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고 교사들, 급여 수령 거부

재단측의 일방적 합의 파기로 교육과정 파행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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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문(ktmoon)등록 2003.03.25 19:58

교사, 학부모, 졸업생들은 김길 이사장의 퇴진 만이 학교 정상화의 지름길이라고 외쳤다. ⓒ 한빛고

대안 학교인 전남 담양의 한빛고등학교가 또 다시 파국을 맞았다. 작년 12월 7일 재단측과 학교 정상화를 위한 합의안을 발표함으로써 오랫동안의 몸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던 한빛고등학교는 재단측의 일방적 합의 파기로 인해 교사들이 급여 수령을 거부하는 등 또 다른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월 15일 한빛고 교사회는 '기만적 예산 편성 및 집행을 전면 거부하며'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급여 수령을 거부하기로 결의하였다. 교사회에 따르면 "법인 이사회는 학교 정상화를 위한 재단 전입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2003학년도 예산을 일방적으로 의결, 통과시킴으로써 학교의 정상적 운영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방치, 파탄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활교사(사감)의 해임, 일방적 임명을 통한 생활관 운영의 파행, 법정 교원 정원 미확보, 법정 교원 급여 미보장 등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 조성마저 기대할 수 없는 예산을 관선이사가 포함된 이사회에서 의결함으로써 한빛고등학교의 역사를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를 비롯한 공대위 회원들은 매일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할 예정이다. ⓒ 공대위

교사회는 "2003학년도 회계가 개시된 현 시점에서도 기만적인 예산으로 한빛고 교육을 압살하려는 학교법인과 전남도교육청의 반교육적 작태를 규탄하면서 2003년 3월 급여 수령 전면 거부를 선언한다"고 말하고 "이는 교사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이자 학생, 학부모의 교육권 보장 요구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사립학교인 한빛고등학교는 도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 보조금을 전혀 지급 받지 못하고 세입예산의 95% 이상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배수홍(40) 교사는 "재정결함보조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잔여 소요예산조차 책임지지 않겠다는 법인의 무책임하고 비교육적인 태도에 분노한다"고 말하고 "한빛고 정상화를 위해 도교육청이 나서서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2일 한빛고 강당에서는 교사, 학부모, 졸업생들을 비롯해 전교조 전남지부 집행부 등 약 300여명이 모여 한빛고 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학부모회도 학부모 총회를 개최하고 '학교 정상화를 위해 학부모들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결의대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전남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하여 김장환 교육감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도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 김태문

항의 방문단들은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학교법인 거이학원 이사장 및 이사진 취임 승인 취소와 재정지원 즉각 단행"을 촉구했다. 또한 "지난해 8월 관선이사 파견이후 교사들의 월급은 줄고 학부모들의 재정 부담은 크게 늘어났는데도 학교 정상화는커녕 오히려 학교 존폐를 걱정하게 됐다”면서 도교육청이 책임지고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한빛고의 경우 인가사항에 자립형 대안학교로 운영은 재단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돼 있어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이 문제는 도교육청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나 정치권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항의 방문 후 참석자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성암 야영장에 모여 학부모, 교사, 동문, 전교조 전남지부, 광주전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빛고 정상화 투쟁을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발족하였고 각 단위별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기로 결의하였다.

한빛고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감이 나서야 한다. ⓒ 김태문

공대위는 한빛고 정상화를 위해 3월 24일, 도교육감 면담을 다시 요청해 놓은 상태이며 4월 23일까지 전라남도 교육청, 도의회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 및 집단집회를 매일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한빛고에 대한 학교 법인과 도교육청의 태도에 한빛고 교육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은 강한 배신감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 따라서 한빛고의 정상화는 법인과 도교육청의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으며 흔들리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세워지고 있는 대안학교 성공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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