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의원 생각 틀리지 않습니다

저자세 대북정책이 전쟁 위험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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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유(drjoh)등록 2003.02.24 14:50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정욱식 기자의 주장은 일견 옳은 말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왜 미국이 대화를 거부하는지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합니다.

북한이 1994년 기본합의를 어기고 몰래 우라늄을 농축시켜 핵무기를 계속 만들려하다가 작년에 들켰기 때문입니다. 문서로 작성된 국제적 약속을 어기는, 그런 기본도 없는 정권과는 대화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게 미국의 대화 거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94년 기본합의에서 우리가 풀루토니움탄 개발 포기한다고 했지, 언제 우라늄탄까지 포기한다고 했느냐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실제로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하는 것은, 재료가 무엇이든 핵무기라는 대량살상무기를 북한이 포기한다는 것이 기본합의서의 정신이라는 사실을 북한정권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치할 경우,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군소 국가들이 너도나도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도미노현상이 일어나 세계는 다시 1950―60년대의 냉전시대로 되돌아 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북의 핵무장은 막아야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 입장이고, 그것이 또한 대한민국의 기본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면 일이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미국이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한 94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먼저 선언하면 대화를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잘못을 저지른 아이로부터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나서 아이에게 과자를 사주는 것이 순서 아닙니까? 북한은 아이가 아니라 정권이기 때문에 자존심 상하게 먼저 굽힐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신기남 의원이 말한 대북 경제 제재는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제재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북한이 끝까지 핵포기 선언을 먼저 하지 않으면 무력보다는 경제 제재라는 수단을 써서라도 핵포기 선언을 받아내자는 것 아닙니까? 국제적 서면 약속을 어기는 정권과 무조건 대화해서 또 다른 합의서 만들어봤자 북한이 또 그것을 어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런데 북한은 미국이 선제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불가침조약 체결하자고 자존심도 없이 애걸하다 시피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조용히 인민경제 증진에만 전념하면 미국이 북한을 왜 공격하겠습니까? 베트남을 좀 보세요. 베트남은 유일하게 전쟁에서 미국을 이긴 나라입니다. 초강국 미국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기회만 있으면 베트남을 다시 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또 베트남은 미국이 두려워 핵무기를 만들거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베트남은 엄청난 돈이 드는 핵무기 개발 같은 어리석은 짓 하지 않고 오직 인민복지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베트남에 복수는커녕 오히려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왜 북한은 그렇게 못합니까?

베트남 가보면 알지만, 베트남은 이미 시장경제 체제로 들어섰고 경제성장은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는 베트남 물건이 즐비합니다. 베트남인들은 주거 이전의 자유도 있고, 어느 정도의 언론 자유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통행증 없이는 꼼짝도 못하게 인민을 묶어 놓아 평생 평양 구경 한번 못하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언론 자유가 어디 있습니까? 위대한 지도자 동지 험담 한번 했다가는 전 가족이 생지옥 같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기나 합니까?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 살게 한다는 공산주의 50년 동안 김일성-김정일 세습 정권은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북한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습니까? 쓸데없이 비싼 핵무기 개발한다고 피같은 외화 써버려 이 지경 된 것 아닙니까? 북한 같이 작고 가난한 나라에 도대체 핵무기가 왜 필요합니까? 북한의 핵무기는 정권 유지용 밖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깨끗이 포기하고 베트남처럼 인민경제에만 전념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경제지원을 할 것입니다. 어디 미국뿐입니까? 일본도 북한이 핵포기하면 외교관계 맺고 경제지원 하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남한이 도와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신의원을 포함한 새 정부 지도자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대북 포용정책 계속하겠다는 것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자세 포용정책은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마치 대통령 신고식이라도 하듯이 평양 서둘러 먼저 가지 말기 바랍니다. 이번엔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올 차례입니다. 무엇이 무서워 서울에 오지 않는 것입니까? 북한 정권이 뭐라고 선전하는지 아십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불출세의 위인"(이건 북한 카드섹션에 나온 표현 그대로 입니다)이기 때문에 남쪽에서, 외국에서 너도나도 김 위원장을 만나러 찾아온다고 합니다. (필자가 1995년 북한 여행할 때 우리를 태우고 다닌 북한 버스 기사가 그런 소리합니다.) 또 일방적으로 퍼주기식 경제지원 하지 마세요. (과거 서독이 동독 지원할 때는 무작정 퍼주지 않고 반드시 정치범 석방 등 동독의 상응 조치를 조건으로 달고 주었습니다.)

더구나 무기 구입비용으로 전용될 위험성이 있는 현금 지원은 절대 하지 마세요. 불가피하게 현금을 줄 필요가 있을 때는 군사목적에 쓰지 않는다는 서면 약속을 꼭 받으세요. 김대중정부가 비밀리에 불법적으로 퍼다 준 현금으로 북한이 첨단 무기 구입하는데 썼다는 증거를 미국이 포착해서 한국 정부에도 비밀리에 통고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현금 퍼다 주기를 계속하면 북한의 무력만 키워 한반도의 전쟁 위험만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남북 분단 고착화만 초래할 뿐입니다.

현대측이 개성공단 등 7대사업 30년 독점권 댓가로 북한에 5억불을 주었다고 정부와 현대측이 발표하는 것을 보고 웃었습니다. 30년 7대 사업 독점권이 5억불 밖에 안 된다는 것도 우습고, 30년 동안 분단상황을 예상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 아니라 우리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짓입니다. 부디 노무현 정부는 좀 더 당당하게 대북 포용정책을 펴나가기 바랍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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