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관리, 대수술 필요합니다"
삼성카드 최대 리스크 '정도 넘어선 빚 독촉' 시스템

빚진 자의 봄편지①-삼성카드 신임 유석렬 사장님께

검토 완료

정대헌(jdh5989)등록 2003.03.23 11:10

삼성카드사 공익광고 중 하나 ⓒ 정대헌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카드를 발급 받은 지 5년째로 접어든 32살의 가장입니다.
삼성카드(주)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늘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 된 것은 성큼 다가오는 봄소식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사장님은 '9회말 노아웃 주자만루' 상황에서 등판한 구원투수 같기만 하군요.
가계부도 초읽기에 돌입한 지금은 9회말이요,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려던 정부정책이 노아웃이며, 작년 5천억 흑자가 무색하게 매달 누적되는 적자와 부실채권의 매각 부진과 폭발직전인 연체회원들의 분노가 바로 주자만루 상황과 다름없으니, 누구에게 말도 못 꺼내고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심정일 겁니다.
너무 위태로운 상황인 줄 알기에 이 편지가 어찌 들으면 '야유'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저는 지금부터 9회말 노아웃 주자만루 상황에서 등판한 '상대팀의 구원투수'를 응원하고자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야유'를 퍼부으려고 했답니다. 그러나 삼성카드에 처음 적을 올린 유석렬 사장님의 개인홈페이지(www.yoosukryul.pe.kr)를 방문하고서는 마음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사장님의 경영관 가운데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오래도록 되새겨 보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경영을 건전한 이익(Sound Profit)의 창출과정이며 기업의 미래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본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만 한다. 그것도 주주가 만족할 만한 규모라야만 된다. 그러나 Risk관리가 되지 않는 주먹구구식 이익이나 일확천금식 이익은 아무리 큰 이익이라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결코 기업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눈앞의 이익만 쫓아가는 경영은 항상 경계되어야 한다'

74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97년부터 삼성캐피탈과 삼성증권, 삼성생명의 대표를 역임하며 오늘날 삼성카드의 대표를 맡기까지 삼성금융의 핵심리더로 성장한 배경에는 이런 대승적인 경영마인드가 한몫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경영자의 이념과 역량 또한 중요한 시기입니다.

내게 있어 무리한 사업투자는 좌절과 많은 빚 가져와
저는 지금 감당하기 벅찰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까지 벤처 사업을 하다가 고배를 마신 뒤 지금은 아내와 돌을 앞둔 딸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오직 지난 사업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제가 실제 사업을 영위한 기간은 꼭 2년인데, 뜻한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접게 되어 지금도 마음속에서는 아쉬움이 큽니다만, 모두가 저의 경영능력이 부족한 탓이라 반성하며 몇 년이 소요될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큰 일에 쓰일 자산으로 삼고자 합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이 '동굴'을 빠져나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생활하면서 기초생활은 무시한 채 오직 지난 사업실패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삼성카드는 가장 많은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사업하는 내내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준비된 사업자금은 일찍이 떨어지고, 투자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상황에서 정책자금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였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이 마법같은 주문을 외우며, 월말이 되면 직원들에게 지급할 급여를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던 시절, 저에게 가장 많은 한도를 허락한 삼성카드는 참으로 소중한 힘이 되었고 지금도 고마운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닌 줄 알았지만, 계속되는 연구개발을 멈출 수 없었기에 부여하는 한도만큼 모두 받아 쓰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선의를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자금을 조달한 저의 잘못이 가장 크지요. 요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답니다.

폐업 직후 채무조정기 거쳐 7개월째 상환 주력
지난 해 7월말, 더 이상 책임지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이르러서야 폐업을 결심하고 채무 늘리기를 중단한 채, 단기차입금의 경우 금융기관과 개별적으로 조정해 최고 3년까지의 장기채무로 전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내려와 새벽부터 밤중까지 가리지 않고서 혹독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월수입보다 대출 상환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연체할 때도 있었습니다만, 내달부터는 상환금액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금융 전문가들이 연체율 감소시기를 2/4분기 혹은 하반기로 전망하던데 제 경우에는 그게 맞습니다.
삼성카드에 남아있는 기대출 1건의 만기가 이달 말, 또 한건은 6월말로 돌아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부담이 줄어들게 되지만, 고정수입 외에 추가로 돈을 조달하지 않는다면 그때까지가 고비입니다.

상환 노력 들여다보면 '부실채권' 전락 가능성 적어
저는 연체관리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우선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결제 가능한 시기를 조율합니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1개월'을 넘어서까지 연체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4년간 삼성카드에 1개월 이상의 연체는 대환대출 처리기간을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아 '정량법'으로 접근하시면, '상습연체자'로 분류되겠지만, 그동안 보여주었던 상환노력을 '정성법'으로 들여다 보신다면, 저의 채무가 삼성카드에서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우려는 거의 없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원금, 이자, 연체료 또한 떼어먹은 일이 없음은 물론입니다.
비록 결제일을 잘 지키지 못하였지만, 그동안 채무상환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제 여건에서는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달에 삼성카드로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독촉을 받았는데, 저는 여러 경황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부당한 연체독촉 행위'는 일개 직원의 우발적인 실수가 아닌 카드회사 '시스템'상의 문제이며, 여기서 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또한 이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비슷한 처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겪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이며, 나아가서 삼성카드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연체와의 전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든 국가적인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내 보증인 보호하고 가정 지키기 위해 '저항' 할 수도
현재 빚 갚기에만 전념하고 있는 저의 재기를 위해 기꺼이 도와주었던 보증인들을 '비상식적인 피해'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며, 소수 금융기관들이 고객이 처한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의 생존과 손실 최소화만을 위해 "지금 당장 돈을 만들어 입금하라"는 식의 '강압적인 연체독촉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저는 부득이 '저항'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연체행위를 합리화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며, 8조원대에 이르는 '국가적 연체와의 전쟁시대'에 살면서 모든 책임과 고통을 채무자에게만 전가하며 금융기관은 한치의 도덕적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입니다.

업계 1위답게 '연체관리'에서도 모범 보여야
지난 해 5개 카드사가 적자를 기록해 업계 전체 당기순손실이 2,616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카드는 5,5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업계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 실적을 바탕으로 2월28일에는 주주총회에서 주당 1,250원, 총 576억원 규모의 이익배당을 결의했습니다. 물론 2위 엘지카드도 작년에 3,504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주당 1,750원의 이익배당을 결의했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1등 신용카드 회사답게 모범적인 '연체관리 시스템' 또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체관리 전선'에 이상을 감지한 탓이었을까요?
이달 초에 삼성카드는 '신용관리컨설턴트(Credit Risk Consultant)'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채권담당 직원의 업무 패러다임을 바꿔 기존 채권회수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전 연체관리 및 피해 상담, 연체시의 채무변제 우선순위, 개인 자금관리 기법 등 전반적인 금융 신용관리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취임 직후 '채권관리의 발상'을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매우 반가운 내용입니다.
이 제도가 진정으로 삼성카드의 장기적인 채권회수 전략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각 연체고객들의 '성난 목소리'를 먼저 들으셔야 합니다.

'분노한 고객' 늘어나면 무형의 손실 커져
지금까지와 같이 '눈 앞의 이익'만 좇아 '강압적 연체 및 채무 독촉행위'를 계속한다면, '분노한 고객'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되고, 이는 일순간에 단기이익을 가져올 수는 있으되, 중장기적으로 매우 큰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이 오랜 세월동안 어렵게 쌓아온 거대한 브랜드 자산에도 손실 우려가 큽니다.

풍부한 감성과 대승적 경영관으로 '위기 극복' 기대
일요일 아침이면 가족들을 위해 특별한 라면요리를 준비하고, 아내의 생일 때마다 손수 지은 카드를 선물하고, 애견 '꽁치'가 올림픽대로에서 교통사고로 떠나자 애절한 이별편지를 바칠 정도로 사장님은 풍부한 감성과 자상함을 보여주시더군요.
그래서 이 위기의 한국 금융시장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역량을 가진 분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제가 어렵게 드리는 '애정어린 고언'을 진심으로 받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지금 가장 위험스러운 것은 홈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저 '3루 주자들'입니다.
견제구를 던져 '먼저' 3루 주자를 아웃 시켜야 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봄소식 전해줄 '따뜻한 답장'을 기대해 봅니다.

2003년 3월 17일
정대헌 올림


저에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담당자의 '마감일' 거절한 연체 13일째부터 보증인들에게 독촉
"월요일까지 돈 안 갚으면 우리 집에 압류 들어온다는데, 너 어떻게 할래?"
연체 13일째를 맞은 2월8일(토) 점심에 콱 막히는 가슴 위로 전화가 또 한통 울립니다.
이번에는 2백18만원에 대한 보증을 서 준 다른 이에게서도 '압류고지' 소식이 전해집니다.
삼성카드사 전주지점 채권팀 담당자에게 지난 4일 동안 '지금 당장은 그 돈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니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하소연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직후에 벌어진 '결과물'은 너무 처참했습니다.
일요일을 포함해 3-4차례의 전화독촉을 견디지 못한 보증인이 내 담당자의 연체회수 마감일인 그 '월요일(연체 15일째)'에 대신 상환함으로써 일단락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젠, 결제 하루전부터 보증인들에게 '먼저' 압박
더욱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는 2월의 정상결제일을 하루 앞둔 25일에 채무자를 건너뛰어 보증인에게 직접 상환압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그 담당자는 '상환 능력이 취약한 나'를 제껴둔 채, '말 잘듣는 보증인'에게 내일 결제일에 입금하지 않으면 '연체 두달째'가 되어 보증인의 신용거래에도 지장이 생긴다며 독촉을 한 것입니다.
"지난 번에 입금했는데 연체라니 무슨 소리냐?"며 물어보니 "그때 1,800원이 부족해 현재 연체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보증인도 돈이 없어 결제하지 못하자 28일까지 지속적으로 보증인에게 독촉전화를 하며 그 담당자의 '마감일'인 28일에 결국 빚을 내서 처리했다고 합니다.

삼성카드의 2월 청구서 ⓒ 정대헌


정대헌의 궁금증 5
① 1,800원의 연체금 때문에 '보증인의 신용에도 지장이 갈 수 있는 상황'이 사실이라면, 왜 부족하게 입금된 직후 완납을 요구하지 않고, 보름동안 아무 연락이 없다가 결제 하루 전에 '압박전화'를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② 일반적으로 연체금을 입금할 때는 연체료가 가산되기 때문에 담당자와 통화한 다음에 불러주는 금액을 입금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왜 부족한 금액이 입금되었던 것일까요? 보증인이 잘못 알아들은 탓일까요?
③ '채무자 이외에 가족을 포함한 제3자 어느 누구에게도 채무 독촉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보증인이 있는 대환대출이긴 하지만, 정상결제일의 경우에서까지 보증인에게 먼저 독촉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정부가 연체율의 기준으로 삼는 '1개월'을 넘긴 것도 아닌데 말이죠.
④ 채권팀 담당자가 독촉한 사람은 제가 법인카드로 사용했던 카드 사용대금의 대환대출 2,180,000원에 대해서만 입보했던 보증인으로서 2월의 경우 이자를 포함해 198,837원에 대해서만 보증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4개 대출금 총합계인 900,838원을 요구한 것은 '제3자 규정'에 어긋나는 일 아닌가요?
⑤ 삼성카드사의 윤리강령에는 '회원을 모집하거나 채권을 회수하는 등 회사의 모든 영업활동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며 관계 법령과 사내 규정을 준수하겠습니다'는 조항이 있던데, 이거 지금도 유효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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