하는 것이다. 국내의 반미기류는 우려할 만큼 심각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내에서의 반미구호가 그렇게 실질적이지도 못할 뿐더러, 주한미군철수로까지 이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구도에서 북핵문제와 미군철수론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한국정권과 어떤 연관을 지니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한국정부의 접근방식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핵문제 인식은 오래전부터의 일이고, 한반도문제가 아닌 적어도 동북아전략에서의 주요변수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에게 있어 동북아전략의 근본적 수정으로 북핵문제가 접근되기 전에 사건해결을 도모하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도와 파키스탄같은 경우의 일이 아닐 뿐더러 북핵문제를 방관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동북아에서 발생하여 동북아주둔 미군의 입장이 무용지물이 되기 쉽고, 그것은 다시 세계전략을 뒤흔들어 놓을 여지가 있지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미 북핵문제에 신경이 곤두 서 있는 형편이고, 그 해결책이란 다름아니라, 북핵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전략적 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북한정권을 바꾸어 놓는 정도의 영향력을 통하여 핵포기를 얻어내려는 적극적인 방책들이 계산에 들어있는 가운데, 미군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보려는 의도에서 미군의 후방이전논의가 있었던 차에 엉뚱한 사건으로 말미암은 반미정서운운의 한국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내용을 알고서 그랬는지, 모르고서 그랬는지, 어쨌든 새정권 관련자들이 북미관계의 연결자역할을 자처하고 나섰고, 한국내에서의 반미정서의 과장을 설명하러 방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이 보기에 한국정권은 문제의 심각성과 미국이 지니고 있는 의도파악, 그리고 그 해법에 관해 상호이해가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상황에서 반미정서가 어느 정도 걷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는 과연 한국정부가 매개자의 역할을 할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이다. 부랴부랴 한국국방부에서 진화해보려고 애를 쓰고는 있지만, 이미 상황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남북관계나 한미관계에 있어 한국정부가 마땅하게 내놓을 대안이 없다. 왜냐하면 한국정부는 이미 그 능력상 게임의 입장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관해 내세울 전략이 없으며, 북한을 주도할 능력도 현재로서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가 있는가. 답답한 일이지만 북한과 미국의 매개자로서의 신뢰구축을 위한 노력이외에는 대수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 대한민국정부는 양자간에 신뢰의 능력을 가져야 하는가. 대구지하철사건에 대해 조전없는 김정일의 북한을 다룰 전략이 남한에는 있는가. 북한을 못다루는 한국을 미국은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한국정부는 좀 냉정해져야 한다. 대구에서는 전철사고가 났는데, 금강산 관광과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어지고, 서해에서는 미그기가 출몰하고. 누가 보아도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닌가. 남한의 돈을 얻어쓰고, 한국과는 전쟁안한다는 북한이 같은 동포가 무참하게 사고난 대구사건에 조문하나 김정일명의로 보내지 않는 것이 현실아닌가 말이다.

신뢰는 상대방존중에서 싹트고, 존중은 상대에 대한 능력평가에서 나온다. 능력은 냉정한 이성적 사고에 기인하고 평가가치는 외교적 흥정기법에서 그 출발이 이루어진다. 외교적 흥정은 상호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기인하고 화해적 제스추어로 다가서는 법이다. 그리고 행동에 분명하게 논리적이고 당위적이며, 명분을 갖출 때 신뢰를 얻게 되는 법이다.

현재로서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좀 냉정하게 계산해보는 일이다. 그것은 북한을 달래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아부하는 것도 아니다. 주한미국의 가치를 게산해보고, 북한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무게를 갖도록 진중해지는 일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과장되고 들떠 있다. 좀 더 차분해지는 만큼 신뢰가 높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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